[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장보기는 많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아쉬운 점은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이 종종 배송될 때가 있다는 것. 오프라인 매장에선 유통기한을 살펴보고 기간이 길게 남은 제품을 고를 수 있지만, 온라인 주문에선 불가능하다.
장보러 갈 시간을 아끼고자 온라인으로 새벽·당일배송을 이용하지만 정작 냉장고에 보관만 해두다가 몇몇 제품은 유통기한 날짜가 금방 지나버리는 일이 다반사다. 유통기한이 하루라도 지나버린 식품들은 먹기엔 찝찝하고 버리기엔 아까운 고민의 대상이 된다. 주말이면 ‘냉장고 털어먹기(냉털) 요리’를 검색하게 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실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최근 발간한 ‘월간소비자’에 따르면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전자상거래상 식품 유통기한과 관련된 소비자 불만 접수 건수는 2021년 322건으로 전년대비 25건(8.4%) 늘었다. 유형별로 보면 ‘유통기한 임박’이 190건으로 8.5%, ‘유통기한 경과’는 89건으로 30.9% 증가했다.
앞으로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두고 고민할 일이 줄어들게 된다. 올해부터 식품 날짜표시가 ‘유통기한’에서 ‘소비기한’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는 1985년 유통기한이 도입된 이후 무려 38년 만에 변경이다.
그렇다면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의 차이점은 무엇이고, 왜 바뀌는 것일까?
유통기한은 식품 유통·판매가 가능한 기한으로, 날짜표시가 식품판매업자 등 영업자 중심으로 설정돼있다. 반면 소비기한은 보관 방법을 잘 지켰을 때 소비자가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을 알려주는 소비자 중심 표시제도다.
소비기한 섭취 기한은 기존 유통기한보다 20~50%가량 길어진다. 식약처에서 제공하는 소비기한 참고 값에 따르면 두부 평균 유통기한은 17일이지만 소비기한은 23일로 섭취 가능 날짜가 6일 증가한다. 햄은 38일에서 57일, 과자는 45일에서 81일, 빵류는 20일에서 31일 늘어난다.
단, 유통기한보다 길어진 소비기한대로 식품을 섭취하려면 보관 방법을 준수해야 한다.
정부기 유통기한 표기를 소비기한으로 변경하게 된 배경은 환경오염 및 비용절감과 관련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56.4%가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그간 유통기간이 지난 식품도 일정기간 섭취가 가능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를 섭취 기간이 지난 것으로 알고 버리는 문제가 발생했던 것.
식약처는 음식물 낭비를 줄이기 위해 식품 섭취가능 기간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소비기한 제도를 도입했다. 소비기한 도입으로 식품 폐기가 줄면 소비자 편익이 연간 8860억원, 10년간 7조3000억원의 경제적·환경적 편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 배출되는 탄소도 감소된다.
소비기한 도입 취지만 보면 긍정적이지만 사실 계도기간중 소비자들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먼저 정부는 식품 기존 포장재 소진과 제도 안착을 위해 내년 말까지 소비기한 계도 기간을 운영한다. 올해는 햄·이유식·과자·빵류 등 50개 식품 유형 430여개 품목 소비기한 설정 실험을 우선 추진한다. 우유는 냉장 유통 환경 개선 등을 위해 2031년 1월1일부터 적용한다.
이에 따라 식품 제조사나 상품에 따라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이 혼재돼 적힐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은 식품을 살 때 소비기한과 유통기한을 구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을 유통기한이 지난 것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섭취해선 안 된다.
온라인 장보기를 통해 배송받은 식품들도 마찬가지다. 물론 신선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자체적인 판매 기한을 정해두기도 한다. 신선함의 기준을 높게 잡기 위해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았어도 회사가 생각한 판매 기한이 지나면 폐기해버리는 것이다. 다만 이커머스 업계 차원에선 소비자들이 신선식품 소비기한을 명확히 인지하고 주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야 할 책임이 커지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은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정보가 훨씬 더 직관적이 된다는 의미”라며 시스템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판매자들이 소비기한 등을 잘 노출할 수 있게끔 안내하고 관리해야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