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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소비생활] 무신사發 플랫폼 가품 논란, 명품은 직구?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리셀 플랫폼 크림과 해외 브랜드 ‘에센셜’ 티셔츠를 놓고 가품 공방을 벌이다 결국 백기를 들었다. 무신사가 판매한 티셔츠를 두고 제조사가 직접 정품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린 결과다. 무신사는 에센셜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관련 구매 고객에게 판매금액 200%를 보상하기로 했다.

무신사와 크림은 모두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중심으로 급성장한 플랫폼이다. 양사 모두 ‘정품’만 취급한다고 강조해온 만큼 양사 자존심 대결로 확대됐다. 이번 공방은 결국 크림의 승리로 돌아가며 일단락됐지만 여파는 온라인 플랫폼 전체에 미치는 모습이다. ‘파정(파워정품)’을 찾는 명품 소비자들의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온라인 명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업계와 소비자는 증가하는 가품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특허청에 들어온 온라인 위조상품 신고 건수는 2020년 1만6693건으로 전년(6661건)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 ‘에센셜’ 티셔츠 가품 논란,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다?=무신사는 지난 1일 뉴스룸을 통해 “에센셜 상품을 구매해 불편을 겪은 모든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와 함께 피어오브갓 측에 의뢰한 에센셜 브랜드 티셔츠 6개가 모두 ‘정품으로 판정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무신사는 제품을 수급한 정식 유통처 ‘팍선’ 외 글로벌 리셀 플랫폼 ‘스탁엑스’와 에센셜 공식 유통사 ‘센스’에서 제품을 구매해 함께 정품 검수를 의뢰했다. 이에 피어오브갓이 모두 가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즉 공식 유통처에서 신규 발매한 상품도 정품 판정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공식 유통사에서 제품을 구매해도 가품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조성되는 건 우려스럽다”는 의견이다. 전세계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만큼 공식 유통처가 가품을 판매할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무신사도 공식 유통처에서 가품을 팔았다기보다는 제조사가 ‘개체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동일 제품이라 해도 생산공장이나 제작 시기가 다를 경우 외형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같은 기성 명품 브랜드와 달리 ‘준명품’ 혹은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불리는 제품들에서 나타날 수 있는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 브랜드들은 정·가품 판단을 위해 기존 쌓인 데이터나 노하우가 많은 반면, 신흥 브랜드는 참고할 데이터가 부족하고 특히 티셔츠는 숙련도에 따라 디테일한 부분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감정업체들 역시 주로 기성 브랜드를 다루고 있어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참고할 데이터가 부족하다. 에센셜 티셔츠뿐 아니라 다른 신흥 브랜드 및 티셔츠에서도 정·가품 논란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정품 인증’이 1순위…플랫폼 업계, 직계약 늘리고 검수 강화=무신사가 공식 사과문을 내면서 동시에 억울한 측면도 내비쳤지만 소비자 신뢰 면에서 타격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특히 무신사가 에센셜 제품을 공급받던 ‘팍선’은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B2C 업체로, 1인당 같은 제품을 최대 5개까지만 구매할 수 있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무신사가 팍선에서 팍선에서 수급받은 제품을 대량 판매해온 만큼, 중간에서 유통 관계자들이 추가됐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무신사는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바꿔치기 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물류 들어오는 것 등 절차상 과정을 다 검토했지만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무신사는 지난 5일 가품 유통 방지를 위해 기존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고 해외 브랜드와 공식 파트너십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가품 논란을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브랜드에서 직접 상품을 조달하는 방식을 늘린다는 의미다. 해외 부티크 등 제3자로부터 상품을 조달할 경우 기존 3단계 검수 과정을 강화할 방침이다.

다시 해외직구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국내 플랫폼 업체은 신뢰도 확보에 사활을 걸었다. 무신사처럼 브랜드 제조사들과 직계약을 늘리거나 디지털 보증서를 지급, 검수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SSG닷컴은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개발한 대체불가능한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기반 기술을 활용해 ‘SSG개런티’ 서비스를 제공한다. 실물 종이 등으로 제공되던 보증서 대신 카카오톡에 탑재된 디지털자산 지갑 ‘클립(Klip)’에서 디지털 보증서를 확인할 수 있다. 보증서엔 각 제품 고유 시리얼넘버와 상품 정보, 구매 이력, 보증 기간 등이 적혀있다.

구하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명품 유통 과정을 관리한다. 입고부터 최종 배송까지 전 유통 이력을 담은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구하다 전문 검수팀이 모든 주문 상품에 대해 2차 최종 검수를 진행하고, 주문 건 별 검수 과정을 촬영해 고객에게 영상을 전송해준다. 실시간으로 재고를 연동하는 직계약 부티크 수를 늘려가며 점차 병행수입 비중을 낮춰가고 있다.

캐치패션도 병행수입·구매대행·상품매입 방식이 아닌, 글로벌 파트너사가 상품을 직접 배송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브랜드 및 공식 판매처, 파트너십 기반으로 온라인 공식 상품 채널을 그대로 연동하기 때문에 자체 검수 시스템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발란 역시 사전 검수 강화를위해 명품 감정기업 인수를 검토, NFT를 이용한 디지털 보증서 도입을 검토 중이다.

명품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상품 유통단계가 많아질수록 논란이 커질 수 있다”며 “그 과정을 명확하고 투명하게 만들되, 믿을 수 있는 공급업체를 확보하는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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