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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소비생활] 중고거래, ‘분쟁’과 ‘사기’ 차이점은?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 직장인 A씨는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제품들을 구경하다 드릴·전동공구 세트를 발견했다. 가격이 저렴해 즉시 판매자에게 택배비 포함 금액을 알려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판매자는 계좌번호와 함께 13만원을 입금해달라고 한 후 수령자 주소와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답변을 마친 A씨는 물품이 오길 기다렸지만 제품은 오지 않았고 판매자는 자취를 감춰버렸다.

코로나19로 생활권역이 좁아지고 알뜰한 살림살이를 위해 중고거래 플랫폼 이용자가 급증했다. 과거엔 ‘중고’가 남이 쓰던 것을 물려 쓴다는 부정적 의미가 커졌지만 이젠 합리적 소비, 취향을 거래하는 수단이 된 것. 다만 개인간거래(C2C)가 활성화되면서 분쟁이나 사기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분쟁 조정 신청 건수 총 2594건 중 77.4%(2008건)은 개인간거래에서 일어났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몰을 제외한 C2C 플랫폼에서만 일어난 분쟁은 64.5%다. 사기도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사기 피해건수는 약 12만건으로 역대 최다 규모다.

중고거래 시장 확대에 따라 판매업자뿐 아니라 플랫폼 책임도 함께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자상거래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분쟁과 사기는 판매자와 구매자 간 원활한 거래가 성립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렇다면 A씨가 겪은 일은 분쟁일까? 사기일까?

A씨 사례는 ‘분쟁’이 아닌 명백한 ‘사기’로 수사기관 영역에 해당한다. 개인판매자가 상대방을 속여 재산상 명확한 피해를 입힐 경우 형법 제347조에 의거해 ‘사기죄’가 성립된다. 선입금을 받은 후 잠수를 타거나 이미테이션 제품을 진짜인 척 속여 파는 등이 그 예다. 피해자인 개인이 범죄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조치하려 할 경우 추가적 범행에 연루될 수 있기 때문에 보호를 위해선 직접 연락을 피하는게 좋다.

피해 사례로 언급된 ‘택배거래시 계좌 송금과 연루된 사기’의 경우 송금한 계좌번호 정보 또는 당근마켓 가입 시 확보한 전화번호만으로도 수사기관에서 범죄자 신원 확보가 가능하다. 사기범죄는 영장으로 계좌 및 휴대전화 가입정보를 받아 피의자 특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법으로 다루는 영역이 아닌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하는 엄연한 수사기관 영역이기 때문에 실상 당근마켓 등 플랫폼은 이를 신속히 해결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최선이다.

‘분쟁’은 일반적인 판매-거래자간 논쟁과 과실로 인해 생겨나는 다툼이다. 단순 변심으로 인한 환불이나 주관적 판단에 의한 환불 요청,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환불 요청 등이 해당된다. 당근마켓이 전자거래 분쟁조정위원회에 이관한 신청 건은 2019년 19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1167건으로 2년간 ‘61배’ 이상 급증했다.

분쟁조정위는 우선 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해결을 시도하고 그게 무산될 경우 조정부를 구성해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지난해엔 906건 조정신청이 전부 조정 전 합의를 거쳐 해결됐고 2021년에는 2772건 분쟁 중 7건만 조정부를 구성했다. 50만원 이하 거래가 대부분인 중고거래 특성상 대부분 신청자들이 조정 전 합의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다는 설명이다.

당근마켓은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3기관과 협업이 포함된 사기 및 분쟁 해소 프로세스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개인간 다툼에 해당하는 분쟁은 원만한 해결을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1차적인 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쟁점 상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원인이 명백한 경우 그에 따른 안내가 진행된다”며 “대부분 분쟁은 개인 이해관계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아 가이드라인을 통해 상황별 분쟁해서 방법을 명시하고, 채팅창 내 단위별 신고하기 기능도 도입했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3월 플랫폼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때 분쟁이 생기면 플랫폼이 판매자 성명과 연락처, 주소 등을 피해자에 제공하도록 법안을 개선하려는 방침이었다. 당근마켓 회원가입 때 현재는 이용자 연락처만 받고 있지만 주소·이름까지도 수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현재는 플랫폼은 판매자 연락처만 제공하되 구매자가 아닌 분쟁조정 기구와 법원으로 한정하기로 방향이 정리된 상태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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