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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소비생활] 해외직구 전자기기, 당근마켓에 올리면 위법

이안나
사진=중앙전파관리소
사진=중앙전파관리소
- 중고시장 급속도로 커지지만 불법 사실 인지도 낮아 주의 필요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전자제품 직구를 많이 하다 보니 이제 안 쓰는 물건들이 많아져 처분하고 싶은데요. 불법인지 아닌지 논쟁이 있던데 명확한 중고품 판매도 문제가 되나요?”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중고거래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이미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10년 약 5조원에서 2019년 약 20조원으로 4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기점으로 성장률은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이용할 때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 등에 자신이 사용하던 모든 물품을 판매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아이폰이나 노트북, 이어폰 등 전자제품이 인기다. 그러나 이러한 전자기기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구매한 것이라면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렸을 때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해외직구가 보편화 되면서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도 보다 다양한 제품들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갖가지 전자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만큼 중고거래 시 위법행위를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왜 해외직구한 전자제품을 중고거래로 판매하는 행위가 위법이 되는걸까? 이는 관세법과 전파법 두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해외에서 물품을 구매할 경우 기본적으로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효율성을 위해 미국의 경우 200달러(약 23만원), 그 외 국가에선 150달러 이하 물품은 관세가 면제돼 부가세를 내지 않고 해외직구를 진행할 수 있다. 이때 전제는 ‘자신이 직접 사용할 물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해외직구 후 자신이 사용하던 물품을 당근마켓 등에 올렸다면 사용기간과 관계 없이 그 목적은 ‘판매’가 된다. 따라서 수입신고를 한 뒤 부가세를 납부해야 한다.

부가세를 납부했다 하더라도 해외직구 전자기기를 적합하게 판매하기엔 어려운 경우가 많다. 전파관리법 위반에도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파법 제 52조 2항에 따르면 방송통신기자재를 판매·제조·수입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적합성 평가’를 받고 제품에 인증 표시를 부착한 후 유통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방송통신기자재는 스마트폰·셋톱박스 등 유무선기기부터 모니터·카메라 등 정보기기, 청소기·조명기구 등 전기용품을 모두 포함한다.

적합성 평가를 받지 않은 전자제품 등을 판매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이 평가를 받지 않고 기자재를 판매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단, 예외로 판매목적이 아닌 개인이 사용하기 위한 제품 1대는 적합성 평가를 면제해준다.

즉 전파인증을 받지 않고 들어온 전자제품은 자신이 사용할 땐 합법이지만 중고로 판매할 경우 불법이다.

국내에서 동일모델이 인증 받고 판매되고 있다 하더라도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이라면 추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부분적으로 부품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적합성 평가 인증을 받기 위한 비용은 수백~수천만원이 들어간다. 실상 개인이 중고거래로 팔기 위해 적합성 평가를 진행할 가능성은 없다. 이에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해외직구 전자기기를 판매금지 품목으로 분류하고 있다.

당근마켓 판매금지 물품 항목 중 일부
당근마켓 판매금지 물품 항목 중 일부
가령 월 이용자 수 1500만명에 달하는 당근마켓에선 ‘이윤추구 목적으로 적합성평가를 받지 않고 해외에서 구매한 전자기기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행위’를 판매금지 목록에 포함해 안내하고 있다. 판매금지 물품은 무료나눔이나 '삽니다' 등 구매의향을 내비치는 게시글도 허용되지 않는다. 해외직구 전자기기가 판매금지 품목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한 이용자들을 위해선 물품 등록 시 전자파 인증번호 등 자세한 정보를 입력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판매금지 물품은 머신러닝을 통해 걸러내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이용자들은 세세한 거래금지 품목을 전부 알고 있지 못하다 보니 전혀 이 사실을 모르고 게시물을 올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런 위법 가능성을 알리는 홍보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중고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만큼 불법 사실을 알지 못한 이용자들이 형사 처벌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이에 일부 해외직구 전자기기는 적합성 평가를 면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일상생활에 널리 쓰여 해외직구 빈도가 높으면서도 전자파 장해 위험이 적은 전자기기를 일회성으로 중고판매하는 경우 적합성평가 면제 대상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는 일정 기간 개인별 면제한도를 두고 중고판매를 허용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다만 “해외직구 기기 중고판매를 전면 허용할 경우 중고 거래 기기 수가 증가하고 드론 등 미인증 기기가 다수 유통되는 등 위험성이 있다”며 “위험성과 자원 효율성 제고, 국민 편의성과 같은 이점을 균형있게 고려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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