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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소비생활] 페트병이 티셔츠·가방으로 재탄생되는 과정은?

이안나

- 페트병 사용 후 깨끗한 분리배출이 품질 결정짓는 중요 요소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MZ세대 중심으로 ‘가치소비’가 유통 트렌드 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비가 단순한 상품 구매에서 나아가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 것.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흐름과도 맞물리면서 유통 채널들은 ‘자원 선순환’을 내세운 제품들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특히 패션 부문에선 버려진 자원들을 재활용해 새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 바람이 불고 있다. 가령 편의점 GS25는 투명 페트병으로 제작한 유니폼을 가맹점에 공급하고 제주삼다수는 골프대회를 열며 폐페트병을 업사이클링한 모자·우산 등을 기념품으로 지급했다.

현대홈쇼핑은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 플리츠마마와 친환경 니트 플리츠백을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로 판매했다. 수도권 일부 아파트에서 재활용 캠페인으로 4만개 폐페트병을 수거하고 이를 2000개 가방으로 재탄생 시킨 것. 판매 수익금을 소외계층에 기부하기로 하면서 당시 방송은 1만5000여명이 시청하는 등 관심을 모았다.

플리츠마마에 따르면 기본 니트 플리츠백은 숄더백 기준 16개 페트병(500ml)이 활용된다. 친환경 원사로는 효성티앤씨 ‘리젠’을 사용한다. 효성티앤씨는 폐페트병 리사이클 원사를 만드는 업체 중 하나다. 폐페트병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들 경우 이산화탄소 배출 및 쓰레기 매립량을 줄일 수 있다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페트병 같은 투명 플라스틱이 어떻게 부드러운 섬유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자료=효성티앤씨 제공
자료=효성티앤씨 제공

효성에 따르면 가장 먼저 이뤄지는 작업은 페트병을 분리하고 세척하는 작업이다. 수거한 페트병을 모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담뱃재 등 불순물이 묻어있으면 아무리 세척해도 이전과 유사한 상태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 페트병을 분류하는 기계설비도 마련되어 있지만 꼼꼼한 검수를 위해 공장 직원들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고 걸러내는 작업을 한다.

효성 관계자는 “깨끗한 페트병을 고르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이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제품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선별 작업을 거친 페트병은 갈아서 작은 조각으로 만든다. 이 작은 조각들을 ‘플레이크’라고 한다. 페트병을 실 형태로 다시 뽑아내려면 열을 가열해 녹이는 과정이 필요한데 부피가 작아야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플레이크는 이미 세척한 페트병으로 만들어졌지만 크기가 작아진 상태에서 또 한 번 세척 과정을 거치고 건조한다. 플레이크를 회전시키며 불순물 제거도 한 번 더 거친다.

이러한 여러 공정을 거친 플레이크는 어느덧 형태가 원형으로 변하게 된다. 실로 뽑아내기 전 가장 최적의 모습으로 변형된 셈이다. 다만 이는 공정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변형되는 것일 뿐 공장에서 의도적으로 만든 결과는 아니다. 즉 플레이크 청결도는 중요하지만 모양 자체엔 큰 의미가 없다.

이를 녹여 실로 뽑아내는 방사 과정을 거쳐 타래에 묶는다. 제봉틀부터 큰 기계까지 다양한 상황에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 타래들을 준비한다. 타래에 있는 원사들을 활용해 가방, 셔츠 등 친환경 제품들로 만들어진다.

전세계 의류 60%가 플라스틱 일종인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진다. 폴리에스테르는 석유를 녹여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 페트병을 세척하고 녹여 기존 폴리에스테르 재료 형태로 원상복귀하면 새로운 석유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을 뽑아낼 수 있다. '자원 선순환'이 이뤄지는 셈이다.

효성 관계자는 “플레이크가 얼마나 깨끗한지가 품질을 좌우하게 된다”며 “과거엔 국내 플레이크를 구하기 어려워 대만, 일본 것을 수입해 써왔는데 최근 서울·제주시와 협업으로 재활용 인식개선 캠페인 등을 진행해 애초에 깨끗한 페트병을 수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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