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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윅4와 슬램덩크…'홀드백'의 의미는? [IT클로즈업]

강소현 기자
영화 '존윅4' 스틸컷.
영화 '존윅4' 스틸컷.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콘텐츠 업계 내 암묵적으로 준수됐던 홀드백(방영 유예 기간) 관례가 종적을 감췄다. 최근 쿠팡플레이가 개봉 2개월이 채 안 된 프리미엄 영화를 무료로 배포한 가운데, 업계에선 전체적인 콘텐츠 생태계 질서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는 지난 9일부터 3일간 '쿠플클럽'이라는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영화 '존윅4’를 무료로 제공했다.

지난 4월12일 개봉된 ‘존윅4’가 쿠팡플레이를 통해 공개되기까지 홀드백 기간은 겨우 59일이었다. IPTV 및 케이블TV에선 개봉 57일만인 지난 7일부터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시작했다.

홀드백은 극장에서 처음 상영된 이후 IPTV 등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기까지의 유예기간을 말한다. 그동안의 신작 영화들은 최소 3주 정도의 홀드백 기간을 거쳐 1차 플랫폼에 유통되는 것이 관례였다. 너무 긴 홀드백은 콘텐츠의 가치를 오히려 감소시켜 관객의 수나 초기 반응 등을 고려해 배급사가 그 기간을 결정해왔다.

히지만 이러한 홀드백 기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짧아졌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영화관의 관객 수가 급감하면서 플랫폼으로 직행하는 영화들이 속속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도 불구, 업계가 ‘존윅4’ 사례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는 OTT 등 2차 플랫폼까지의 홀드백 기간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 개봉한 다른 영화와 비교해봐도, ‘존윅4’의 홀드백 기간은 짧다. 존윅4와 같이 블록버스터 영화인 ‘아바타: 물의 길’의 경우 개봉 105일 만인 지난 3월28일 VOD 서비스를 시작하고, 176일 만인 지난 7일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해 9월7일 개봉한 ‘공조2’의 경우도 VOD 서비스까진 53일, OTT에 풀리기까진 123일이 걸렸다.

쿠팡플레이의 행보가 다른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지와 관련해선 의견이 갈린다. 업계에선 쿠팡플레이가 ‘존윅4’를 수급하는데 수백억 원을 들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행보를 오랜기간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그럼에도 당장은 OTT업계 내에서 대체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쿠팡플레이의 월간활성화사용자수(MAU)는 431만4098명으로, 토종OTT 가운데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티빙(514만7273명), 3위는 웨이브(391만9076명)가 차지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토종OTT의 생존분기점을 800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생존을 위해 적정 수준의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프리미엄 영화를 짧은기간 무료로 공개한다는 쿠팡플레이의 전략은 화제성 면에서나 MAU 확보면에서 좋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토종OTT도 쿠팡플레이와 마찬가지로 자사만의 전략을 짜야할 것”이라며 "티빙은 드라마, 웨이브는 예능 등 자신의 영역을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홀드백 관례를 깨는 행태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 콘텐츠 제작과 유통 전반에 걸친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야 콘텐츠 업계 전반에 투자가 활성화되는데 단순 수급이 콘텐츠 생태계에 어떠한 순기능을 할 지는 의문”이라며 “쿠팡플레이의 경우 쿠팡의 부수적인 서비스로, 업계 내 수급비용만 높여놓고 쿠팡은 향후 업계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경우엔 홀드백 기간을 법으로 적용하고 있다. 유료 케이블채널은 극장에서 개봉되고 6개월, 넷플릭스는 15개월 이후부터 유통할 수 있다. 특히 영화 투자비용이 높을수록 상대적으로 짧은 홀드백을 적용해 영화제작 투자 활성화도 함께 노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쿠팡의 전략을 비판하긴 굉장히 어렵지만 그 행위 자체가 전반적인 생태계의 역학을 무너뜨리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라며 “좋은 영화는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가입자를 플랫폼으로 유인하는 등 영상의 가치는 적절한 시기 릴리즈할 때 극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지난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만 해도 여전히 극장에서 상영 중이며, VOD 서비스도 아직”이라고 덧붙였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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