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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성큼 다가온 양자시대…통신3사 '퀀텀코리아 2023'서 기술경쟁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초고속 연산이 가능한 양자컴퓨터가 보급되면 기존 RSA(비대칭암호화) 암호체계는 무력화될 것입니다. 이에 대비한 대응책이 필요합니다.”

암호기술의 역사는 ‘창과 방패’의 대결에 곧잘 비유된다. 새로운 공격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에 맞서 뚫리지 않는 새로운 암호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슈퍼컴퓨터로 1만년 걸릴 문제를 200초 만에 해결하는 양자컴퓨터가 몇 년 내 완벽히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창과 방패’의 싸움은 다시 펼쳐지게 됐다. 양자컴퓨터로도 뚫리지 않는 암호화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가운데, 최근 개최된 ‘퀀텀코리아2023’에선 관련 기술에 대한 학계와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지난 26일 개막한 ’퀀텀코리아2023‘(Quantum Korea 2023)는 글로벌 양자 생태계 흐름을 조망하는 국제 행사다. IBM 등 양자기술 분야 50여개의 기업 및 기관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전시관과 컨퍼런스를 통해 최근의 양자기술 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 행사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오는 29일까지 4일간 열린다.

◆ SKT, 양자통신-양자센싱 다잡는다…SP 라이다 체험존 꾸려

SK텔레콤의 3세대 SP라이다.

기자가 방문한 26일 오후 전시관은 장맛비에도 불구 많은 인파로 이미 붐볐다. DDP 아트홀 1관에 마련된 전시관에선 통신망 구간을 오가는 보호하는 기술인 ‘양자통신’ 외에도, ‘양자컴퓨팅’이나 ‘양자센싱’ 등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혁신을 이룬 다양한 사례들을 확인해볼 수 있었다.

특히 SK텔레콤의 부스는 양자센싱 기술을 적용한 ‘라이다(Lidar)’를 직접 체험해보려는 관람객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국내에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를 중심으로 양자기술의 상용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SK텔레콤의 경우 이번 행사에서 미세한 크기의 양자를 검출해 이를 전기신호로 바꾸는 양자센싱 기술을 강조했다.

부스 한 켠에 설치된 암실에선 포즈를 취하면 사진이 인쇄됐다. 사진은 언뜻보면 픽셀아트가 연상됐는데, 점들이 모여 형태를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암실 내부에 설치된 SP라이다(Single Photon LiDAR)를 통해서다. 라이다가 몸에 레이저(적외선)를 쏘고 반사되어 센서로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 거리를 측정하고, 이 거리를 다시 좌표로 변환하는 원리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어두워서 카메라가 촬영하지 못하는 영역들을 라이다를 활용해 찍을 수 있다”라며 ”특히 센서에 양자 기술이 적용하는 경우 반사된 레이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인식 거리가 기존 라이다(최대 100m) 대비 최대 3배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P라이다가 설치된 암실에서 촬영한 사진.

업계에선 향후 양자센싱 기술이 ▲자율주행(라이다) ▲바이오(정밀의료) ▲반도체 ▲위성 ▲광시간영역반사측정법(OTDR·Optical Time Domain Reflectometry) 등 첨단 ICT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국내 최초로 보령 LNG 터미널에서 대형 가스 시설물의 가스 유출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양자 기반 가스센싱 시스템을 실증한 가운데, 이번 부스에는 해당 시스템도 전시됐다.

또 다른 SK텔레콤 관계자는 “양자센싱 기술이 적용되는 경우 그렇지 않은 라이더보다 훨씬 정밀하게 거리 측정이 가능하다”라며 “다만 (라이다가) 차량에 탑재하기엔 가격이 아직 비싸,상대적으로 가격의 영향을 덜 받는 양자 기반 가스센싱 시스템도 함께 개발 중이다”라고 전했다.

◆ 2㎞ 무선 QKD 시연 성공한 KT…LGU+는 PQC 서비스 보급

KT의 무선 양자암호키분배기(QKD) 장비.

KT는 무선 양자암호키분배기(QKD) 장비를 부스 전면에 내세웠다. 양자암호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QKD와 양자내성암호(PQC)다.

QKD가 양자 난수를 기반으로 한 암호키를 생성한다면, PQC는 양자컴퓨터로 풀어내는데 수십억년이 걸리는 복잡한 수학 알고리즘을 사용한 암호화 방식이다. SK텔레콤과 KT는 QKD, LG유플러스는 PQC에 집중해왔다. 각각의 기술은 서로 다른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어, 사용하려는 목적에 따라 적용하는 기술이 달라진다.

특히 KT는 지상으로 사용이 한정된 양자암호통신기술을 항공·우주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무선 QKD를 구현했다. 지난해 5월엔 국내 최장거리인 1㎞ 무선 QKD 시연에 성공한 가운데 현재는 10㎞ 국내 무선 QKD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최근엔 2㎞ 시연에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스에선 무선 QKD 장비를 직접 볼 수 있는데, 유선 QKD 장비와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장비와 장비가 무선으로 연결되려면 완전히 마주봐야하는데, 장비가 계속 마주보게 정렬(Align)되도록 모터가 달린 것이 특징이다.

KT 관계자는 “무선 QKD의 하드웨어가 소형화된다면 드론 등에 탑재해 보안이 강조되는 군부대 등에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향후 궁극적인 목표는 데이터 통신이 끊어지는 전시상황 등에도 대비해 위성에 무선 QKD를 탑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의 물리적복제방지(PUF) 유심(USIM).

LG유플러스의 부스에선 PQC가 우리 일상생활에 이미 적용된 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하루 일과에 따라 PQC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총 8개의 전시테이블로 꾸몄는데, “양자통신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당장도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는 도슨트의 설명이 인상깊었다.

PQC는 고가의 하드웨어를 요구하는 QKD와 달리, 별도의 장비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구현 가능해 고객전용망·기간망·모바일코어망 등 각종 통신망과 비대면 국제회의·화상수업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부스를 통해서도 LG유플러스가 PQC 서비스 보급성 극대화에 집중해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안면인식 솔루션과 티켓예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안면 인식 정보를 PQC를 활용, 암호화해 안전하게 전달하고, 양자내성암호 인증서를 휴대폰 내 물리적복제방지(PUF) 유심(USIM)에 저장해 불법 티켓을 근절했다는 설명이다.

물리적복제방지(PUF) 유심(USIM)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각 가구의 LTE라우터에도 탑재해 보안성 높은 통신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PUF USIM은 QRNG(양자난수생성·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기반”이라며 “PQC 알고리즘에 따라 QRNG에 의해 생성된 양자난수 기반의 암호키를 만들어 보안을 강화했다”고 강조했다.

구성철 LG유플러스 유선사업담당.

한편 이날 행사엔 통신3사의 양자사업 담당자또 참석해 양자생태계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공유하기도 했다.

구성철 LG유플러스 유선사업담당은 “정부가 공공분야에서 양자암호 솔루션을 적용하는 등 적극 나서야하다고 본다”라며 “그렇다면 양자의 미래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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