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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사우디 왕세자 점찍은 ‘게임산업’, 한국도 오일머니 영향권

최민지 기자

(왼쪽)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윤석열 대통령이 나란히 걷고 있다. [ⓒ 대통령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최근 전세계 게임시장에 오일머니가 유입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자를 주축으로 한 국부펀드(PIF)와 PIF 산하 새비게임즈그룹을 통해 최근 몇 년 새 글로벌 게임 투자 시장 큰 손으로 부상했다.

실제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일본 닌텐도, 미국 일렉트로닉아츠(EA), 중국 e스포츠 기업 VSPO를 비롯해 전세계 내로라하는 게임사 지분을 사들이고 있다. 한국도 오일머니 영향권에 놓였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국내 게임사에 대한 지분 점유율을 키우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넥슨 포함 국내 게임사 지분 확대 중

사우디 측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을 비롯해 위메이드와 시프트업 등과 접촉하며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중에서도 투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곳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이다. 양사는 국내 톱(Top)2로 꼽히는 대표 게임사인데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 성장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은 국내 상장 게임사 중 매출과 영업이익 부문 모두 3위권 내 안착한 기업이다.

지난해 PIF는 2월과 3월에 걸쳐 엔씨소프트 주식 203만2411주를 취득하면서, 9.3% 지분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PIF는 최대주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11.9%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이는 넷마블 8.9%와 국민연금공단 7.3%보다 많은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PIF는 지난 26일 일본 도쿄증시에 상장된 넥슨 주식 632만2500주를 추가 매입했다. 이에 따라 PIF가 보유한 넥슨 지분은 9.22%에서 10.23%로 확대됐다. 넥슨 일본법인 지분 구조는 넥슨 지주회사인 NXC 28.6%, NXC 자회사 NXMH 18.8%, 일본 마스터 트러트스 신탁은행 12%, JP모간 10.3% 등으로 구성됐다. 넥슨 계열 기업을 하나로 본다면, PIF는 4대주주로 볼 수 있다.

PIF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넥슨 주식을 모아 왔다. 공시만 10회가량 했으며, 매입도 수차례 나눠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이뿐 아니라 사우디 투자부(MISA)는 위메이드와 게임 및 블록체인 산업 투자와 관련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상장 준비 중인 시프트업과 해외 진출 관련 MOU를 맺기도 했다.

◆사우디 실권자 관심 분야 게임,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로 손 뻗어

이같은 행보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일본 닌텐도 지분 8%를 확보해 최대 외부 투자자가 됐으며, 일본 게임개발사 캠콤 지분도 5%가량 매입했다. 이뿐 아니라 액티비전 블리자드, 유비소프트, 텐센트, 테이크투인터랙티브, 일렉트로닉아츠(EA)에도 투자했다. 새비게임즈 그룹은 모바일게임 스튜디오 스코플리를 49억달러에 인수했다.

이런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배경에는 빈 살만 왕세자가 있다. 왕세자는 평소 비디오게임을 즐기고 게임 ’콜 오브 듀티‘의 열렬한 플레이어로 알려져 있다.

게임시장에 대한 왕세자의 높은 관심은 국가 변화 전략에도 반영됐다. 현재 사우디는 석유 위주 경제구조를 벗어나, 제조업‧관광산업뿐 아니라 정보기술(IT)와 문화 콘텐츠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대대적인 국가 변화 프로젝트들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빈 살만 왕세자는 2016년 중장기 국가경제 개조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하며 탈석유화와 탈탄소화 시대에 대응하는 청사진을 내놓았고, 지난해 9월엔 국가 게임과 e스포츠 2030 전략을 내놓았다. 글로벌 소프트파워를 획득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풀고 있고, 대표 산업 중 하나가 게임이라는 설명이다. 게임산업 성장과 e스포츠를 육성한 관광산업까지 노려볼 수 있다.

이 전략에 따르면 86개 세부 이니셔티브를 시행해 2030년까지 250개 게임사를 설립하고 국가총생산(GDP)에 500억리얄(한화 약 19조원)을 기여해 일자리 3만9000개를 창출한다. 이를 위해 게임 개발사 인수와 e스포츠 육성 등에 1420억리얄(약 54조원)을 투자한다. PIF 주도로 주요 게임회사 투자와 e스포츠를 포함한 관련 게임 제도를 구축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지난해 1월 출범한 PIF 산하 새비게임즈 경우, 빈 살만 왕세자가 의장을 맡고 있다.

◆사우디와의 협력, 한국 게임사엔 새 기회가 될까?

사우디는 해외 곳곳 기업의 지분을 늘리고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한편, 해외 기업이 사우디에 정착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게임에서도 통용되는 부분이다. 특히, 사우디는 인구 절반이 30대 이하이기 때문에 게임 수요가 높은 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결과 한국게임을 플레이하는 중동지역 이용자는 평균 이용시간과 지출액 부문에서 평균을 웃돌았다.

이에 한국에서도 중동 게임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는 코로나19 여파로 신작 게임 공개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데다, 신작 중 글로벌 흥행 게임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이 와중에 중국 게임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다, 중국 판호가 풀리고 있음에도 외교 관계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회에서 코인게이트까지 터지면서, 게임사까지 불통을 튈까 전전긍긍해하고 있다. 위기감이 감도는 국내 게임시장에서 사우디는 매력적인 기회다.

사우디 측이 국내 게임사 관심을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엔씨소프트와 넥슨 외에도 추가적으로 지분 투자하는 사례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돈다. 현재까지 사우디 측 투자가 회사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만한 수준이 아닌데다, 추후 사우디와 협업해 중동지역 게임‧블록체인 사업 진출까지 도모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우디가 자국 게임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선 인적‧개발 자원에 눈을 돌릴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협업과 투자를 통해 상호 문호를 개방하는 것을 넘어, 자국 게임사를 키우고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한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 경우, 사우디는 개발 인력과 지식재산 확보를 위해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뿐 아니라, 해외 게임사 대상으로 사우디 현지로 본사 이전 등을 적극 추진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장악력을 키울 수 있다.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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