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하이엔드 동박, 경쟁자 없다”…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근거 있는 자신감'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가 회사의 중장기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하이엔드(고성능) 동박의 연신(탄성)률과 강도는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상충) 관계다. 경쟁사는 고강도 제품과 고연신 제품을 각각 보유하고 있지만 두 가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동시에 만족하는 제품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에만 있다. 게다가 해당 제품에 대한 물성 특허도 보유함으로써 기술적 진입장벽도 구축했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진행된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박 시장은 향후 하이엔드급을 중심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며,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다는 얘기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 수주잔고는 15조원, 2025년까지 20조원 달성을 예고했다.

동박은 얇은 구리막이다. 배터리 4대 요소 중 하나인 음극재의 집전체(전자 이동통로) 역할을 담당한다. 전기차·배터리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자연히 동박의 글로벌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2차전지 소재 사업 역량 강화를 추진하기로 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2조7000억원을 들여 국내 주요 동박 제조사 일진머티리얼즈를 자회사로 인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탈바꿈했다. 김 대표는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CSO) 출신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기술력 ▲해외거점 ▲롯데 시너지 ▲차세대 배터리소재 개발 등 4가지를 향후 주요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그중 기술력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동박은 특성상 얇고 길게, 넓게 만드는 공정 기술이 중요하다. 이는 초극박, 고강도, 고연신이란 특징으로 설명된다. 김 대표의 말대로 그간 강도와 연신률은 동시에 만족하기 어려운 조건이었으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를 만족한 ‘하이브리드 고성능 동박’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그리고 품질 경쟁이 격화된 기존 배터리 제조사들을 비롯해 신규 진입하는 사업자들도 하이엔드 동박에 깊은 관심을 드러내고 있단 설명이다. 특히 신생 제조사들은 기존 선두업체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기 위해 초기부터 고성능 동박 채용에 대한 의지가 크다.

또한 기술 흐름상 기존 배터리와 더불어 2025년까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기반의 보급형 전기차의 보급량 확대가 확실시되며, LFP의 에너지밀도 개선을 위한 초극박 동박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북미 시장에서 주류가 될 4680 원통형 배터리 역시 성능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하이엔드 동박을 필요로 한다.

김 대표는 “기존의 범용 동박 시장은 원가경쟁력이 우선이었다면, 하이엔드 동박은 가격보다 고품질, 공급 안정성 중심”이라며 “범용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꾀하며 동시에 초격차 기술 중심의 하이엔드 동박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롯데의 화학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 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 시절 회사의 약점은 제품 품질에 못 미치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마케팅 경쟁력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롯데케미칼은 이 부분에 강점이 있으며 이미 2차전지 소재와 관련해 다양한 기술 개발 및 제품 양산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기업의 화학적 시너지가 큰 상황이란 얘기다.

김 대표는 “롯데와의 공동 마케팅을 ‘패키지 영업’이라고 한다. 요즘 고객사들은 하나의 기업에서 다양한 소재를 한번에 공급받고자 하는 ‘토탈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제법 있는데, 롯데가 바로 이것이 가능하단 강점이 있다. 나아가 고객사들이 공장을 증설하거나 신생 배터리사가 필요시 롯데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이를 기반으로 해외거점와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거점별 전략에 따르면 한국은 신제품과 주요 공정기술 개발 거점의 역할을 맡게 된다. 전기료가 저렴하고 수력발전을 통해 100% 친환경에너지 활용이 가능한 말레이시아는 원가경쟁력 높은 제품을 만드는 거점으로 준비된다. 스페인은 유럽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이 되며, 역시 동박 제조원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전기료가 저렴하고 특히 인력 확보가 굉장히 용이한 구조다.

나아가 북미 진출도 고려 대상이다. 김 대표는 북미 투자와 관련해 연내에 가시적인 내용들을 시장과 소통하는 것이 희망사항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미는 고려할 요소가 많다. 기본적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투자 비용이 비싸므로 ▲신재생에너지 100% 활용이 가능할 것 ▲인력 확보가 용이할 것 ▲유틸리티 및 인프라 증설의 용이함 ▲주 정부의 인센티브 지원 등이 더욱 중요하다. 회사는 이와 관련해 2~3개 지역을 물색 중이며 주 정부들과도 논의 중이란 설명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사업과 더불어 그룹 내 R&D 역량을 모아 고체전해질, 3세대 실리콘 복합 음극활물질, LFP 양극활물질 등 미래 사업을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향후 채용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LFP는 기존에 보유한 LMO(리튬·망간산화물) 공장의 일부 제조 공정을 개조하면 생산이 가능한 상태다. 다만 LFP 시장의 강자인 중국과 경쟁의 차별 요소를 갖기 위해 고객이 요구하는 양산 수준을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국책연구기관과 공동연구를 실행해 준비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박인구 경영기획본부장, 김연섭 대표이사, 정길수 영업본부장.

이 같은 기술·해외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력에는 문제가 없을까? 박인구 경영기획본부장은 “자금 조달은 어렵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본부장에 따르면 대략 1만톤 규모의 동박 제조공장을 건설하려면 최소 1500억원에서 2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8년까지 24만톤의 동박 생산능력(CAPA) 확보를 위해 기 확보된 8만톤 분량을 제외하고도 아직 수조원의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회사는 우선적으로 자체 현금을 최대한 활용하고, 부족분에 대해서만 은행 자금을 조달하겠단 방침이다. 박 본부장은 “올해 1분기 기준 현재 8500억원 정도의 현금을 확보한 상황이며, 최대 1조원은 회사 내부적으로 투자를 위해 확보하고 있는 만큼 단계적 증설을 진행하기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28년까지는 회사의 영업현금흐름으로 조달하고 부족한 자금은 차입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1분기 기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부채비율은 21%에 불과, 은행권 자금 조달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부채비율은 150% 미만을 안정권으로 본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