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위기 속 열린 롯데 하반기 VCM…계열사 사장단은 ‘침묵’으로 일관

이안나 기자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가 ‘2023 하반기 VCM’ 참석을 위해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가 ‘2023 하반기 VCM’ 참석을 위해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롯데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전 계열사 사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하반기 경영환경 불확실성 증대에 따른 지속성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함이다. 그룹에 위기감이 감지된 만큼 회의 장소로 향하는 각 계열사 대표들 표정에도 긴장감이 맴돌았다.

18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2023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을 진행한다. 매년 1월과 7월 열리는 VCM은 각각 상반기와 하반기 롯데 경영 상황을 진단하고 그룹 중장기 전략을 모색하는 회의다.

회의 시작 전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를 시작으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 김주남 롯데면세점 대표, 롯데케미칼 이영준 대표, 김재겸 롯데홈쇼핑 대표 등 각 사업군 대표들이 일찌감치 도착해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다만 현장에서 각 계열사 대표들은 한결같이 회의와 관련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어떤 전략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 같냐는 질문에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이사만 “경기가 어렵다 보니 실질적인 내실을 기하자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고 짤막하게 답변했다.

그룹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 안세진 대표 역시 하반기 경영 전략 방향을 묻는 질문에 대답 없이 옅은 미소만 지으며 지나갔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2023 하반기 VCM’ 참석을 위해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2023 하반기 VCM’ 참석을 위해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가 ‘2023 하반기 VCM’ 참석을 위해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안세진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가 ‘2023 하반기 VCM’ 참석을 위해 건물에 들어서고 있다.

대외환경 불확실성 확대로 어느 때보다 그룹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VCM이 열리는 만큼,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VCM은 롯데가 지난해 재계 순위 5위에서 6위로 밀렸다는 발표가 나온 후 진행되는 첫 회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 자산총액은 129조7000억원으로 포스코그룹(132조1000억원)에 밀렸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까진 실적이 선방했다는 평가이지만, 고물가 장기화와 해외여행 확대로 하반기 성장세는 전년대비 정체될 전망이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은 4분기 연속 영업 손실을 내면서 지난달 신용등급이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한단계 낮아졌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한 단계 하향했다.

위기극복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번 하반기 VCM에서 신 회장이 강조할 메시지가 무엇일지 주목된다. 앞서 신 회장은 상반기 VCM에서 “경영 환경이 안정적이었던 지난 10년과 다른 상시적 위기의 시대가 됐다”며 추구해야 할 경영 목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되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는 이번 VCM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기조, 디지털 변혁 등 기업 경영환경 변화를 촉진하는 외부 요인을 점검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헬스 앤 웰니스, 모빌리티 등 롯데가 추진하고 있는 신성장 동력 육성 현황과 계획도 공유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회의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각 사업군 총괄대표와 계열사 대표, 롯데지주 실장 등 80여 명이 참석한다. 신 회장이 전달한 메시지는 회의가 끝난 오후 6시 이후 공개될 예정이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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