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바이든, 中 수출규제 멈춰"…뿔난 美 반도체 업계 [소부장반차장]

김도현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오른쪽)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대중(對中) 수출규제에 반기를 들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으로 범위를 확대한 것에 따른 대응이다.

17일(현지시각)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성명서를 통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며 일방적인 규제를 반복하는 것은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공급망을 교라한 우려가 있다”며 “이는 상당한 시장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중국의 보복 조치 확대를 유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SIA는 인텔 IBM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회사는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해외 업체도 회원사로 있는 단체다. 반도체 관련 최대 민간 조직이기도 하다.

이날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지나 러먼도 상무부 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등을 회동한 것으로 전해진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블링컨 장관은 반도체 업계와 만나 본인의 관점을 공유하고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CEO들은 공급망 이슈, 중국 내 반도체 사업 등에 대해 언급했다는 후문이다.

미국 상무부는 작년 10월에 공개한 중국 반도체 제재안에서 포함되지 않은 ‘저사양 AI 반도체 대중 수출에 대한 사전 승인을 받는 조치’를 조만간 공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무부는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시스템반도체(14nm 이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 및 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 시 허가를 받도록 하게 했다.

이에 대해 SIA는 “정부의 현재 또는 잠재적인 제한 조치가 좁고 명확하게 규정됐는지,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동맹국과 조정되는지 등에 대해 평가하기 위한 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추가적인 제재를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반도체 업계는 이번 조치가 더해지면 시장 상황이 더욱 안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AI 반도체를 중심으로 반도체 업황 반등이 기대되는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인텔, 엔비디아 등 반도체 공룡에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기존 계획을 밀어붙일 것으로 관측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우리의 조치는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기술에 초점을 맞추도록 신중하게 조정됐다. 미국과 동맹국 기술이 국가 안보를 약화하는 데 사용되지 않도록 설계하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SIA가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낸 만큼 새 규제가 늦춰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련 내용에 대해 한국 업체들은 동조하는 분위기다. 국내 반도체 업계의 중국 비중이 작지 않은데다 추후 현지 공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도현 기자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