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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인싸] “럼블레이싱스타가 왜 재밌지? 웹3 게임이었나?”…디랩스의 묵직한 한방

왕진화 기자

이 게임, 이 게임사가 ‘특히’ 궁금하신가요? 여기, 현장 이야기를 들려줄 특별한 이를 모셨습니다. 인물을 통해 게임과 게임사, 신사업에 얽힌 오디세이(대서사)를 들어봤습니다. ‘게임’과 ‘인물’, ‘사전’을 줄인 ‘겜인싸’로 게임과 기업의 A to Z까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부담감이요? 몸무게만 무겁습니다(웃음). 게임은 새로운 시장으로 전환기에 들어갔는데, 회사에서도 사실 기대하는 바가 엄청 커요. 잽을 날리는 게 아니라, 묵직한 한방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회사가 크게 투자하고 있지요. 그래서 현존 웹3 게임 중 가장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중입니다.”

게임 재미가 곧 성과로 이어지길 바라면서도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는 서정호 디랩스 사업본부장<사진>을 만났다. 국내 게임사 네시삼십삼분(4:33)이 자회사 디랩스(Delabs.)를 통해 체질 개선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재밌는’ 웹3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일념으로 나선 인물이다.

디랩스는 게임 본연의 재미를 우선시하는 ‘게임3.0(Game 3.0)’을 추구하며 커뮤니티가 소유권을 가지는 탈중앙화 게임 개발에 방향키를 두고 있다. 서 본부장은 이러한 디랩스의 지향점을 이끄는 핵심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네시삼십삼분 사옥에서 만난 서정호 디랩스 사업본부장은 <디지털데일리>에 “네시삼십삼분은 글로벌향 등 게임 시장의 변화 시점마다 선두주자 역할을 한 번씩 해왔다”며 “디랩스는 언제나 새로운 시장을 찾아 1등을 했듯, 이번 웹3 게임 시장을 이끌 선봉장에도 서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넥슨과 웹젠, 베스파를 거쳐 디랩스에 정착한 서 본부장은 평소 기존에 접해봤던 웹3 게임들이 하나같이 재미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랬던 그가 처음으로 디랩스에서 지휘를 맡은 신작은 PC 웹3 게임 ‘럼블레이싱스타(Rumble Racing Star, RRS)’다.

럼블레이싱스타 테스트 이미지. [ⓒDelabs.]
럼블레이싱스타 테스트 이미지. [ⓒDelabs.]

잔디 깎는 기계인 론모어를 이용해 전 세계 이용자와 경쟁하는 멀티플레이어 레이싱 게임이다. 서 본부장은 승부와 상관없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파티게임 요소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전 세계 혹은 국내에서 흥행했던 온라인 레이싱 게임들보다 더욱 쉽게 만들어지고, 커뮤니티나 이용자가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뒀다.

마치 시속 60㎞인 것처럼 카트가 움직이지만, 그래봤자 잔디깎이 레이싱이다. 아이들이 루지를 타고 내려오는 것처럼 겉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치열하고 웃음이 난다. 랩타임도 5분이 채 안 걸린다. 사양도 낮은 편이다. 지포스 기준 900 중후반만 돼도 플레이가 가능하다. 서 본부장은 이 게임을 즐기게 될 웹2 게임 이용자 또한 이질감 없이 편하게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럼블레이싱스타에선 PFP(Profile Picture)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가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도구다. PFP NFT는 소셜미디어나 게임 및 커뮤니티에서 활용 가능한 프로필 사진 형태의 디지털 아트를 말한다. 하지만 PFP NFT가 없어도, 관련 재화가 없어도 이 게임을 즐기는 데엔 아무런 무리가 되지 않는다.

서 본부장은 “처음에는 토큰을 발행하지 않을 예정인데, 이유는 그저 사용자들과 게임을 같이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플레이투언(Play-to-Earn, P2E) 모델은 저희 게임 론칭 기준 해당되지 않는다”며 “프로젝트에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토큰을 앞세우고 싶지 않고, 어떤 식으로 게임 기여자에게 보상을 부여해야 할지 차차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NFT 거래소를 직접 만들거나 자체 플랫폼을 제작할 계획도 현재로선 없다.

서정호 디랩스 사업본부장과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네시삼십삼분 사옥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Delabs.]
서정호 디랩스 사업본부장과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네시삼십삼분 사옥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눴다. [ⓒDelabs.]

디랩스는 럼블레이싱스타에 대해 단순한 레이싱 게임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에 같이 놀 수 있는 공간이라고 정의한다. 일부 웹3 게임은 커뮤니티에 토큰을 앞세워 펌핑(대량 매수를 통한 가격 올리기)과 덤핑(대량 매도를 통한 가격 내리기)을 하며 결국 사장되곤 한다. 그래서 게임 회사인 디랩스는 오히려 재밌는 웹3 게임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서 본부장은 게임 플레이로 상금도 얻기 위해 여러 경쟁이 있겠지만, 이를 획득하는 과정들이 커뮤니티 내 어떤 결속력이나 어떤 동기를 촉진하는 매개체로서의 큰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 그간 많은 PFP 홀더들이 유틸리티성을 굉장히 많이 찾아왔었기에 럼블레이싱스타로 오면 이런 캐릭터로 나와서 게임도 할 수 있고, 다른 PFP 홀더와 같이 경기할 수 있다”며 “지난 번 미국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 당시 B2B(기업 간 거래)관에 있었는데, 한 번 게임을 즐겨본 이들은 꾸준히 재방문하며 게임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커뮤니티가 게임에 참여하는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며 “고블린타운(GOBLINTOWN), 유츠(Y00TS), 킬라베어스 등 많은 파트너사가 있는데 각 프로젝트별로 고유 커뮤니티 문화가 트위터나 디스코드 등으로 살아숨쉬게 된다”고 강조했다. 럼블레이싱스타는 8월 비공개 테스트인 ‘썸머 캠프’를 거쳐 10월 공개 테스트(OBT)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디랩스는 PC 우주 난민 서바이벌 게임 ‘스페이스 프론티어(SPACE FRONTIER)’, 캐릭터 수집 게임 ‘메타볼츠(META BOLTS) 등을 통해 럼블레이싱스타와는 또 다른 웹3 게임을 선보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서 본부장은 “모든 블록체인 게임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건 결국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고, 이는 모두의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세계적인 콘솔 타이틀을 즐기는 이용자는 돈을 벌기 위해 게임 플레이를 하는 것이 아니듯, 웹3 게임을 찾는 동기 또한 재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큰을 부여받으면 팔아버리고 떠나버리니 웹3 게임이 ‘돈 버는 게임’으로 인식이 굳어졌는데, 이제는 인식 전환을 만들어야 하는 게 서비스하는 이들의 숙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토큰이나 NFT가 없어도 F2P(Free-to-Play)로 열고 허들을 없애려 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첫 번째 계단이라도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왕진화 기자
wjh9080@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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