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도 친소관계 따라 형량 달리 적용하자”… 법원, 황당 발언 배경은?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적국 외의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에 관해서는 그전에 형법의 간첩죄에서는 규정하지 않다가 이번에 새로이 규정하게 되는데 거기에 관해서도, 외국에 관해서도 굉장히 여러 다양하게 친소에 관해서 달리 규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 아닌가. 일률적으로 규정해서 강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중한 형으로 처벌하는 것은 좀 너무 무거운 것 아닌가 이런 입장입니다.”(6월28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법원행정처 박영재 차장 발언 전문)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는 형법 제98조, 간첩죄에 대한 개정이 논의되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북한(적국)을 대상으로만 간첩죄를 적용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특정 국가에 관계 없이 포괄적으로 적용하자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이를 방조한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은 여·야 국회의원 모두 각각 발의한 만큼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대법원 소속기관인 법원행정처가 신중론을 제기하면서 동력을 잃고 있다. 다만 반대 이유 중 일부는 설득력이 없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6월28일 진행된 법사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서 박영재 차장은 “우방국, 동맹국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와 적국, 준적국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높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법학계·법조계 관계자는 “법 상식을 모르는, 말도 안 되는 지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영재 차장 부장판사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수로라도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법무법인 태하의 김호정 고문 변호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적국과 그외가 아닌, 우방국들 중에서 법정형을 구별하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가령 미국의 경우 1995년 해군정보국 직원인 로버트 김이 한국 대사관에 강릉지역 무장공비 침투사건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하자 미국연방수사국(FBI)로부터 스파이(간첩) 혐의로 체포했다. 로버트 김은 간첩죄로 징역 9년에 3년 보호감찰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했다. 동맹국인 한국에게 정보를 제공했더라도 명백한 간첩 행위로 규정, 처벌한 사례다.
김호정 변호사는 “간첩을 처벌하는 데 동맹국이냐 비동맹국이냐 이런 구분이 왜 필요한가. 또 외교관계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는게 이걸 법에 어떻게 넣나. 만약 국가 존립, 안전에 위해가 있을 수 있다고 하면 판사가 판결할 때 이를 반영해 판사하면 되는 것”이라며 법원행정처의 의견을 반박했다.
이와 관련 <디지털데일리>가 해당 발언의 경위, 의견을 묻자 법원행정처는 “간첩죄의 대상국을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까지 확장하는 경우 우방국·동맹국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에 제공해도 되는 정보와 적국·준적국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에 제공해도 되는 정보의 종류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서 “북한과의 관계에서 폭넓게 정의되던 국가기밀 개념을 외국 또는 외국인 단체 관련 행위에도 적용한다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거나 어떠한 정보가 유출돼서는 안 되는지 불분명해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답변에도 쉬이 납득가지 않는 구석이 많다. 국가기밀에 대한 규정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겠으나 북한을 제외한 외국에는 간첩 행위를 처벌할 규정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라는 처벌이 과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다.
간첩에 대한 정의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계하는 행위다. 정보화 시대에 간첩은 사이버상에서 정보를 훔치는 해커도 아우른다. 적국인 북한 해커나 그에 동조하는 이들은 간첩죄를 적용할 수 있지만 중국·러시아 해커는 간첩죄를 적용할 수 없는 상태다. 법원행정처의 반발에 합리적인 논의, 개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법 개정안의 추이에 사이버보안 업계도 관심을 보이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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