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家] ‘호텔롯데’, 그룹 지배구조 개편 마지막 과제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주재로 열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에서 호텔롯데 전략발표가 생략됐다.
올해 하반기 VCM은 재계순위 5위권에서 탈락한 롯데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딛고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더군다나 신동빈 회장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처음으로 VCM에 얼굴을 내비쳤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의미는 컸다. 3세 경영을 위한 발판을 딛는 자리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18일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VCM에는 롯데그룹 계열사 대표 등 80여명 최고경영자(CEO)가 한데 모여 각사 전략을 공유했다. 하지만, 호텔롯데에선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사장’이 없었다. 지난달 갑작스러운 이완신 호텔군HQ 총괄대표 겸 호텔롯데 대표이사 사장의 사임으로, 호텔롯데는 한 달 가까이 리더십 공백 상태다.
현재까지 후임 인선을 내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호텔롯데 사장 자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이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핵심 계열사다. 특히, 호텔롯데 기업공개(IPO)는 신동빈 회장의 오랜 숙원 사업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호텔롯데 지배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호텔롯데의 일본 계열 지분은 99.28%에 달한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로 19.08%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이어 일본 광윤사 5.45%, 일본 패밀리 2.11%, 부산롯데호텔 0.55%, 호텔롯데(자기주식) 0.17% 순이다. 11개 일본 주식회사 L투자회사 지분은 총 72.65%다.
그나마 한국에 위치한 부산롯데호텔도 지배구조를 보면 사실상 100% 일본 측 지분으로 형성됐다. 부산롯데호텔은 일본 롯데홀딩스 46.62%, 일본 광윤사 6.83%로 구성됐다. 나머지 지분은 일본 L투자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다.
일본 롯데 관계사들이 한국 기업인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을 확보한 모습이다. 일본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는 이유다.
현재는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권을 모두 장악한 상태다. 그럼에도 한국 롯데가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경영권 싸움을 벌였던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현 SDJ코퍼레이션 회장 및 광윤사 대표) 지분이 광윤사를 통해 호텔롯데 등에 침투해 있어서다. 신동주 회장은 지난 6월 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이사 선임의 건을 제안했으나, 부결된 바 있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인데,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는 광윤사다. 이어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 자녀들 중 첫째 딸인 신영자 3.15% 신동빈 회장 2.69%, 신동주 회장 1.77%, 막내 딸 신유미 1.46% 등으로 이뤄졌다.
호텔롯데 5.45% 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 28.1% 지분을 가진 광윤사는 신동주 회장이 지배하고 있는 구조다. 신동주 회장은 광윤사 50.28%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광윤사 38.98%, 신격호 명예회장 배우자 시게미츠 하츠코 여사가 10%를 갖고 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2020년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취임하며 한‧일 롯데 경영권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신동주 회장이 신동빈 회장과의 경쟁권 분쟁에서 잇달아 패배했음에도, 완전히 물러서지 않는 이유는 광윤사라는 카드를 쥐고 있어서다.
광윤사 지분이 섞인 호텔롯데는 롯데 계열사 상당수에 주요 주주로서의 지분을 갖고 있다. 호텔롯데가 각 관계사에 보유한 지분은 ▲롯데지주 11.1% ▲롯데물산 32.83% ▲롯데알미늄 38.23% ▲롯데건설 43.30% ▲롯데상사 32.57% ▲롯데글로벌로지스 10.87% ▲롯데렌탈 37.80% ▲롯데캐피탈 32.59% ▲롯데벤처스 39.97% ▲롯데쇼핑 8.86% ▲롯데GRS 18.77% 등이다.
주요 계열사만 보면, 호텔롯데는 롯데지주와 ▲롯데건설 ▲롯데상사 ▲롯데글로벌로지스 ▲롯데캐피탈 ▲롯데GRS 2대 주주다. 롯데물산은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 호텔롯데가 2대주주다. 롯데렌탈과 롯데벤처스 경우, 호텔롯데가 최대주주다. 롯데알미늄을 보면 호텔롯데가 최대주주, 광윤사가 3대 주주다.
이처럼 호텔롯데는 주요 롯데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중간지주사 역할을 한다. 롯데지주 출범 전에는 사실상 호텔롯데가 지주사 노릇을 해 왔다.
신동빈 회장이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희석시켜야 할 필요성이 크다. 롯데 지배구조개편 마침표를 찍으려면, 호텔롯데 IPO(기업공개)가 필연적이다.
하지만 상장 준비에 착수한 2016년부터 8년이 지난 현재까지 IPO 꿈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까지 확산되면서 국내 면세업체에 악영향을 미치자, 호텔롯데 핵심 매출원인 면세사업은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당장은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더군다나, 롯데그룹은 재계순위 6위로 밀려났다. 신동빈 회장이 VCM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강조했고, 그룹 전반에 위기의식이 팽배한 만큼, 무리한 상장을 당장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기준 면세사업부 매출은 전체 호텔롯데 매출의 77.44%를 차지한다. 매출총이익은 이보다 많은 84.72%에 달한다. 물론, 매출은 전년대비 늘었지만 매출 비중은 축소되는 추세다. 매출 비중은 2020년 81.92%에서 201년 80.89%로 줄었고, 지난해엔 70%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호텔사업부 매출 비중이 커졌다. 지난해 호텔사업부 매출은 전체 매출의 15.69%로 확인됐다. 2021년 13.76%, 2020년 12.88%와 비교하면 상승세다. 그러나, 올해 1분기 기준으로만 보면 173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호텔사업부 수익 개선을 이루고 해외 호텔 사업 등 신사업도 적극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호텔사업부문을 맡는 신임대표를 우선적으로 선임해 경영 공백이 없도록 했다.
한편, 이전까지 호텔사업부는 이완신 전 대표가 겸임하며 맡고 있었다. 호텔롯데는 이완신 전 대표 사임에 따라 김태홍 신임 대표를 선임해, 호텔사업부문을 총괄하도록 했다. 김태홍 대표는 전무이사급 인사로, 사장급인 이완신 전 대표와 달리 호텔사업부문만 총괄한다. 현재 공석인 자리는 호텔군HQ 총괄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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