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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IT슈]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허용, 내년 총선까진 ‘흐림’

이안나 기자
서울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한 대형마트 모습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2012년 제정된 후 10년 넘게 지속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가 일부 완화될 수 있을까.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 외 시간이나 의무 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가능하도록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실상 국회에서 법안 통과가 쉽지 않아 당장의 변화는 요원해 보인다.

8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형마트는 의무휴업일과 영업 외 시간에 온라인 배송을 하지 못한다.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매월 2회 의무휴업일을 정하고 새벽 0시부터 오전10시까지 영업시간이 제한된다. 이에 근거해 영업시간 외 온라인 배송도 금지됐다.

유통산업발전법이 도입된 지 10년이 되자 지난해 말부터 정부에선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규제 개혁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쿠팡·마켓컬리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규제를 받지 않고 새벽·휴일 배송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금지는 형평성에 어긋나고, 새벽배송 미시행 지역 소비자 유통망 선택권 확대가 필요하다는 이유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2월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대신, 대형 유통업계가 수퍼마켓·전통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프라 지원 및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국회에선 이종배 의원(국민의힘)과 고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각각 2020년과 2021년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었다.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대형마트 관련 규제가 처음 완화될 것인지에 대한 업계 주목도도 높았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 현시점에도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허용안은 ‘감감무소식’이다. 온라인 배송이 허용되려면 유통법 개정을 통해 관련 내용이 담긴 조항을 추가해야 하는데,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이 쉽지 않은 분위기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따르면 온라인 배송 허용 법안은 산업·특허 소위원회에 두 차례 회부됐으나 모두 처리되지 않았다. 야당 중심으로 여전히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허용 반대 의견이 뚜렷하다.

지난달 국회 산자위는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법 개정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는데, 당시 회의에선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했다. 이 의원은 정부가 우호적인 단체 두 곳만 불러 상생협약을 맺고, 전통시장상인과 중형마트 자영업자, 마트 노동자 등 다수 이해당사자들이 합의 과정에서 배제됐음을 지적했다.

또한 이 의원은 의무휴업일 온라인 배송 허용으로 얻게 될 소비자 편익이나 지역 상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객관적인 연구용역도 진행하지 않고, 상생협약을 맺었으니 법을 개정하라고 국회를 압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대형마트 운영 대다수는 이미 물류센터 기반으로 심야·새벽·휴일 배송이 가능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두고 당장 여야 간 입장이 첨예한 상황이라 단기간 내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 여기엔 당사자인 대형마트 사업자들이 온라인 배송 허용과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내기보단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다수 대형마트는 주간배송을 운영하며 소비자들 주문 상품을 빠르게 배송하고 있다.

이동주 의원실 관계자는 “대형마트에선 24시간 온라인 배송이 허용되더라도 당장 도서산간이나 수도권 외 지역에서 심야·새벽배송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긴박하게 요구하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규제가 없어지면 새벽배송 사업을 검토라도 해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심야·새벽배송은 인건비 등 비용이 많이 들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나오는데, 새벽배송이 허용된다면 전국 거점으로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는 회사도 있고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다보니 입장차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대형마트 온라인 배송 허용안을 두고 야당에서 강력히 반대하고 산업계는 뚜렷한 규제 완화 목소리를 내지 않는 상황이다 보니 올해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 될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이해관계가 복잡한 대형마트 규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선 유통업법 개정안이 통과되긴 어렵고 다음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김성원 의원실 측은 “여야 합의로 법안을 상정시키도록 문제를 풀어보려 한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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