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상승세 현대오토에버, '내부거래' 숙제 해결할 수 있을까
[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자동차그룹의 내부 일감 소화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냈다. 다만 내부거래가 매출에 차지하는 영향이 줄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에는 경영상황에 맞춰 배당 성향을 최대 35%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혀 업계에서는 사실상 주요 주주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고 페이백까지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토에버는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 1조4198억원, 영업이익 83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3%, 63% 높아진 수준이다. 현대오토에버는 상반기 실적 향상의 주된 요인으로 시스템통합(SI) 분야에서 현대자동차와 현대로템의 차세대 ERP 시스템 구축, 현대모비스의 서비스 부품 차세대 시스템 구축, 현대제철 프로세스혁신(PI) 후속 안정화 등을 꼽았다.
현대오토에버 매출의 46.1%를 차지하고 있는 IT아웃소싱(ITO) 분야에서도 그룹의 디지털 전환 대응을 위한 IT 운영 확대가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모비스 연구소 설계해석용 개인용 연구장비(PWS) 등 IT 장비를 공급했으며, 현대카드 코어 데이터베이스 업그레이드를 위한 인프라도 공급했다. 그 결과 현대오토에버 ITO 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2% 성장했다.
다만, 현대오토에버 올해 상반기 매출에도 그룹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어들지 않은 모습이다. 현대오토에버는 2021년 매출 중 87%가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지난해에도 국내에서 2조2408억원의 매출을 발생시켰으며 그 중 내부 매출은 1조7432억원으로 77.8%에 달했다.
특히 현대오토에버의 2021년 내부거래 매출 비중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대기업 집단 IT 서비스 기업들의 평균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당시 공정위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IT 서비스 내부 매출 비중은 68.3%였다. 현대오토에버는 평균치보다 18.7%p 높은 수준이다.
업계는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함에 따라 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토에버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프로바이더를 지향하고 있다"며 "앞으로 모빌리티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대내외를 가리지 않고 신사업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오토에버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만큼 배당 성향 증가가 오히려 그룹 주력사로부터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상당액을 페이백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오토에버의 주요 주주는 ▲현대자동차 31.59% ▲현대모비스 20.13% ▲기아 16.24% ▲정의선 7.33% 등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 주주 중 주요 수입원인 그룹사 비중이 67%를 넘어선다"며 "내부거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정도 내부거래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는 하지만, 그 외의 다른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 IT 서비스 업계의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IT 서비스 기업의 특성상 내부거래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IT 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IT 서비스 기업들은 그룹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보니 내부거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액주주도 있기 때문에 배당 성향 증가가 페이백이라는 지적은 무리한 지적"이라며 "업계의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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