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온오프 경계 사라진 유통업계…쿠팡 '선방', 이마트·롯데 '부진'

이안나 기자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전경 [ⓒ쿠팡]
쿠팡 대구 풀필먼트센터 전경 [ⓒ쿠팡]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이 올해 2분기 실적에서 희비가 갈렸다. 전통 유통 강자로 불리는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시장 기대치를 대폭 밑도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반면, 신흥강자 쿠팡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쿠팡은 롯데쇼핑에 이어 오프라인 유통 1위 업체인 이마트 매출도 2개 분기 연속 넘어섰다. 오프라인 매장 하나 없이 쿠팡은 전통 유통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셈이다. 국내 유통시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며 유통공룡 간 패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올해 2분기 실적 쿠팡 '미소'…이마트·롯데와 상반=14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올해 2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1% 증가한 7조6749억원(평균 원·달러 환율 1314.68원 적용 기준), 영업이익 194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이후 4개 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올해 첫 연간 흑자 달성 가능성도 높였다.

쿠팡은 올해 2분기 매출 기준으로 롯데쇼핑과 이마트를 넘어섰다. 각사마다 계열사 구성은 다르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도 쿠팡이 가장 양호하다. 유통 시장 전반이 ‘수익성 강화’ 기조를 내세우는 상황에서 롯데쇼핑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줄어들고 이마트는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7조2711억원, 영업손실 53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7% 소폭 상승했지만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123억원)보다 407억원 대폭 늘었다.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6220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동기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2%, 30.8% 감소했다.

단순 매출만 비교하면 쿠팡이 롯데쇼핑보다 2배 이상 높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이마트다. 쿠팡이 지난 1분기를 시작으로 2개 분기 연속 이마트 매출을 앞질렀다. 지난 1분기 쿠팡과 이마트 매출 차이는 약 2600억원이었지만 이번 2분기엔 약 4000억원으로 격차가 커졌다.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유통 1위’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이마트가 올해 2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건 대형마트 영향이 컸다. 별도 기준으로 보면 할인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3% 감소, 영업손실은 130억원 늘었다. 이마트는 “미래 지속 성장을 위한 대규모 리뉴얼 투자와 지난해 9월 가양점, 올해 4월 성수점 영업종료 및 전기료 상승 등에 따른 에너지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마트 가양점과 성수점은 각각 부지를 현대건설과 크래프톤에 매각하고, 추후 건물 일부를 분양받아 재입점할 계획이다. 다만 이전까지 영업이 중단된 상태라 영업이익 감소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마트 본사 전경 [ⓒ이마트]
이마트 본사 전경 [ⓒ이마트]

◆ 이마롯쿠, 하반기 '멤버십'+'버티컬' 경쟁=하반기는 추석 명절에 이어 블랙프라이데이, 크리스마스 등 행사가 이어지는 유통업계 성수기로 통한다. 쿠팡과 이마트, 롯데쇼핑 고객 유치 전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특히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어선 싸움은 유료 멤버십과 버티컬 카테고리 부문에서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쿠팡은 활성고객(분기 내 제품을 한번이라도 산 고객)이 전년동기대비 1% 증가에 그치는 등 정체 현상을 겪었다. 그러나 이번 2분기엔 전년동기대비 10% 늘며 1971만명을 기록했다. 쿠팡은 ‘와우’ 유료 멤버십 혜택을 강화해 활성 고객 수를 높인다는 목표다. 대표적으로 최근 쿠팡은 멤버십 혜택에 배달앱 쿠팡이츠 무제한 할인 혜택을 정규 혜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마트도 유료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 회원 혜택을 확장해 고객 록인(Lock-in) 효과를 높인다. 신세계유니버스클럽은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강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유료 회원 대상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W컨셉과 이마트24 등 그룹 관계사와 대한항공·KT 등 외부 제휴사와 연계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유료 멤버십 시장에서 네이버와 쿠팡이 1000만명 내외 회원 수를 갖고 있는 만큼, 이마트 역시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경쟁사들과 비슷한 규모 회원 수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과제다.

롯데쇼핑은 백화점 부문에서 올해 하반기 인천점 식품관 및 수원점 등 수도권 주요점포 리뉴얼을 본격화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지난 7월 말 베트남에 시범 운영 중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 역량을 집중한다. 이커머스 부문은 명품·뷰티·패션 등 버티컬 카테고리에 집중한다.

패션·뷰티 영역에 후발주자로 뛰어든 쿠팡과 겹치는 영역이기도 하다. 쿠팡이 패션·뷰티 영역에서 로켓배송 카테고리를 키우는 가운데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면세점 등과 시너지를 활용해 차별화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3·4분기가 성수기인데다, 하반기 경기가 조금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전반적 흐름은 상반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온오프라인 유통사 구분 없이 고객 확보를 위해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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