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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비밀 누출한 前직원 구속…'자문'에 '가명'까지 수단방법 안 가려

이건한 기자
LG에너지솔루션 오창 배터리 생산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배터리 생산공장 전경. [ⓒ LG에너지솔루션]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전직 직원이 2차전지(배터리) 관련 국가핵심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16일 A사의 2차전지 제조 및 공정 관련 기술 등 국가핵심기술이 포함된 영업기밀을 다수 촬영해 자문중개업체를 매개로 누설한 직원 B(50세)를 구속 기소하고 자문중개업체 전 이사 C(34세)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A사는 배터리 시장 국내 점유율 1위, 중국 시장 제외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설명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이에 해당한다.

공소 내용에 따르면 B는 2021년 이후 약 2년 동안 부정취득한 영업비밀을 자문중개업체를 통한 유료자문 형식으로 지속 유출해온 것으로 확인된다. 구두 자문료는 시간당 평균 1000달러, 서면 자문료는 최소 3000달러에 달했으며 최소 320건을 진행해 9억8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B가 범죄에 활용한 ‘자문’은 신종 영업비밀 유출 수법이다. 이번 건은 경쟁 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거나 경쟁 업체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직접 내부 기밀을 빼돌리는 통상적인 형태가 아니라, 자문의뢰자(고객사)가 자문중개업체를 통해 특정회사 전·현직 임직원(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하고 자문료를 지급하는 간접적 형태였다. 특히 고객사가 자문 만족도에 따라 자문료를 책정하는 방식으로, 높은 자문료를 받기 위해 전문가는 영업비밀을 유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구조다.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문제는 베일에 쌓인 고객사 신원과 자문의 광범위함이다. 자문중개업체는 비밀유지계약에 따라 전문가에게 고객사의 신원을 알려주지 않는다. 자문을 의뢰받은 전문가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회사의 주요 비밀을 누설하는 셈. 검찰 자료에 따르면 고객사는 주로 외국계 사모펀드 운용사가 컨설팅 회사로 추정된다.

또한 자문은 중개업체도 참여하지 않는 1:1 비공개 컨퍼런스콜(통화)로 진행돼 실체 확인이 어려운 구조다. 검찰은 사건 관계인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등 최첨단 수사기법으로 B의 영업비밀 부정 취득과 누설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B가 자문을 요청받은 내용은 LG에너지솔루션이 개발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의 ▲시장 진입 전략 및 목표 ▲주요 타깃 고객 ▲수명 ▲출력 ▲원가경쟁력 등 핵심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특히 사용하는 양극재와 재료비, 셀 투입 비용 등 해당 배터리 사업 및 영업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한 내용들도 포함돼 유출에 따른 피해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서울중앙지방검찰
ⓒ 서울중앙지방검찰

B의 범행에는 의도성이 엿보인다. 유료 자문이 이뤄지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영리 목적의 자문행위를 금지한다’는 내부공지를 하고 자문중개업체에 ‘자사 직원 접근금지’ 공문을 보냈으나, 이에 A는 가명으로 자문을 진행했다. 또한 중개업체가 실명 인증을 요구하자 동생의 주민등록증을 촬영한 후 이름을 가명으로 변경해 제출하는 공문서 위조 행위도 저질렀다.

검찰은 상당수 자문중개업체가 해외에 본사를 두고 1:1 비공개 자문을 진행하며, 영업비밀 유출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는 만큼 추가 수사를 통해 유사사례를 확인 중이다. 더불어 국가핵심기술 등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유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막대한 점을 고려할 때 기업은 자문중개업체의 ‘유료 자문’에 대한 경각심과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 사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검찰의 발표대로 직원의 불법행위가 알려져 회사가 고소를 진행한 건이 맞다"며 "현재 조사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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