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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낯 뜨거운 자화자찬 [DD인사이트]

박기록 기자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그룹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재임 당시 2019년~2022년 4년간 ▲지속적인 위험가중 자산 및 건전성 관리 ▲다수 자회사 편입으로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 확충 ▲그룹 모바일 브랜드 WON중심 디지털 경쟁력 강화 ▲ESG 부문 강화 ▲은행 및 비은행 부문 수익 확대 ▲완전 민영화 성공 ▲홍보와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그룹 이미지 재고 등등”

우리금융지주사가 지난 14일 전자금융공시시스템에 공개한 반기보고서(6월말 기준)에 올려놓은 전임 회장의 장기성과급여 책정 근거로 열거한 내용들이다.

물론 우리금융 주식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은 사업보고서상의 이 내용들을 전임 회장의 개인적 성과가 아닌 사실상 우리금융그룹이 이룬 성과로 인식한다.

참고로 전임 회장은 올해 상반기 총 13억원의 보수를 받았다. 퇴직금 3억4500만원을 합한 액수다.

물론 국내 4대 금융지주사중 올 상반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18억200만원)에 비해서는 적은 액수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여기에 ‘보수총액에 포함되지않는 보수’로써 성과연동형 주식기준보상으로 최대 3만2242주가 별도로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올 상반기 우리금융지주 이사 8인(신규 선임 3명 및 퇴임 4명 연환산 인원수 포함)에 대한 보수 총액은 17억7200만원, 1인당 평균보수액은 2억9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성과급 지급의 근거로 열거된 내용들을 과연 우리금융 투자자들이 얼마나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장이라도 그 '성과'를 반박할만한 내용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먼저 지난해 3월, 우리은행에선 내부 직원에 의한 700억원대에 가까운 대규모 횡령 사고의 전모가 드러났다.

2012년6월부터 2020년6월까지 8회에 걸쳐 697억3000만원에 대한 횡령 사건이다. 어쩌면 대(對) 이란 금융제재 조치에 대한 외부적 상황 변화가 없었다면 지금도 사고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해 7월 금융감독원은 2개월여 현장 점검조사 끝에 “사고자 개인의 일탈이 주된 원인이지만, 대형 시중은행 본부 부서에서 8년이란 오랜 기간에 걸쳐 700억원에 가까운 거액의 횡령이 발생한 데는 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우리은행의 허술한 ‘내부통제’ 시스템 체계를 거세게 질타했다.

최근 강민국 의원실(국민의힘, 경남 진주시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금융업권 임직원 횡령 사건 내역’(2017년~2023년7월)을 공개했다.

횡령 금액 기준으로 보면, 은행권이 1509억 8010만원(83.1%)으로 비중은 높은 가운데 그중에서도 우리은행이 733억3110만원으로 타 은행을 압도하고 있다.

우리금융이 성과라고 사업보고서에 열거한 'ESG 부문 강화'가 무색한 대목이다.

더구나 이 기간동안 우리은행의 횡령금 회수 금액은 9억700만원으로 회수율이 1.2%(올 6월말 기준)에 불과하다. 내용면에서도 최악이다.

지난 5월에는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우리은행에 대해 펀드 상품 판매의 설명 확인 의무 위반, 판매 과정에 녹취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과태료 2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이어 6월에는 우리은행 내부 감사를 통해 비수도권 지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의 횡령 사실이 추가로 밝혀지기도 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올 상반기 심각한 실적 부진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올 상반기 당기순익 1조538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7% 감소했다. 특히 지난 2분기 순익은 전년동기대비 무려 31.6% 감소한 6250억원을 나타냈다. 4대 금융지주사중 꼴찌다. 대부분의 금융지주가 올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그런데도 우리금융측은 성과의 사유로 ‘은행 및 비은행 부문 수익 확대’를 자랑스럽게 적어놓았다.

실제와는 거리가 먼 자화자찬이다. 우리금융은 지금까지도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증권사와 보험 계열사를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의 상당 부분을 여전히 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기형적 구조다.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고, 대규모 횡령 사고를 유발한 내부통제시스템의 부실에 대해서는 우리금융 사업보고서 어디에도 책임을 묻거나 따진 흔적이 없다.

주지하다시피 우리금융은 과거 적지않은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면서 살아나 지금의 민영화에 이른 흑역사를 가진 회사다.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우리금융지주의 사업보고서를 꼼꼼하게 읽는 투자자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또 사업보고서에 열과된 성과는 으레 '형식적 수사(修辭)'정도로 대수롭게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과거 우리금융의 흑역사를 생각하면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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