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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사 황금알 역할은 옛말...실적 고꾸라진 홈쇼핑, 활로 찾기 분주

이안나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코로나19 특수효과가 사라진 후 국내 주요 홈쇼핑사들이 지난 1분기 이어 2분기에도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간 홈쇼핑은 연간 영업이익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그룹 계열사 자금을 대주는 동력이 됐지만, 점차 그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다. 유통 대기업들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상대적으로 높았던 홈쇼핑 의존도를 낮추는 추세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GS샵·CJ온스타일·롯데홈쇼핑·현대홈쇼핑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모두 하락했다. 특히 롯데홈쇼핑과 현대홈쇼핑 영업이익률이 전년동기대비 급감하면서 주요 홈쇼핑 4사 영업이익 합산은 지난해 2분기 1065억원에서 올해 2분기 560억원으로 거의 반토막(47%) 났다. 매출액은 1조2238억원에서 1조1278억원으로 7%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곳은 롯데홈쇼핑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2.8% 감소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동기대비 87% 줄어든 40억원으로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6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높아진 송출수수료와 홈쇼핑 업계 침체라는 공통적 요인 외에도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새벽방송(오전 2시~8시) 중단이 ‘직격탄’이 됐다.

현대홈쇼핑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00억원 선이 깨진 8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감소 및 송출수수료 증가로 영업이익이 70.3% 급감했다. 매출 감소 및 송출수수료 증가는 업계 전반이 겪는 어려움이다. 롯데홈쇼핑처럼 특이사항 없이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는 건 현대홈쇼핑이 그만큼 부진했다는 뼈아픈 결과다.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 감소폭이 가장 적었던 건 CJ온스타일이다.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8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로 유일하게 한자릿수 감소에 그쳤다. 패션·여행·렌탈 등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포트폴리오 강화로 TV취급고가 증가한 영향이다.

다만 영업이익 감소 폭이 가장 적은 건 지난해 2분기 CJ온스타일이 다른 경쟁사들 대비 부진한 실적을 거뒀던 데 따른 효과다. 작년 2분기 CJ온스타일은 주요 홈쇼핑 4사 중 홀로 200억원 아래인 195억원으로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다.

올해 2분기 GS샵은 영업이익 273억원으로 주요 홈쇼핑사들 중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동기대비 두자릿수 떨어졌기 때문에 ‘선방’했다고만 보기 어렵다. 마케팅비 절감 등 수익중심 운영에도 불구, 의류·식품 등 카테고리 매출 하락으로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5% 하락, 매출은 12.5% 줄었다.

주요 홈쇼핑 4사 2023년 2분기 실적 요약
주요 홈쇼핑 4사 2023년 2분기 실적 요약

홈쇼핑사들 실적 부진은 모회사 격인 각 그룹에도 전략 변화 필요성을 안긴다. 과거처럼 홈쇼핑을 ‘현금 곳간’으로 의존하기엔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 업계가 정체됐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언급됐지만 2021년까지만 하더라도 주요 홈쇼핑사들은 연간 1000억원 이상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탄탄한 재무 여력은 같은 그룹사에 도움을 주기에도 효과적이었다.

가령 GS리테일은 2021년 7월 GS샵(GS홈쇼핑)을 흡수합병하면서 막강한 현금 창출력을 갖게 됐다. GS리테일이 홈쇼핑 합병을 발표할 시기 물류·IT·신사업에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비전을 밝힐 수 있었던 이유도 GS샵 재무여력이 뒷받침됐다. 지난해 11월 롯데홈쇼핑은 롯데건설 유동성 공급을 위해 3개월간 1000억원을 빌려주는 구원 투수 역할을 했다.

문제는 홈쇼핑 업체들 수익성이 지속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 그룹사 입장에선 막강한 수익원이던 홈쇼핑 업체들 수익성이 계속 나빠질 경우, 투자가 위축되거나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또다른 수익원을 발굴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롯데홈쇼핑을 계열사로 가진 롯데쇼핑은 올해 2분기 홈쇼핑·백화점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30.8% 감소했다. GS샵이 속한 GS리테일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94.5% 급증했는데, 이는 호텔 사업이 급성장하며 홈쇼핑 감소분을 상쇄한 영향이다.

홈쇼핑 업체들은 올해 또다시 인상될 송출수수료에 부담감을 표하면서도 나란히 ‘탈TV’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바일 앱 기반으로 사업 중심을 옮겨 라이브커머스를 강화하거나 지적재산(IP) 사업 확대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선다.

이달부터 새벽방송이 재개된 롯데홈쇼핑은 유튜브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강화하고, 벨리곰, 가상인간 루시 등 자체 IP사업을 확대한다. 현대홈쇼핑도 실적 만회를 위해 젊은층 유입을 위한 신규 콘텐츠를 선보인다. CJ온스타일은 TV·이커머스 채널을 결합한 ‘원플랫폼’ 전략을 내세우고, GS샵 역시 TV와 유튜브, 모바일 등을 결합한 크로스 방송을 시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사 매출은 전년대비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은 송출수수료 상승분만큼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패션 상품이나 건강기능 식품 중심으로 자체상품(PB)를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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