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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SK하이닉스, EUV 이어 ‘하이NA D램’ 시대 연다…내년 시제품 제작

김도현 기자
EUV 공정 도입한 '1a D램' [사진=SK하이닉스]
EUV 공정 도입한 '1a D램' [사진=SK하이닉스]

- 이르면 2025년 말 본제품 양산 전망…EUV·하이NA 교차 적용 검토

- 삼성전자도 추진…美 마이크론, 2025년에서야 EUV 첫 도입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SK하이닉스가 메모리 혁신을 이어간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300단대 낸드플래시 등에 이어 차세대 극자외선(EUV) 기반 D램 개발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3인자 미국 마이크론과 거리두기를 확실히 하겠다는 심산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부터 ‘하이-뉴메리컬어퍼처(NA)’ 공정을 활용한 D램 시제품을 만들 예정이다.

하이-NA는 최신 노광 기술인 EUV의 다음 버전이다. EUV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불화아르곤(ArF) 대비 약 14배 짧은 파장을 통해 미세한 회로를 구현할 수 있는 방식이다. ArF로 수차례 패턴을 그리던 것(멀티패터닝)을 EUV로 한 번에 형성(싱글패터닝)할 수 있기도 하다.

EUV의 경우 시스템반도체에서 먼저 쓰이다가 메모리로 영역을 넓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1년 10나노미터(nm)급 4세대(1a) D램에 처음으로 EUV 공정을 적용한 바 있다.

하이-NA는 EUV 대비 렌즈 및 반사경 크기를 확대해 해상력을 0.33에서 0.55로 확대한 것이 특징이다. 해상력은 렌즈나 감광 재료가 얼마나 섬세한 묘사가 가능한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EUV가 3나노 반도체까지 책임진다면 2나노 반도체부터는 하이-NA가 투입될 전망이다.

EUV 이어 하이-NA 역시 네덜란드 ASML이 전용 설비를 단독 공급한다. ASML은 2024년 세계 최대 반도체연구소 벨기에 아이멕과 하이-NA 공정을 테스트할 수 있는 랩을 열고 2025년부터 장비 양산을 본격화한다.

'EUV' 노광 장비 [사진=ASML]
'EUV' 노광 장비 [사진=ASML]

마찬가지로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하이-NA 장비를 갖출 전망이다. TSMC, 삼성전자, 인텔 등이 대상이다. SK하이닉스도 발주를 낸 상태다. 따라서 SK하이닉스는 내년 해당 랩을 통해 하이-NA D램 샘플을 생산에 돌입하고 2026년 전후로 본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는 1a D램에 이어 10나노급 5세대(1b) D램에도 EUV를 도입했다. 각각 1개 레이어에만 EUV 공정을 쓰였다. 앞서 SK하이닉스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부터 EUV 적용 레이어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NA는 차기작부터 관여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현재 ArF와 EUV를 병행하듯 두 기술과 하이-NA를 혼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당분간은 ArF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가운데 EUV 또는 하이-NA 침투율을 높여가는 흐름이다.

같은 맥락에서 SK하이닉스는 올해 초 EUV 전담 조직 규모를 확대하는 등 EUV 기술력 극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EUV D램을 세계 최초 생산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보다 빠르거나 비슷한 시기에 하이-NA D램을 제작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에 EUV를 적극 활용하는 만큼 관련 노하우는 메모리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편 마이크론은 2025년 양산 예정인 1c D램에 이르러서야 EUV를 첫 도입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비 4~5년 늦은 시점이다. 양사가 내년부터 하이-NA D램 개발에 착수하는 점을 고려하면 마이크론은 1~2위와 격차가 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마이크론은 연이어 세계 최초 타이틀을 획득하는 등 두 회사 추격에 속도를 높인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미래 제품에 대해 밝힐 순 없으나 D램에 EUV, 하이NA 등을 확대 적용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기자
dobest@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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