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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3 디지털금융 ⑭] 핵심 '계정계' 업무 클라우드 전환 나서는 국민은행… 외로운 여정의 시작

박기록 기자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 발간한 <2023년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게재된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실제 책의 편집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도서는 디지털데일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온라인 한정 판매되며 일반 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국민은행은 지난 2020년10월, ‘더 K 프로젝트’로 명명된 ‘정보계’ 차세대 프로젝트를 1년 6개월동안 2단계에 걸쳐 완료했다.

이를 통해 국민은행은 ‘마케팅 허브’와 ‘끊김없는’(Seamless) 금융서비스, 고도화된 초개인금융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이제 남은 것은 여‧수신, 외환, 대외계를 총괄하는 등 계정계 업무시스템에 대한 혁신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포스트 더 케이’ (Post the K)전략을 수립하고 계정계시스템 혁신을 검토해왔으왔으며 그 결과 ‘코어뱅킹 현대화’ 전략이 태동했다.

현재 국민은행이 운영중인 계정계시스템은 13년전인 지난 2010년 2월, ‘마이 스타’(My Star)로 명명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2007.4~2010.2)의 결과물이다.

당시 국민은행은 하루 트랙잭션 1억6000만건을 버틸수 있도록 IBM 메인프레임 주전산시스템 환경에서 프레임워크 기반의 계정계(코어뱅킹)시스템을 재개발했다.

국민은행의 ‘코어뱅킹 현대화’사업은 신한은행이 2024년중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빅뱅 방식의 ‘더 넥스트’ 사업과는 차이가 있다. ‘현대화’는 완전히 제로 베이스에서 새출발한다는 의미보다는 ‘뱅킹시스템을 기존보다 개선해 효율적을 쓰겠다’는 의미에 더 비중이 실리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코어뱅킹 현대화’는 기존 사용중인 IBM 메인프레임을 앞으로도 병행 유지하겠다는 국민은행의 전략적 결정이다. 따라서 당초 2025년7월까지 설정돼있는 IBM과의 전산장비 할인구매프로그램인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계약도 연장 갱신될 전망이다.

결국 국민은행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 환경을 유지하면서 클라우드 적용 확대에 따른 IT인프라 운영의 혁신을 지속하고, 유연한 차세대시스템 효과를 낼 수 있는 국민은행만의 ‘코어뱅킹’(Core Banking)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은행은 ‘코어뱅킹 현대화’에 대해 시스템의 리팩토링, 리아키텍팅 수준의 변화를 일컫는다고 정의하고 있다. 기존 계정계 주전산시스템 환경을 유지하되 이와 병행할 별도의 새로운 코어뱅킹 아키텍처를 짜는 것이다. 즉, 일부 계정계 업무를 클라우드 환경에서 운용하기위해 별도의 코어뱅킹시스템을 따로 구성하는 ‘듀얼 뱅킹’(Dual Banking)전략인 셈이다.

이같은 ‘듀얼 뱅킹’ 전략은 역사가 오래된 해외 일부 대형 은행들에선 보여지는 모델이다. 다만 다른 것은 새로 추가 병행되는 코어뱅킹시스템은 클라우드 기반이라는 점이다.

이와관련 올 6월말 현재, 국민은행은 영국의 코어뱅킹솔루션업체인 소트머신(Thought Machine)의 클라우드 기반 코어뱅킹엔진인 ‘볼트 코어(Vault Core)’을 도입하기위한 개념검증(PoC) 작업을 진행중이다.

‘볼트코어’ 엔진은 SaaS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클라우드 네이티브 솔루션으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다만 국민은행이 진행하는 PoC에 어느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인지는 현재로선 공식화되지 않았다. 이와관련 “계좌관리, 상품개발 등 기존 계정계 일부 업무의 클라우드 전환에 따른 검토 내용이 많다”는 것이 국민은행측의 입장이다.

앞서 국민은행은 ‘코어뱅킹 현대화’ 전략을 본격 실행에 옮기기위해 올해부터 ‘IT그룹’조직내에 ‘코어넥스트(CoreNext)부’를 새롭게 신설했다.

국민은행측은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은 ‘KB 코어넥스트(CoreNext) 시스템’ 통합 사업이 주축이며, 통합플랫폼 구축을 중심으로 애자일 앳 스케일(Agile-at-Scale) 방식으로 점진적인 전환을 진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편 국민은행은 PoC를 거쳐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에 본격 착수하면, 계정계 일부 업무를 프라이빗 클라우드로 전환해 3~5년간 운영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시기를 특정하지는 못하지만 궁극적으로 완전히 계정계 업무 전체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국민은행은 클라우드 기반의 코어뱅킹 운영 환경으로 전환하게 된다. 물론 국민은행의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의 여정이 순탄할 것인지 아니면 예상치못한 난관에 직면할 것인지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국민은행처럼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를 건너뛰고 x86기반의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국내에 없었다는 점은 불안요인이다. 해외에선 JP모건체이스은행이 계정계 업무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면서 ‘소트머신’을 채택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앞서 국민은행은 올해초 ‘코어뱅킹 현대화’ 2단계 사업 제안요청서(RFI)를 공개하면서 기존 메인프레임 코어뱅킹과의 병행운영을 위한 어플리케이션‧데이터‧시스템 관점의 통합 아키텍처 구성과 함께 다양한 서비스 요청 처리를 위한 API 컴포지션(Composition) 및 공통기능 구축을 제시한 바 있다.

또 코어뱅킹시스템 병행 운영시 데이터 정합성을 위한 검증 플랫폼과 메시지 기반 처리구조를 위해 필요한 인터페이스계 대응개발, 전환업무를 대상으로 데이터 정합성 검증환경 구성을 위한 프로세스‧방법론 및 관리체계 수립, 각 시스템에서 수행하는 작업 에러시 담당자가 식별, 추적, 수정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 수립 등도 제시했다.

특히 관심이 모아지는 ‘상품개발’ 과제의 경우, 계정계 병행운영에 맞는 ‘상품(Product) 아키텍처’를 별도로 마련해 메인프레임과 클라우드에서 동시에 운영될 수 있는 구조도 만들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국민은행은 ‘코어 넥스트’ 프로젝트 사전검토에서 확보한 자산(기술, 인력 등)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코어뱅킹을 통해 적립식‧대출 상품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단위 업무 중심의 모듈화된 구조로 전환해 신속한 모델링, 개발 및 테스트가 가능한 개발체계를 마련함으로써 뱅킹서비스 적용의 민첩성을 확보한다는 전략도 제시한 바 있다.

한편 국민은행은 IBM 메인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에 대해 ‘반(反)혁신’적인 일각의 시선을 경계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국내 최대 규모의 트랜잭선이 발생하는 은행이며 ‘종합금융플랫폼’이 확장될수록 트랜잭션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메인프레임의 최대 강점인 ‘안정성’측면에서 가치가 새롭게 조명돼야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국민은행은 ‘코어뱅킹 현대화’를 통해 기존 코어뱅킹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좀 더 빠른 비즈니스 전개가 가능한 유연한 환경을 구현하기위해 클라우드 지향(Cloud-Native), MSA, API 등 혁신기술을 활용한 중장기 뱅킹시스템 개선의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은행이 올해 추진하는 ‘코어뱅킹 현대화’ 전략은 국내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전환을 구상하고 있는 세계 금융권의 각별한 관심사이기도 하다.

국민은행 IT혁신 방식에 대한 엇갈린 견해차가 금융권에 존재하지만 기존 IBM 메인프레임에 의해 길들여졌다는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을 깨고 ‘코어뱅킹 현대화’를 통해 뱅킹시스템 혁신의 해법을 찾아 전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한 이는 지난 2014년 어느날, 당시 한국IBM 사장의 이메일 한 통으로 촉발된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간에 벌어졌던 갈등과 파국, 그 흑역사를 지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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