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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023 디지털금융 ⑬] 신한‧하나·국민… 저마다 다른길, ‘세 은행의 차세대시스템 전략’

박기록 기자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 발간한 <2023년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게재된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실제 책의 편집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도서는 디지털데일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온라인 한정 판매되며 일반 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올해 국내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차세대전산시스템' 프로젝트는 세 개가 꼽힌다.

신한은행이 2021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더 넥스트’( The NEXT), 하나은행이 ICT리빌딩을 위해 올해 3월부터 착수한 ‘프로젝트 O.N.E’, 그리고 국민은행이 올해 2분기부터 착수한 ‘코어뱅킹 현대화(Core Banking Modernization)사업이 그것이다. 각 사업별 편차는 있지만 3000억원 안팎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세 은행의 행보는 국내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전략이 이젠 같은 업종내에서도 독자적인 전략에 따라 차별화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차세대 프로젝트'의 명칭에서 부터 더 이상 과거의 '빅뱅식' 전략에 집착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난다. 은행마다 차세대 프로젝트 기간도 유연하게 정해지고, 개발 범위도 예전보다는 훨씬 구체성을 띄면서 '목적 지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물론 이처럼 금융권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이전과 달라지게 된 보다 직접적이고 근본적인 이유는 클라우드 때문이다. ‘클라우드 광풍’이 미친 나비효과다.

◆신한은행, 주전산시스템 환경 클라우드 전환 목표… 가장 공격적 시도

먼저, 신한은행의 ‘더 넥스트’프로젝트는 역설적이지만 가장 전통적인 차세대시스템 구축 방식을 따르고 있다. 기존 ‘빅뱅’ 방식의 장점을 살려, 전면적으로 IT인프라를 동시에 개편하는 전략이다.

디지털, 코어뱅킹(계정계), 마케팅, 데이터, 인프라 영역 등 전 영역이 차세대시스템 환경으로 전환된다. 구축 기간도 2021년5월부터 2024년5월까지 꼬박 3년이 소요되는 대형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1단계 사업을 완료했다.

유닉스에서 x86기반으로 코어뱅킹시스템을 전환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플랫폼 환경에서 기존보다 훨씬 더 유연하게 IT인프라 확장이 가능한 구조로 혁신하겠다는 것이 신한은행의 '더 넥스트' 전략이다. 이와함께 디지털뱅킹 서비스 구조 현대화, 데이터 중심(Data-driven) 비즈니스 혁신 등 정보화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다만 이 방식은 3년이나 길게 프로젝트가 이어진다는 점이 단점으로 꼽힌다. 프로젝트 진행도중 기존에 없던 혁신 기술이 돌출된다거나 정책이나 규제의 변화로 시스템에 추가로 반영해야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과거 국내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가 제때 완료되지 못하는데는 이러한 이유가 적지않은데 신한은행도 이러한 불확실성의 리스크로터 자유롭지는 못하다.

또한 차세대 프로젝트 기간중 CIO(최고정보화담담임원)의 임기가 만료되고 후임 CIO가 프로젝트를 이어받아 진행하는 것도 국내 은행권에선 보기드문 사례다.

◆하나은행, 필요한 핵심 업무위주로 차세대 환경 전환… 가장 실용적인 접근

반면 올해 3월부터 시작된 하나은행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성격인 ‘프로젝트 O.N.E’은 신한은행보다는 구축 기간이 짧고 개발 과제 및 범위도 적다.

하나은행은 ▲초개인화 마케팅 플랫폼 구축 ▲데이터 허브 구축 ▲옴니채널 기반 영업점 상담 환경 고도화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인프라 구축 등을 핵심 개발 과제로 정했다. 필요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차세대 환경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즉, 하나은행은 계정계(코어뱅킹)를 제외한 채널계시스템 부문의 혁신과 함께 해당 업무의 x86서버 적용 및 프라이빗 클라우드 환경 전환, 고객데이터 싱글뷰 관리, ‘끊김없는’ 금융 서비스 구현, 초개인화 마케팅, IT인프라 혁신 등을 기대하고 있다.

개발 과제를 보면 하나은행의 ‘프로젝트 O.N.E’은 기존 은행권의 ‘정보계 차세대시스템’과 유사하다. 하지만 채널계를 포함한 기존 일부 계정계 업무의 클라우드 전환 등 기존 뱅킹시스템 체계를 클라우드로 전환한다는 점에서 계정 및 정보계 혁신의 효과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은행의 ‘프로젝트 O.N.E’은 비록 혁신성 측면에선 프로젝트 범위가 크지 않지만 어쩌면 현재 유닉스(UNIX) 중심의 주전산시스템 체계를 가동하고 있는 국내 은행권이 가장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절충형’ 차세대 IT혁신 방식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 유닉스 환경에서 가동되고 있는 계정계 업무의 일부를 x86 기반의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하면서 부담을 줄이고, 디지털금융 플랫폼 확장에 유연한 뱅킹시스템 혁신의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하나은행이 이러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를 선책하게된 배경에는 지난 2016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간의 합병 당시, IT 통합이 한차례 대규모로 진행된 것도 작용한다. 이를 통해 하나은행은 기존 기간시스템의 용량을 대폭 확보했고 상대적으로 차세대시스템 전환에 여유로운 입장을 취해왔다.

◆국민은행, 'IBM 메인프레임 중심'에서 단계적 탈피… '코어뱅킹 현대화'에 담긴 절실함

한편 KB국민은행이 올해 2단계 사업으로 진행하는 ‘코어뱅킹 현대화’는 국내 은행권의 상황에서만 놓고 본다면 ‘특이한 케이스’로 분류된다. 국내 금융권에선 생소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민은행이 현행 ‘IBM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 환경에서 계정계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이어진 결과다.

현재 금융권에서 진행중인 클라우드 전환 프로젝트의 대다수는 기존 유닉스 체제에서 x86환경으로 자연스러운 전환(U2L, UNIX to Linux)이 이뤄지고 있지만 메인프레임을 채택하고 있는 국민은행은 이런 경우가 아니다.

거래량이 압도적인 국민은행은 전산시스템의 안정성을 고려해 메인프레임 기반의 주전산시스템에서 유닉스를 건너뛰고 곧바로 x86 환경으로 전환하는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핵심인 계정계 업무의 클라우드 전환 흐름에 어떤식으로든 대응해야하는 국민은행으로서는 이를 위한 해법을 찾아야만했다. 그것이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로 귀결된 것이다.

국민은행은 IBM 메인프레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계정계 주전산시스템은 기존대로 유지하되 일부 계정계 업무를 단계적으로 분리해 클라우드 방식으로 전환하는 ‘뉴 코어’(New Core)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것이 ‘코어뱅킹 현대화’사업의 핵심이다. 기존 코어뱅킹외에 또 다른 코어뱅킹를 당분간 병행 운영해야한다는 점에서 ‘듀얼(Dual) 코어뱅킹’ 방식으로도 분류될 수 있다.

이같은 별도의 클라우드 기반 코어뱅킹시스템을 가동하기위해 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영국의 '소트 머신'(Thought Machine)사의 코어뱅킹 패키지를 테스트해왔다. 테스트 결과가 긍정적일 경우, 국민은행은 이 패키지를 기반으로 코어뱅킹 현대화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물론 내부적으로는 타임 라인을 정해뒀겠지만 국민은행이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의 완료 기한을 별도로 공표하지 않는 것은 이처럼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 과정에서 아직 고려해야할 변수가 많다고 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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