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3 디지털금융 ⑫] 또 다시 '차세대시스템'… 더욱 다양해진 혁신의 선택지
* 본 기사는 디지털데일리가 7월 발간한 <2023년 디지털금융 혁신과 도전>에 게재된 내용을 요약한 것으로, 실제 책의 편집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해당 도서는 디지털데일리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온라인 한정 판매되며 일반 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기간계 클라우드 전환”… 금융권 ‘2기 차세대시스템’ 추진 탄력
-은행권, 계정업무도 클라우드 기반으로… 결국 ‘코어뱅킹’도 혁신
-‘차세대시스템 완성도’ 여전히 논란… ‘플랫폼금융’ 대응력도 숙제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지난 10여년 동안 금융IT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2기 차세대시스템을 언제 시작할 것이냐’였다.
국내 금융권에서 ‘차세대시스템’(Next Generation System)이란 이름으로 메인프레임 기반에서 운영되던 기간계(계정·정보계)시스템을 유닉스(UNIX)로 한꺼번에 교체하는 ‘빅뱅’은 지난 2010년을 전후해 4~5년 동안 폭풍처럼 몰아치며 지나갔다.
그리고 이렇게 구축된 차세대시스템이 약 10년~15년 운영돼 노후화되면, 2020년~2030년대를 지탱할 또 다른 ‘차세대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다. 금융권에선 이것을 ‘2기 차세대시스템’ 또는 ‘포스트 차세대’ 등의 이름으로 명명했다. 물론 이 명칭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했고, 통일된 명칭이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제 이 명칭을 놓고 더 이상 고민할 필요도 의미도 없어졌다. 그로부터 10여년의 시간이 흘러 예상했던 시간에 도달했지만 정작 금융권에서 ‘2기 차세대시스템’ 논의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초 예정대로라면 2020년을 전후해 ‘2기 차세대시스템’ 구축 논의가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나왔어야했다. 대략 2025년 전후가 ‘2기 차세대시스템’ 가동 시점이라한다면 그에 앞서 2~3년간의 시스템 구상과 개발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
1기 차세대시스템이 가동됐던 2010년 당시엔, 10여년 후에 불어닥칠 ‘중대한 변화’를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인공지능이(AI)이 지배하고, 클라우드로 기업 IT인프라 운영전략이 급격하게 변화되는 상황을 그 당시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이젠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빅뱅식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가 필요없어졌다.
따라서 지금 금융권에서 ‘차세대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IT사업들의 본질은 ‘클라우드 전환’사업으로 규정하는 것이 맞다. 굳이 명칭을 붙이자면 ‘2020년대 클라우드형 차세대시스템’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것이다.
그런데 만약 ‘AI’와 ‘클라우드’가 등장하지 않았더라도 ‘2기 차세대시스템’ 바람은 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1기 차세대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간 이후, 또 다시 차세대시스템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시스템 성능이 좋았고, 업무에 대한 유연성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유닉스 기반의 오픈 아키텍처가 전산시스템의 확장을 용이하게했다.
이 때문에 주요 금융회사 CIO들은 “빅뱅식의 차세대 사업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실제로 금융권은 지난 몇 년간 ‘차세대’ 보다는 뱅킹시스템의 성능 개선을 위한 단위 업무의 혁신 프로젝트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금융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극복해야할 난제
2023년, 국내 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들은 공교롭게도 대부분 ‘우여곡절’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 사업규모가 큰 은행 뿐만 아니라 2금융권의 중소형 금융사 할 것 없이 이같은 우여곡절을 겪거나 내부진통을 겪은 끝에 가동에 들어가고 있다.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들이 당초 정해진 일정에 맞춰 순조롭게 끝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몇 년전 우리은행과 교보생명,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그리고 올해 가동에 들어간 우체국금융 등 최근 몇 년간 진행된 굵직 굵직한 금융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들이 우여곡절을 겪었다.
문제는 이같은 진통이 불가피하게 나타나는 이유와 원인이 예전에 비해 매우 다양해졌다는 것과, 또한 그 이유가 어느정도 타당성이 있다는 점이다.
발주사와 수행사의 허술한 프로젝트 관리, 시스템 개발 오류 등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겠지만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벗어난 불가항력적인 일들이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클라우드’, ‘플랫폼’, ‘AI’와 같은 기술 및 시장 변화에 따른 프로젝트의 외부에 충격을 주는 급격한 변화 ▲차세대 시스템 IT개발자의 수급과 관리 등 다양하다. 특히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기간동안 고급 IT개발자들이 대형 포털 및 대기업 IT회사로 흡수되면서 금융권의 SI(시스템통합)사업 현장에서 극심한 인력난이 빚어졌던 것도 궁극적으로 이같은 상황을 초래한 중요한 이유중 하나로 꼽는다.
금융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과정에서의 마찰과 진통은 예전에도 적지않은 리스크로 간주돼왔다. 프로젝트관리를 위한 별도의 조직(PMO)을 가동하고 있지만 2년여의 일정으로 진행되는 금융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부실화 위험이 예전보다 더욱 커졌음을 의미한다.
결국 이러한 리스크를 방어하기위해서는 별도의 프로젝트 방법론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은 뚜렷한 해법은 없다.
‘빅뱅’방식이후 각광을 받기시작한 ‘단계적 구축’ 방식은 이상적이며 합리적이지만 실제 현장에선 프로젝트가 오히려 산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여전히 많다. 대체적으로 대략 2년마다 CEO와 CIO(최고정보화책임자)가 바뀌는 국내 금융권 IT부문 거버넌스를 고려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실제로 이로인해 차세대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떨어진 경우가 적지않다.
여기에 최근 2~3년간 클라우드 기술 및 인프라 환경의 급격한 확산, 특히 금융 클라우드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로 금융권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의 방향과 전략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만 클라우드 도입 비중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의 일정(기간)과 개발 범위가 예전보다는 다소 축소되는 추세다.
이같은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에 대한 인식은 은행, 보험, 증권, 카드 및 캐피탈, 저축은행 등 금융업종마다 인식은 각각 다를 수 있겠으나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물론 어떠한 우여곡절을 겪게되더라도 금융회사에 있어 차세대시스템은 여전히 그 자체로 ‘IT로 응축된 또 다른 시대 정신의 표현’임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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