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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구글만 있나…"AI에 진심"인 SKT, 거침없는 행보

백지영 기자
서울 을지로 SKT 사옥 [ⓒ SK텔레콤]
서울 을지로 SKT 사옥 [ⓒ SK텔레콤]

[디지털데일리 백지영 기자] 재작년 11월 ‘AI 컴퍼니’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전략이 최근 주목받고 있다.

신사업 다각화 전략을 추진 중인 SKT는 통신업을 재정의해 비즈니스 모델(BM)을 혁신하는 ‘AI 대전환’을 발표하며, 관련 분야에서 ‘자강(自强)’과 ‘협력(協力)’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크게는 본업인 통신을 기반으로 하는 연결 기술에 AI를 더하는 게 골자다.

우선 지난해 5월 초거대 언어모델 GPT-3의 한국어판을 상용화한 AI 서비스 ‘에이닷(A.)’이 자체 경쟁력을 키운 대표 케이스다. 올해 들어선 오래된 정보를 기억해 대화에 활용할 수 있는 장기기억 기술과 사진, 텍스트 등 복합적인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멀티모달 서비스도 선보였다. 그 결과 에이닷은 9개월 만에 가입자 100만명 이상을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이어 올 6월에는 홈 화면과 캐릭터 등 사용자경험(UX)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오픈AI 서비스의 챗GPT 모델을 활용한 ‘챗T’도 에이닷에 탑재했다. 이용자의 맥락을 이해하고 복잡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자체 거대 언어모델(LLM)도 지속해서 업그레이드 중이다.

SKT의 에이닷 [ⓒ SK텔레콤]
SKT의 에이닷 [ⓒ SK텔레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경쟁력 보완을 위해 우군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AI, 디지털전환(DT)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찾아 투자하거나 인수해 동맹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관련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국내 대표 AI 기술기업 코난테크놀로지에 224억원을 투자(지분 23.9% 확보)하면서 AI 컴퍼니 전환의 기반을 닦았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지난 1999년 설립된 AI 솔루션 전문 기업이다.

자연어를 처리하는 텍스트 AI와 AI로 영상을 분석하는 비디오 AI 영역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양사는 현재 축적된 AI 기술과 노하우 등을 결합해 시너지를 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올 초 SK텔레콤 주도로 ‘K-AI 얼라이언스’도 출범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AI 테크 기업들과 동맹을 맺고 글로벌 무대에서 빅테크와 경쟁하겠다는 취지다. 코난테크놀로지를 비롯해 SK텔레콤에서 분사하거나 투자를 받은 팬텀AI, 사피온, 베스핀글로벌, 몰로코, 스윗, 투아트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AI 에이전트 ‘이루다’로 유명한 테크기업 스캐터랩이 K-AI 얼라이언스에 합류했다. SK텔레콤은 상환전환우선주(RCPS) 형태로 스캐터랩에 15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를 단행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에이닷 서비스 내에 새로운 페르소나를 가진 감성형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감성과 지식 영역을 아우르는 LLM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이번 달에도 국내 대표 AI컨택센터(AICC) 기업인 페르소나AI에 지분 투자를 단행해 3대 주주로 올라섰다. 단순 AICC 솔루션 판매를 넘어 컨설팅, 인프라 구축, 유지보수 서비스 및 아웃소싱(BPO)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CEO 서밋’에 참석한 각 사 대표들이 MOU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한 모습. [ⓒ SK텔레콤]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 CEO 서밋’에 참석한 각 사 대표들이 MOU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한 모습. [ⓒ SK텔레콤]

국내를 넘어 해외로도 협력의 범위를 확장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말 글로벌 텔코 얼라이언스를 꾸리고 ‘글로컬(Global+Local)’한 AI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다. 각국의 통신사가 공통의 플랫폼을 구축하고 자기만의 언어와 서비스를 살리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달 들어선 미국 AI 혁신 기업 앤트로픽에 1억달러(한화로 약 1300억원) 규모 투자를 집행하며 글로벌 AI 사업에 힘을 실었다. 앤트로픽은 오픈AI 출신 연구원들이 2021년 공동 설립한 생성형 AI 혁신 기업이다.

양사는 한국어, 영어, 독일어, 일본어, 아랍어, 스페인어 등 글로벌 통신사향 다국어 LLM을 함께 개발할 방침이다.

내달에는 챗GPT로 유명한 오픈AI와 공동으로 AI 해커톤 ‘프롬프터 데이 서울 2023’을 개최한다. 생성형 AI에 관심 있는 개발자, 기획자가 참여해 낸 아이디어 가운데 우수 사례는 향후 서비스 개발과 사업화 추진에 활용할 방침이다.

SK텔레콤은 이같은 국내외 협력을 기반으로 최근 기업과 공공기관에 최적화된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 LLM’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어 기반의 구축형 LLM 시장에서는 에이닷 LLM을 중심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윤리적 답변과 대용량 텍스트 입력에 강점을 지닌 엔트로픽 LLM은 클라우드형에 적용할 수 있다. 또 한국어 데이터가 풍부한 코난테크놀로지 LLM을 활용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SK텔레콤의 AI 광폭 행보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김홍식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에서 SK텔레콤을 업종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AI와 도심항공교통(UAM) 분야에서 향후 과금(요금제 출시) 및 서비스 로드맵을 갖고 있는 국내 유일의 업체”라며 “2025년부터 본격 성과 도출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어 “통신사 AI 표준을 주도하고 AI 통신 결합 요금제 출시를 검토 중인 유일한 글로벌 통신사”라고 덧붙였다.

백지영 기자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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