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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고리' 케이블업계, 홈쇼핑 송출수수료 압박 확산…IPTV는?

강소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홈쇼핑사의 송출수수료 인하 압박이 케이블TV(SO) 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양새다. 약한 고리인 케이블TV를 시작으로, 유료방송 업계 전반으로 송출수수료 인하 압박이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는 가운데 투명한 데이터에 기반한 협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 커머스(CJ온스타일)은 전날(28일) LG헬로비전에 홈쇼핑 라이브 방송 채널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방송 송출은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중단된다.

CJ온스타일은 TV홈쇼핑 사업 환경 악화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 합리적인 송출수수료 비율 협상이 이뤄지지 않은 데 따른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CJ온스타일 외에도 홈쇼핑사와 유료방송사 간 송출수수료 갈등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최근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에,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에 방송송출 중단(블랙아웃)을 통보했다.

다른 케이블사 역시 송출수수료를 두고 홈쇼핑사와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사태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양측은 송출수수료를 두고 오랜기간 갈등을 거듭했지만, 이 과정에서 홈쇼핑사가 방송송출 중단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선 협상 우위가 바뀌며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보고 있다. 유료방송의 가입자 감소로 채널 경쟁력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홈쇼핑사들이 송출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홈쇼핑사는 올해 외형 성장이 멈추고 영업이익이 줄고 있지만 송출수수료 부담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송출수수료 규모는 1조9065억원으로, TV홈쇼핑 방송 매출액의 65.7%를 기록했다.

특히 홈쇼핑사는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감소가 자사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봤다. 2022년 TV홈쇼핑 7개 업체들의 방송 매출액은 3.7% 감소하면서, 2020년(1.8%)과 2021년(2.5%)에 이어 3년 연속 역성장을 이어갔다.

같은기간 케이블TV의 가입자 수도 감소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케이블TV의 가입자 수는 1273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과 2021년과 대비 각각 3.8%, 1.5%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유료방송의 입장은 다르다. 홈쇼핑사가 방송 채널에서 모바일 구매를 유도해 방송 매출을 줄이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홈쇼핑사의 모바일 매출 역시 송출수수료 산정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서 2020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TV홈쇼핑 이용자의 60%는 모바일전용앱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특히 응답자 중 92%가 모바일앱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사업자가 임의로 제공하는 ‘할인혜택’을 꼽았다.

특히 케이블TV는 홈쇼핑사를 상대로 송출수수료를 계속 인하해왔다고 말한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블TV 사업자의 홈쇼핑 송출수수료 증감률은 ▲2017년 –4.6% ▲2018년 –2.6% ▲2019년 –1.7% ▲2020년 –3.8%다.

업계에선 약한 고리인 케이블TV를 시작으로, IPTV(인터넷TV) 등 유료방송 전반으로 송출수수료 인하 압박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출중단 통보 대상으로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와 LG헬로비전를 먼저 선택한 이유도 다른 사업자들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첫 번째 사업자와 어떻게 협상하는 지가 향후 계약의 레퍼런스가 된다는 점에서 케이블 1위 사업자인 LG헬로비전과, 강남이라는 중요한 권역을 가진 딜라이브 강남 케이블티브이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사업자로, 이들과의 계약 사실을 근거로 다른 사업자를 압박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송출 중단이 현실화하면 서울(양천구·은평구)과 경기(부천·김포·의정부·양주·동두천·포천·연천), 강원, 충남, 경북 등 23개 지역에서 LG헬로비전으로 유료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이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이들 지역의 LG헬로비전 가입자는 368만가구로 알려져 있다. 결국 가입자가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료방송사업자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송출수수료 인하는 당연한 흐름이라 보면서도, 홈쇼핑사의 매출 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봤다. 다만 모바일 매출 어디까지를 방송과 연동된 매출로 볼 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쉽지 많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과연 홈쇼핑 채널이 송출되지 않아도 (홈쇼핑사의) 모바일 매출이 유지될 것이냐에 대해 냉철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라며 “객관적인 홈쇼핑 송출수수료 산정을 위해선 방송에서 제공한 모바일 쿠폰 사용 내역이나 특정 방송 시간대 구매 내역 등의 데이터를 홈쇼핑사가 유료방송사에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는 “홈쇼핑이 유료방송 산업에 기여한 바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송출 중단은 어떤 방식으로든 유료방송 시장에 충격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신규사업자와 경쟁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산업의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양자가 어느 정도의 손해는 감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또 가입자 감소를 이유로 케이블TV에 지급하는 송출수수료를 줄인다면, 같은 맥락에서 가입자가 늘어난 IPTV에는 송출수수료를 늘려줘야 한다는 점도 생각해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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