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나인테크, 배터리 장비 호황에 이익률 0.9% 괴리...내년 반전 기회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나인테크 경기도 평택 본사 [ⓒ 나인테크]
나인테크 경기도 평택 본사 [ⓒ 나인테크]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IT 소재 부품장비 업체 나인테크가 올해 배터리 장비 사업 호황에 힘입어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수익성은 급감해 의문이 따른다. 회사는 내년 턴어라운드를 예상 중이다.

나인테크가 이달 29일 공시한 2023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은 누적 649억원이다. 전년 동기보다 61.8% 증가했다. 전년 총매출 888억원과 비교해 이미 73% 수준을 달성했다.

성장의 핵심열쇠는 상반기에 전년도 매출을 경신한 2차전지 사업부다. 라미네이션 장비(양극, 음극, 분리막을 투입해 셀 제조)와 스태킹 장비(라미네이션 이후 셀 적층)가 핵심이다. ‘L&S’로 불리는 두 장비의 상반기 매출 비중은 약 90%에 달했다.

나인테크 Z 타입 스태킹장비 [ⓒ 나인테크]
나인테크 Z 타입 스태킹장비 [ⓒ 나인테크]

나인테크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을 중심으로 총 1056억원 규모의 2차전지 장비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사업 호황에 따라 공격적인 국내외 생산능력(CAPA) 증설을 지속하면서 주요 장비공급사인 나인테크 수주 규모도 커졌다. 회사는 북미 지역에서의 대형 수주를 추가로 기대하고 있다. L&S 장비 제작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희소하다는 점을 고려해도 향후 사업 전망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올해 사업의 실속은 '물음표'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68.8% 감소한 6억2700만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5%에서 0.9%로 급감했다. 매출이 크게 늘어난 만큼 영업이익은 감소하면서 매출 성장과 이익률 간 괴리가 커졌다.

회사 측은 영업이익 감소 원인으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대규모 수주 프로젝트의 초도비용 발생을 꼽았다. 실제로 나인테크의 상반기 원가비율은 93%에 달했다. 전년 동기보다 5.4%p 증가한 점이 확인된다. 초도비용으로 추정되는 설비투자(CAPEX) 규모 증가는 재무제표상 유형자산의 취득 항목에서 일정 부분 유추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관련 지출은 255억원, 전년 동기보다 약 5.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현금흐름도 61억원에서 마이너스(-) 62억원으로 반전됐다. 특정기간 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지출한 현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부채비율은 115.4%에서 139%로 증가했다. 다만 중장기 전망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인테크의 해당 투자들은 기수주 대응, 향후 수주 확대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설명하는 만큼 '턴어라운드 시점'을 기대해볼 수 있다.

회사측은 2024년 반전을 예고했다. 나인테크에 따르면 2023년 매출로 인식된 프로젝트들은 지난해와 올해 초 수주한 것이다. 원자재비가 급상승하는 시기와 맞물렸지만 수주가는 원가 증가분에 비례하지 못해 매출원가가 예상보다 증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수주부터는 고객사와 고통분담을 협의해 2024년부터 인식되는 매출은 상대적으로 높은 이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원자재 수급도 해외로 시선을 돌려 원가절감 방안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예상 매출은 약 2500억원이며 영업이익률도 두자리수 달성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올해 예상 매출은 1500억원이다.

나인테크는 L&S 외에 추가적인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최근 2차전지 업계에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장비 중 ‘전처리 자동화 분배 장비’를 자체 개발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주로 배터리에서 유가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으로, 희소자원 재사용의 이점과 글로벌 친환경 배터리 제조 규제 등에 따라 필요성이 커지는 추세다.

이달 16일에는 GS건설 자회사 에너지머티리얼즈와 공동 개발한 폐배터리 무방전 파쇄 장비를 에너지머티리얼즈 파일럿 라인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폐배터리의 완전 방전은 작업 중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데, 양사가 개발한 무방전 파쇄 장비는 방전 없이 폐배터리의 파쇄와 보관이 가능하도록 하는 전용 공정 장비다. 특히 염수방전 시 170시간, 기계방전 시 33시간이 걸리던 공정을 1시간30분으로 절감할 수 있어 대량 파쇄 등에 유리하다.

또 지난 6월에는 한국교통대와 손잡고 최근 ‘꿈의 신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맥신(MXene) 기반의 배터리 핵심소재 개발 계획을 밝혔다. ‘표면개질 유기 분산 맥신’을 실리콘 음극과 건식공정 도전재로 활용해 성능을 개선하는 연구다.

맥신은 기존 전극 소재보다 10배 이상 이온전도도가 높아 전극으로 활용 시 배터리 용량은 늘리고 고속충전에도 유리하다. 아직 상용화 시점은 불투명하지만 맥신 소재개발 성공 시 맥신-L&S-폐배터리 재활용 등 소재 및 장비 전반으로 이어지는 2차전지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높은 매출 의존도를 낮출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나인테크의 상반기 매출 중 ‘주요고객1’이 80.1%를 차지했다. 2차전지 사업 핵심 고객사인 LG에너지솔루션으로 추정된다. 비중은 전년 말보다 5.8% 증가했다.

나인테크는 이 비중을 단기간에 낮추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라미네이션 장비의 경우 SK온과 삼성SDI는 사용하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대신 지난해부터 제작해 납품 중인 반도체 후공정 PLP 장비는 싱가폴, 미국 등 글로벌 회사와 거래를 열고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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