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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통신사들 ‘망사용료’ 공조 강화…한국·유럽 앞장

권하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국내 ‘망사용료’ 이슈가 재점화될 조짐이다. 전세계 통신업계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망 투자 공정분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과 유럽의 공조가 강화되는 분위기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오는 7일부터 이틀간 글로벌 이동통신 박람회인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2023’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GSMA는 ‘빅테크의 망 공정 기여’ 의제를 제시할 예정이다. 학계에서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로슬린 레이튼 박사 등을 필두로 ‘GSMA 아시아 태평양 정책 리더 포럼’ 세션을 연다. 같은 날 존 구스티 GSMA 최고규제책임자(CRO)도 이 주제로 국내 언론과 소통할 계획이다. GSMA는 “모바일 생태계 참여자들이 공정한 투자 수익을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대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SMA가 대표하는 글로벌 통신업계는 초기 인터넷 시장과 달리 거대 빅테크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며 이들 또한 네트워크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샌드바인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메타·넷플릭스 등 주요 빅테크 6곳이 유발한 트래픽 비중은 전체의 64%이며, 이들을 중심으로 지난해 트래픽 양은 23%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은 특히 관련 움직임에 적극적이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역할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최근 ‘빅테크의 망 공정 기여’ 필요성에 관한 공개설문을 마치고 연내 가칭 ‘기가비트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을 제정할 방침이다. 기존 인터넷제공사업자(ISP)뿐만 아니라,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도 기금 출연이나 망이용대가 지불 등을 통해 광대역 통신망 제공에 기여하라는 게 이 법안의 골자다.

한국도 비슷한 분위기다. 우리 국회에는 이미 ‘국내 전기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망이용계약 체결 또는 망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망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여야를 막론하고 다수 발의돼 있다. 다만 구글 등 빅테크들의 적극적인 입법 저지 활동으로 법안 자체는 장기간 계류돼 있는 상태다. 최근까지도 다른 정책 현안들에 밀려 국회의 무관심 속에 잠들어 있다.

이에 국내 통신업계는 관련 법제화에 앞서가고 있는 유럽과의 공조 강화를 통해 국내 법안에도 힘을 실으려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와 공동성명을 내고, “빅테크 기업들은 공공 인터넷의 기반이 되는 네트워크 유지와 진화를 위해 공정하고 비례적인 분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것도 그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반면 빅테크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도 크게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한때 국내 유명 유튜버들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망무임승차방지법을 막으려 했던 구글 같은 경우 당시에 오히려 국회의 반감만 샀다는 평가가 컸기 때문에 최근에는 신중한 접근을 하는 분위기다. 넷플릭스도 일단은 국내 통신사와의 망이용대가 지급 소송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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