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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용료 격돌, 韓서 재현되나…넷플릭스·EC 방한에 쏠린 눈

권하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올초부터 달궈진 망 이용대가 논쟁이 한국에서 이차전으로 번질 양상이다. 망 이용대가 분쟁의 중심에 있는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부터, 망 이용대가 관련 입법을 추진 중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위원까지 잇따라 방한하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대표는 이날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다. 2016년 6월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방한한 이후 7년 만이다.

넷플릭스가 밝힌 서랜도스 대표의 공식 일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방한 이튿날인 21일 오후 1시30분부터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진행을 맡은 ‘넷플릭스 앤 박찬욱 위드 미래의 영화인’ 행사에 참석한다. 영화 올드보이, 아가씨, 헤어질 결심 등으로 흥행한 박찬욱 감독과 한국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방한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에는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 행사에 참석해 국내 콘텐츠 창작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김민명 아시아태평양(인도 제외) 콘텐츠 총괄 부사장(VP), 강동한 한국 콘텐츠 총괄 VP, 이성규 한국 및 동남아·대만 프로덕션 총괄 시니어 디렉터 등 넷플릭스 콘텐츠 관련 주요 임원들과 함께한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국 콘텐츠 전망 외에도 최근 이슈가 된 계정공유 유료화 정책 그리고 국내 SK브로드밴드와 갈등 중인 망 이용대가 관련 언급이 나올 수 있다.

넷플릭스는 국내외 인터넷제공사업자(ISP)들과 망 이용대가 지불 문제로 마찰을 빚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거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발생시키는 대량의 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비용이 치솟고 있는 만큼 망 투자 분담이 필요하다는 게 국내외 ISP들의 요구사항이다. 넷플릭스는 그러나 이에 대해 콘텐츠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는 불공정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내 SK브로드밴드와는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수 없다는 내용의 채무부존재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서랜도스 대표와 별개로 EC 차기 위원장으로 꼽히는 티에리 브르통 집행위원도 오는 29일 방한한다. 브르통 위원은 EC 내에서 빅테크들의 망 투자 분담 의제를 주도하는 인물로, 최근 이들 빅테크의 공정 기여를 골자로 하는 가칭 ‘기가비트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소 이틀 이상 일정으로 한국을 찾는 브르통 위원은 29일 산업통상자원부, 3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부처 장·차관급 관계자와 연쇄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아직 방한 어젠다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일단 반도체 협력 후속 논의와 함께 망 이용대가 정책 공조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약 일주일 차이로 방한하는 두 인사의 망 이용대가 관련 입장차를 관전포인트로 꼽고 있다.

지난 2월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3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된 바 있다. 서랜도스 대표와 함께 넷플릭스 공동대표직을 맡고 있는 그렉 피터스 대표는 지난 MWC23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망 이용대가 법안이 시행되면 ‘오징어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지금 우리 학교는’ 등 국내서 제작된 인기 넷플릭스 콘텐츠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MWC23에서 또 다른 기조연설자였던 브르통 위원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클라우드 및 플랫폼 서비스 분야의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통신사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막대한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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