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가 안내는 망사용료, 소비자 전가” 韓-유럽 통신업계 한목소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유럽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투자 규모는 한해 550억유로에 이르지만 빅테크는 10억 유로에 불과하다.”
“빅테크가 망사용료를 낸다면 최종 이용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걸 막고 이들이 더 저렴한 요금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과 유럽 통신업계가 구글·메타·넷플릭스 등 거대 빅테크의 망무임승차를 비판하며 이들의 네트워크 투자 공정 분담이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리사 퍼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빅테크들은 자신들이 전송하는 트래픽에 대해 적절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며 “트래픽 대부분을 발생시키는 소수의 빅테크들은 네트워크 투자에 공정하게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ETNO는 유럽연합(EU)의 행정부 역할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연평균 트래픽 5%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에 망 투자 비용 분담 및 협상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안했다. EC는 이러한 의견을 수렴해 연내 가칭 ‘기가비트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 제정을 검토 중이다. 대형 콘텐츠제공사업자(CP)들이 광대역 통신망 제공에 기여하도록 하는 게 이 법안의 골자다.
퍼 사무총장은 “예전에는 망사용료를 지불했던 빅테크들이 규모가 커진 뒤에는 (협상에 있어) 불균형이 생겼고, 이를 (시장에서) 바꾸지 못한다면 규제를 통해야 한다“며 ”사업적으로 협상을 먼저 하되 이게 원활하지 않을 때 중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또한 일찌감치 빅테크들의 망무임승차를 막기 위한 법제화에 나선 바 있다. 우리 국회에는 ‘국내 전기통신망을 이용할 경우 망이용계약 체결 또는 망이용대가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이른바 ‘망무임승차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는데, 다만 법안 자체는 장기간 계류돼 있는 상태다.
이에 국내 통신업계는 관련 법제화에 앞서가고 있는 유럽과의 공조 강화를 통해 국내 법안에도 힘을 실으려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KTOA가 ETNO와 빅테크 기업의 망 투자 공정 분담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낸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이상학 KTOA 부회장은 “소수 빅테크 기업이 상당히 많은 트래픽을 차지하고 부담을 주고 있는데, 정당한 대가 지불이 안되고 있다는 인식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에도 퍼지기 시작한 것”이라며 “우리와 같은 상황을 직접적으로 느끼고 있는 게 유럽이므로 본격 협력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상학 부회장은 “망사용료를 내라는 건 일반 가정은 이용 약관에 따르는 거고 큰 기업은 상호 협정에 따르는 건데, 그런 협정에 따라 개별 협상을 하라는 것”이라며 “결국 그렇게 된다고 하면 그것이 전체적인 분량이 크든 적든 최종 이용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걸 방지하고 최종 이용자가 더 싼 요금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게 궁극적인 메시지”라고 역설했다.
구글 등 일부 빅테크가 망사용료를 내면 콘텐츠 요금이 인상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양측은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
퍼 사무총장은 “빅테크들은 기본적으로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하는 프리 모델 기반의 영업을 하고 있다”며 콘텐츠 공급자들도 콘텐츠 비용을 최종 사용자가 내고 있는 건데, 이들이 공정 기여를 한다고 해서 가격이 오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또한 “그들 빅테크가 한국에서 가져가는 수익과 망 이용대가를 내야 했을 때 비용을 계산하면 그 수익에 비해 비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독점적 시장 지위 이용해 이용자 볼모로 삼은 매우 부적절한 언급일 뿐이다”라고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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