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아름다운 퇴장… 빛나는 9년의 성과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겸손'과 '배려'.
지난 25일 KB금융지주 CEO 기자간담회에서 윤종규 회장을 마주한 느낌이다.
퇴임을 두달여 앞둔 윤 회장의 소회를 밝히기 위해 마련된 이날 간담회에서는 100여명의 기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여느 금융지주사 회장들 간담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2014년 'KB 내분사태' 등 KB금융의 암흑기 속에서 한 줄기의 빛 처럼 등장해 KB금융을 리딩금융의 반열에 다시 올려 놓은 윤 회장의 소회를 사실상 마지막이 될 수 있을 공식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순 없었을 것이다.
이날 윤 회장은 "처음 회장에 취임했을 때 KB금융의 상황이 녹록치 않았다"고 운을 뗐다.
실제 당시 KB금융은 지배구조가 흔들리고 직원들이 퇴사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 시기를 KB금융의 암흑기라고 표현하는데는 그만한 이유들이 있다. 그간 리딩금융에서 한 번 내려온 후에 다시 1등으로 올라 선 사례가 없기에 KB금융의 1등 탈환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윤 회장은 "걱정하지 않았다"며 "훌륭한 직원들과 단단한 고객의 저력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윤 회장은 취임 후 3년도 채 되지 않아 KB금융 주요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을 리딩뱅크 자리에 다시 올려놓을 수 있었다.
이후에도 윤 회장은 지난 9년을 되돌아보는 동안 KB금융의 리딩금융을 이뤘다는 점을 가장 보람된 일로 꼽으면서도 직원들의 공로를 매번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아울러 KB금융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가 수익성이 튼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윤 회장의 마음까지도 엿볼 수 있었다.
윤 회장은 아쉬웠던 성과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밝혔다.
국내에선 리딩금융이지만 세계에선 60위권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거 '금융의 삼성'이란 표현을 사용하며 자신감을 내비췄던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인정할 건 인정하는 시원한 모습도 보였다. 실적 악화로 지적을 받고 있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을 인수하게 된 계기와 부진했던 부분들에 대해 짚어보고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윤 회장은 KB금융의 차기 회장인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에 대한 배려도 빼놓지 않았다.
글로벌 보험을 함께 담당했던 이력이 있는 양 내정자가 자신 보다 관련 내용을 소상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빠르고 잘 실행해 나갈 것임을 역설했다.
양 내정자의 은행장 이력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 기자의 질문엔 "회장과 은행장을 겸하긴 했지만 자신도 취임 전에는 은행장 이력이 없었다"며 "그에 비해 양 내정자는 20여년 간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은행과 비은행 양날개를 조정할 수 있는 실력을 겸비했다"고 힘을 실어줬다.
윤 회장은 양 내정자가 가볍게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인수인계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다짐했다.
본인의 뒤를 이어서 본인 못지 않게 잘 할 수 있게 시스템을 정비하는 게 CEO의 가장 큰 책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실제 이를 위해 일찌감치 회장 육성프로그램을 진행 해 왔으며, 이날 간담회 자리에서 조차 자신의 업적을 빛내기 보다도 후임을 위한 길을 터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묻어 나왔다.
윤 회장은 간담회 내내 미소를 품고 있었다.
한 시간 남짓 일어서서 마이크를 들고 기자들과 직접 소통했다. 퇴장할 때에는 수많은 기자들과 일일이 주먹 터치를 하며 마지막 인사를 건내기도 했다. 한 금융그룹 회장의 근엄한 보다는 친근함이 앞섰다.
금융계 현장에서 윤 회장에 대한 호평이 적지않았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KB를 리딩 금융회사로 끌어올리고 9년의 치세가 이뤄진 원동력이다.
취임 후 9년 동안 노란색 넥타이만 맸다는 윤 회장은 "그 자체로도 감사했고 행복했다"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양 내정자는 물론 다른 금융지주의 수장들도 비판과 우려 보다는 내부와 외부의 긍정적인 평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리더로 거듭나 국내 금융산업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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