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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어벤저스] 지금은 클로바X 육아 중…MBTI ‘F’ 한스푼 넣은 AI

최민지 기자

국민 포털로 출발한 네이버가 다양한 플랫폼과 서비스들로 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 이용자 경험을 위한 체질 개선뿐만 아니라, 중소상공인(SME) 및 창작자들과 이용자들을 연결해 디지털 비즈니스 시너지를 도모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이용자가 보는 앞단의 변화가 이 정도라면, 개발 뒷단에선 보다 과감하고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네이버를 움직이는 기술 리더들을 마블 캐릭터에 빗대 ‘네이버 어벤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들의 연속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의 속 깊은 고민과 핵심 경쟁력의 원천을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디지털데일리> 질의에 클로바X가 답변한 장면. [© 클로바X]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MBTI 성격유형검사에서 T(사고형)와 F(감정형)를 구분할 수 있는 대표 질문이 있다. 바로 “나, 교통사고 당했어”라고 말하는 것이다. 답변자가 상대부터 걱정하고 괜찮은지 묻는다면 ‘F’, 보험과 사고 처리 문제부터 묻는다면 ‘F’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내 대표 대화형 인공지능(AI) ‘클로바X’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교통사고를 당하셨다니 많이 놀라셨겠어요.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교통사고를 당했을 때는 즉시 병원에 방문하여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험회사에 연락하여 사고 처리를 진행하시고, 사고 현장을 보존하거나 사진을 찍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클로바X는 F처럼 상대를 먼저 걱정해줬고, 이후에 T처럼 문제 처리 방식을 제시했다. 인공지능인 클로바X는 어떻게 이런 답변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일까?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플래닝 신지은 리더가 이같은 궁금증을 해소해줬다.

신 리더는 “클로바X 개발 과정에서 MBTI 논의를 실제로 했다.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지만, F(감정)를 한 스푼 넣어야겠다고 합의했다. 다양한 실험을 거치면서 F스러움을 갖추고 답변하기 시작했다”며 “걱정과 축하 모두 설계된 것으로, 클로바X에게 문맥에 대한 이해와 정보 전달뿐 아니라 공감 능력까지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처음에 클로바X는 “축하합니다”라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개발진이 생일이나 결혼 질의에 대해 축하를, 슬픔이나 아픔에는 위로를 전하는 모범답안을 계속 보여주면서 조금씩 감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게 됐다. 모델이 스스로 이해하도록 하면서 여러 응용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클로바X는 이제 한 달 남짓 베타테스트 중이라 아직은 완벽하지 않다. 이에 개발진은 더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을 먼저 살피는 모범답안을 제시하는 한편, 답변 반복을 줄이고 구체성과 명료성을 높일 수 있도록 폭넓은 학습을 지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신 리더는 ‘육아 중’이라고 표현했다. 현재 네이버 개발진은 클로바X가 완전한 AI챗봇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열심히 키우고 있다.

신 리더는 “클로바X를 육아하면서, 모델이 놀랍게도 빠르게 좋아지는 것을 체감한다”며 “이제 곧 정말 똑똑해져서, 더 많이 잘 알아듣게 될 것이다. 발표한 지 한 달여만에 큰 변화가 있었으니 몇 달 뒤, 내년의 클로바X를 많이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네이버클라우드 하이퍼스케일 AI 플래닝 신지은 리더.[© 네이버]

이를 위해선 이용자들의 많은 사용과 피드백이 중요하다. 클로바X가 질의에 답변하면, 이용자는 ‘긍정 피드백’ ‘부정 피드백’을 남길 수 있다. 첫 번째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답변 보기’를 선택할 수 있다. 새로운 답변을 제공한 후엔 이전보다 좋은지, 나은지, 비슷한지를 묻는다. 사용자들이 남긴 만족도와 경험이 클로바X를 더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신 리더는 “생성형AI 기술 확보에서 사용자 피드백 데이터를 많이 모으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소중하다. 클로바X 베타테스트 출시를 한 이유”라며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고도화하면서, 팀네이버 전체에 기여할 수 있다. 더 많은 이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장치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진은 클로바X를 가르치는 과정에서 논란 소지가 있거나 위험한 답변에 대해 안전하게 답하도록 한다. 법적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 안전한 답변을 연구하다 보니, 일각에서는 수다스러운 미국인(챗GPT)와 비교해 클로바X를 ‘조심스러운 한국인’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신 리더는 “네이버 서비스인 클로바X가 거침없이 해외 챗봇처럼 말하면 위험할 수 있어, 더 안전하게 말하도록 학습시켰다. 그랬더니 처음엔 클로바X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라며 “지금도 할 수 있는 답변인데, 말을 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안전하게, 더 똑똑하게 말하도록 노력을 많이 하고 있기에 곧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생성형AI를 둘러싸고 전세계에서 학습데이터와 콘텐츠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법적‧약관상 허용된 정보만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조차도 법적 쟁점이 있어, 국내 입법 개정 논의 등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해도, 법적‧윤리적으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클로바X는 2~3개월 후 지금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당장 다음달부터 문서를 첨부해 답변을 얻을 수 있는 ‘커넥터’ 기능과, 여행이나 렌터카 질의에 ‘쏘카’ 상품을 제시할 수 있는 ‘스킬’ 기능의 확장을 엿볼 수 있게 된다. <이전 기사 참조 [네이버 어벤저스] 문서까지 이해하는 클로바X ‘커넥터’, 10월 공개 목표>

전문적 영역 답변도 개선된다. 네이버는 코딩, 법률, 의학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 논문 등 대량의 전문 데이터를 학습시킬 수 있도록 별도 계약을 맺었다.

신 리더는 “답변 반복이나 구체성 부족 등 당장의 문제는 데이터 학습을 통해 모델 업데이트를 통해 개선될 것이다. 백본 모델 학습이 고도화되면서, 2~3개월 안에는 전반적으로 품질이 더 나아진 모델이 나온다”며 “내년에는 전문 능력까지 고도화되는 등 정말 쓸 만한 서비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성형AI로 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의 가능성을 열어보고자 하는 꿈이 있다”며 “AI가 어시스턴트 역할을 맡으면서 사람은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민지 기자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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