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후보자 “게임 질병코드 국내 도입, 산업 위축 우려…신중히 검토해야”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이용장애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국제질병분류체계 개정안’(ICD-11)을 채택하고 발효했지만, 이는 WHO 권고사항으로 도입 여부 및 범위·시기 등은 각 국가별로 자체 결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게임 과몰입을 의료적으로 질병(중독)으로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국내 학계와 의료계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질병코드 국내 도입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유인촌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 인사청문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러한 가운데 유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게임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게임은 국민의 74.4%가 이용하는 대표적인 여가 및 문화생활인 만큼 게임 긍정적 가치를 알리는 데 문체부가 더욱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유 장관 후보자가 인용한 2021년 전주대학교의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이 질병코드로 도입될 시 2년간 게임산업에서 8조8000억원 피해, 취업 기회 감소 8만명이 추정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유 장관 후보자는 “(게임 질병코드가 국내로 도입된다면) 게임 분야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 등으로 인해 게임산업이 지속적으로 크게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문체부에서는 게임을 올바르게 이용하고 게임 과몰입을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홍보를 확대해 건전 게임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 후보자는 이번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게임 질병코드 도입 외에도 게임 산업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양하게 밝혔다.
◆친게임? 셧다운제 도입? 유 장관 후보자 진의는=과거 2008년 3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유 장관 후보자가 문체부 장관을 지낸 시절로만 놓고 보면, 그는 게임업계에서 입체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게임 진흥에 힘쓰며 친게임 면모를 보였지만,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 논의 당시 여성가족부로부터 주도권 확보에 실패하며 게임산업 시계를 거꾸로 흐르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게임업계는 오는 5일 국회에서 열리는 유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집중하고 있다.
유 장관 후보자는 먼저 장관 시절 2008년과 2009년 지스타(G-STAR) 현장에 직접 방문하거나, 게임산업과 이스포츠 중장기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현장에 설치된 게임을 하는 모습을 보이며 당시 화제를 일으켰다.
다만 장관 말미 도입됐던 ‘피로도 시스템’이나, ‘청소년 심야시간 접속제한’ 등은 친게임과는 거리가 먼 행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로도 시스템은 게임 이용자의 장시간 이용을 방지하기 위해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게임 아이템을 획득하는 속도를 낮추는 식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당초 문체부는 14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이 심야시간에 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게임법’으로 제한하자는 입장이었다. 게임 주무부처로서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 자체는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1월 보건복지부에서 청소년 업무가 여성가족부로 이관되면서, 문체부는 게임 규제 권한 주도권을 놓고 여성가족부와 싸우게 됐다.
두 부처는 만 16세 미만 강제적 셧다운제 도입을 청소년보호법에 담기로 합의하고, 18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선택적 셧다운제를 게임법에 도입하기로 하면서 갈등을 일단락시킨 바 있다. 이번 인사청문 서면질의를 통해 류호정 의원(정의당)은 후보자가 장관일 당시 도입됐던 ‘강제적 셧다운제’의 폐지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에 유 장관 후보자는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에서 주도해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국회 의결을 거쳐 시행된 것으로, 당시 문체부는 셧다운제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며 “현재 셧다운제는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폐지됐고, 청소년 본인 또는 법정대리인이 요청하는 시간대에 인터넷게임물 이용 시간 제한하는 ‘게임시간선택제’로 일원화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임은 국민의 74.4%가 이용하는 대표적인 여가 및 문화생활”이라며 “향후 문체부에서는 게임의 긍정적 가치가 확산될 수 있도록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게임산업,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70%…진흥에 초점”=게임산업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역시 게임 진흥이다. 그간 한국 게임산업은 중국 판호(게임 유통 허가증) 발급이 가로막히거나 해외 게임사의 무분별한 표절 및 저작권 침해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유 장관 후보자는 산업적 측면에서 장관 재직 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 게임산업은 지난 2008년 5조6000억원에서 지난 2021년 20조9000억원으로 산업규모가 크게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뛰어난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게임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국가로 도약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문화적 측면에서도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통해 게임이 문화예술에 포함되는 등 과거에 비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봤다.
게임업계 진흥을 어떻게 이끌지 묻는 류호정 의원과 이개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질문에 유 장관 후보자는 “게임산업은 전체 콘텐츠 수출액의 7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수출산업”이라며 “게임창작 개발 지원부터 해외유통 활성화, 중국 판호발급 확대, 불필요한 규제철폐, 투자 활성화 여건 마련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문한 글로벌 게임시장 속 콘솔 게임 개발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책에 대해 유 장관 후보자는 “한국 취약 장르 중 하나인 콘솔 게임 진흥을 위해, 제작에 장기간이 소요되는 콘솔게임의 특성을 고려한 다년도 제작지원 사업을 확대하고, 국내 콘솔 게임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수출바우처 제공, 해외게임쇼 참가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 사후관리를 맡게 된 데에 대해선 “게임물 사후관리 모니터링단 운영 경험을 적극 활용해, 이용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며 “특히, 확률형 아이템 모니터링단 채용 시, 게임학과 출신 또는 게임업계 종사경력 등 게임 관련 경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공정위 등 관계기관과의 협업체계 구축 등을 통해 게임위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5일 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진행에는 난관이 예상된다. 먼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유인촌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국방부 신원식, 여가부 김행 장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상식적인 인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 여야는 지난달 25일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유 장관의 인사청문회 증인을 선정하려 했지만 불발돼 난항을 겪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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