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2023] ‘근로자 사망’ 코스트코 조민수 발언에 유족‧노조‧국회 ‘분노’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고용노동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한 코스트코 경영진 발언과 태도에 유족과 노조, 국회까지 분노했다.
12일 코스트코코리아 조민수 대표는 국회에서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지난 6월 폭염 속에서 코스트코 경기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를 관리하던 20대 근로자 고(故) 김동호씨가 사망한 사건을 집중 질의하기 위해서다.
이날 조민수 대표는 근로자 죽음에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빈소 막말 의혹을 부인하는 모습과 형식적인 사과만 한 것에 대해 유족의 원성을 샀다.
고(故) 김동호씨 친형 김동준씨는 참고인으로 등장해 “CCTV 영상 자료를 요청했으나, 거절하고 시간을 미뤄 50일만에 겨우 받았다. 요청할 때마다 자료가 왜 필요하냐 하고, 부모님이 직접 오거나 위임장을 가져오라며 비협조적 태도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 사망 관련해) 코스트코에서 연락 온 적 없고, 직접 방문하라고 하더라. 본사 소통 창구가 없어 회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냈으나, 형식적인 사과 한 두줄 뿐이라 실망스러웠다”고 덧붙였다.
특히, 형 김동준씨는 빈소에서 고인을 모독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조 대표 발언에 분개했다. 사망한 김동호씨 사진을 들고 조 대표를 바라보며 “7~8명 정도가 들었는데, 눈 시퍼렇게 뜨고 그런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냐”며 “장례식장에서 한 말, 똑같이 해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앞서, 이학영 의원(민주당)은 조 대표에 “젊은 청년이 죽었는데, 빈소에 가서 ‘원래 병 있었던 것 아니냐’ ‘지병이 있었던 거 아니냐’는 등의 발언을 했나”라고 물었다.
조 대표는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다. 하지만, 형 김동준씨는 조 대표가 관련 발언을 8명가량 직원이 있는 자리에서 했고 여러 명이 들은 이야기를 전달받았기에, 조 대표 발언이 위증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조 대표는 고인이 무더위에 숨진 업무 환경에 대해서도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폭염 상황에서 4만보씩 걸으면서 일했는데, (업무 중) 쉴 곳도 없고, 주차장 내 온‧습계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기순환장치도, 에어컨‧냉풍기‧선풍기도 없고, 식수 휴게실도 4층까지만 있고 5층엔 없었다”며 “폭염 속에서도 체온을 낮출 수 있는 환경이었으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조 대표는 “깊은 애도를 표한다”라면서도 “말씀 주신 상황과는 다른 부분 있다”고 발언했다.
정민정 마트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이같은 사태가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단체협약’도 맺지 않은 코스트코 태도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모두 단체협약을 맺은 모습과 대조적이다.
노조는 코스트코에 건강과 안전을 위해 옥외작업 때 휴식시간 보장과 휴게시설 설치 등을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민정 위원장은 “코스트코만 노조 설립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유일하게 단체협약을 맺지 않아, 헌법에서 보장된 단결권과 교섭권을 부정하고 있다”며 “노동자가 사망한 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국감장에서) 개선할 부분 있으면 개선하겠다는 (조 대표) 이야기를 듣는 순간 분노가 솟구쳤다. 한국 노동자를 쓰다 버리면 되는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이에 노웅래 의원(민주당)은 “단체협약을 체결한 적 있냐”고 재차 물었지만, 조 대표는 “진행하고 있다”는 답변만 수차례 내놓았다. 노 의원이 “국회에 나와서 말 장난하는 거 아니다”라고 지적하자 조 대표는 “체결한 적은 없으나, 진행하고 있다”고 다시 답했다.
이같은 태도에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조 대표를 보니 회사경영에 있어 문제가 많겠다. 예의주시해서 봐야 한다”며 “국회 답변 태도에 엄중한 경고를 해 달라”고 박정 환노위원장에 요청했다. 다시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제기됐다.
박정 위원장(민주당)은 조 대표와 이강섭 샤니 대표 등에게 오는 18일까지 경위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내용을 살펴본 후 증인 채택 여부 등을 협의하겠다는 설명이다.
한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망사건에 대해 사고조사를 엄정하게 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현실에 답답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노동자들이 쓰다가 필요 없으면 갈아끼는 존재가 아니라, 존중받으면서 같이 가는 동반자라는 생각을 사회가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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