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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지원사격에도 KDB생명 매각 '안갯속'… 하나금융도 '장고' 거듭, 발빼나?

권유승 기자
KDB생명 본사 전경. ⓒKDB생명
KDB생명 본사 전경. ⓒKDB생명

-산은 3000억 증자 검토한다지만…잠재 인수사 하나금융, 추가 자금 수혈 부담은 여전

-동양생명 등 우량 매물 등장 점쳐지면서 'KDB생명' 가치도 희석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매물로 나온 KDB생명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적극적인 지원사격에도 매각 흥행 여부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인수 후 추가적인 자금 수혈의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동양생명 등 새로운 우량 매물들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점쳐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KDB생명의 매물가치도 더욱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KDB생명에 3000억원 가량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을 검토하면서 잠재 인수사로 거론되는 하나금융지주의 인수 의지를 거들고 있다.

KDB생명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금융은 지난달 말 실사를 마무리하고 최종 결정만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의 추가적인 증자가 예고된 만큼 KDB생명 인수에 대한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실사 작업이 길어지고 인수를 위한 하나금융의 최종 결정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번 인수전이 불발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우선 산은이 지속적으로 KDB생명에 자금 지원을 나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했을 경우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자금이 여전히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산은이 3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하면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은 100%를 상회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넘기려면 1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보면 하나금융이 인수 후 KDB생명에 추가적으로 들여야 하는 금액만 5000억원에 달한다.

킥스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 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이 비율이 100% 미만으로 내려가면 적기시정조치 등 금융당국의 제재가 가해진다. KDB생명은 저조한 킥스 비율은 물론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보험으로 역마진 리스크 우려도 있는 만큼 매물로서의 가치가 적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보험사 매물들이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KDB생명의 매력도 줄어들는 모습이다. 새로운 매물들의 등장이 하나금융 입장에서는 KDB생명 외에 눈을 돌릴 수 있는 또다른 선택지들이 늘어나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최근 매물로 나온 롯데손보의 경우 하나금융이 또 다른 보험 계열사인 하나손해보험과 시너지를 내기 위해 들여다 볼 가능성도 있다. 디지털보험사 형태로 운영 중인 하나손보는 올해 상반기 180억원의 적자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우량 보험사로 꼽히는 동양생명이 매물로 거론되면서 새로운 보험사 인수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동양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0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17% 증가했다. 킥스 비율도 163.4%로 금융당국 권고치를 상회하고 있어 인수 후 추가적인 자금 수혈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다만 하나금융의 경영진이 KDB생명 인수에 의지가 크다는 후문이 나돌고 있다는 점은 KDB생명의 매물 가치와는 별개로 이번 인수전의 변수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언론플레이에 나선다는 말이 나올정도로 KDB생명의 매각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라며 "산업은행이 KDB생명 매각만 다섯 번째 시도 중인 만큼 이번엔 어떻게 해서든 매각을 성사시키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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