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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포스코 초유의 파업 위기인데 유럽행… 최정우 회장, 출장인가 기행(奇行)인가

박기록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자료 사진=포스코그룹>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회사 설립 55년만에 사상 첫 파업 위기에 직면한 포스코에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포스코가 우리나라 산업 생태계에서 가지는 막대한 역할을 고려했을 때, 파업이 실제로 현실화됐을 경우 예측 불가능한 후폭풍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태풍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해 포항제철소의 고로 가동이 사상 처음으로 중단된 것은 불가항력이었다고 해도, 파업으로 인해 고로의 쇳물이 굳어버리는 최악의 상황만은 피해야한다는 것이 일반 대중의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 포스코의 ‘비상상황’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지난 5일, 사측과의 임단협 결렬이후 포스코 노조는 지난 1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단체교섭 조정신청을 내고 파업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이어 전날(12일)에는 쟁의대책위원회가 조합원들에 ‘기본복무지침’을 전달했다.

노조가 포스코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찬반 투표를 거치면 곧바로 파업 돌입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수순이다.

이런 중차대한 상황에서, 해외 IR을 이유로 유럽 출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진 최정우 회장의 공백에 시장의 우려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1일 예정됐던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도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국정감사에선 최 회장의 ‘부정청탁법 위반’ 여부를 질의하기위해서였기 때문에 재계의 관심이 어느때보다 높았다.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의 뼈대를 책임지고 있는 포스코다.

그 기업을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가져야할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고려했을 때, 이번 국정감사 기간과 포스코 파업 위기 상황에서 최 회장의 해외 출장은 일반인의 시각에선 출장이라기 보단 기행(奇行)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최 회장은 원격으로 국내 상황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받을 것이기 때문에, 포스코그룹 경영에 있어 단절이나 혼선은 없을 것이다.

다만 시장이 포스코의 파업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상황임을 고려할때, 자신이 지금 어디에 위치하고 있어야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은 필요해 보인다.

다행히 이런 급박한 와중에도 포스코 구성원들이 극한의 상황을 피하기위해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도 감지된다.

포스코 노조 관계자는 13일 “파업 찬반 투표 일정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는 않은 상태”라며 가능한 사측과 여전히 대화의 끈을 이어가고 있음을 알렸다.

지난 10일 노조는 고(故) 박태준 포철 명예회장 묘소를 참배한 뒤 서울 국립현충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포스코 경영진을 성토했다.

노조측은 “박태준 명예회장은 포스코 주식을 단 1주도 보유하지 않았고 직원들을 위해 사원 주택단지 조성, 교육재단을 설립했다. 반면 현재의 경영진은 현재 시가 135억원(2만7030주)가 넘는 무상 주식잔치와 함께 비상경영을 외치면서 본인들은 조합원 대비 수 배에 달하는 임금인상율 등 포스코 정신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직격했다.

올 1분기, 포스코홀딩스가 최 회장을 비롯한 26명의 임원들에게 스톡그랜트 방식의 주식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포스코는 태풍 ‘힌남노’로 인해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46.7%나 급감했다.

경영진들이 오히려 임금을 반납해도 모자를 상황임에도 성과급 잔치를 벌인데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정서적 분노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주역 포스코의 지난 55년 역사를 한단어로 통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포스코 경영진과 직원들간의 정서적 괴리가 어느때보다 크게 벌어져버린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물론 어딘가엔 그 해법이 있을 것이다.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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