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카카오 ‘시세조종’ 혐의 둘러싼 상반된 시나리오
-“SM 주가 시세조종 없었다”던 카카오, 수사 속도에 ‘당혹’
-SM과 시너지 차질 불가피 vs 타격 적어…전망 갈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경영진 구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카카오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카카오가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지분 공개매수 경쟁 상대였던 하이브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띄워 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이 점화한 탓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대규모 서비스 중단으로 뼈아픈 시간을 보낸 데 이어 올해 역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내게 됐다. 공동체(계열사) 경영진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부터 악화한 실적과 주가, 중소기업 기술 탈취 의혹 등 여러 악재가 겹친 가운데 치명타는 SM 인수와 관련한 ‘사법 리스크’다.
SM 인수를 진두지휘했던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지난 19일 구속됐다. 배재현 대표는 지난 2016년 음원 플랫폼 ‘멜론’ 인수를 비롯해 굵직한 공동체(계열사) 투자를 총괄해 온 ‘키맨(key man)’으로, 업계에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오른팔’로 통한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김범수 창업자에 오는 23일 오전 10시 SM 시세조종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출석을 통보했다.
특사경은 카카오 경영진들이 올 초 SM 경영권 인수전 당시 하이브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 주가를 하이브 공개매수가(12만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카카오는 이 과정에서 SM 주식에 대한 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5%룰)를 지키지 않았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본인이나 특수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 합계가 해당 주식 총수 5% 이상이 되면, 5영업일 이내에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카카오는 지난 2월28일부터 3월3일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함께 SM 발행 주식의 4.91%를 총 1443억원을 들여 확보했다고 지난 3월7일 공시했다.
특사경은 이에 앞선 2월16일 SM 지분을 대량 매집한 ‘기타법인’ 주체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헬리오스 1호 유한회사 등이 카카오와 특수 관계를 맺었을 경우, 5%룰을 위반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월 하이브가 카카오에 시세조종 의혹을 제기한 후 검찰과 특사경은 지난 4월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사무실을, 8월엔 김 창업자 사무실을 각각 압수수색을 하며 수사를 진행했다.
카카오 경영진이 구속되는 사상 초유 사태로 인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SM 간 협업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우려도 커졌다.
카카오는 당초 SM과 손잡으며 기존 음원 유통사업뿐만 아니라, SM 아티스트 글로벌 팬덤 시장을 기반으로 ▲게임 ▲스토리(웹툰·웹소설) ▲미디어(드라마·영화) 등 콘텐츠 전 영역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꾸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엔터 사업은 카카오가 미래 전략으로 강조하는 ‘비욘드 코리아(내수시장 범위를 중국, 일본 등 주변국까지 넓히는 전략)’를 실현하는 선봉장 역할이기도 하다.
반대로 높아지는 금융당국 압박 수위와 별개로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SM 간 협력체계가 생각보다 견고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시세조종 실체 여부를 법적으로 입증하기란 쉽지 않은 만큼, 설령 카카오의 시세조종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그때쯤이면 이미 3사 간 협업이 한창일 가능성이 커서다.
실제 조사를 통해 시세조종 정황을 포착할 수 있어도 여기에 시세조종 의도가 깔려있는지 증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사경 조사 결과 혐의가 확인돼 검찰 수사 단계로 넘어가도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에서 시세조종 혐의를 발견한 후 금융당국이 이를 검찰에 넘기는 데 약 1년이 소요된다. 재판 역시 1심에서 끝나지 않고 대법원까지 가게 되면 결과가 확정되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다만, 배 대표가 구속되면서 카카오 시세조종 의혹 수사는 불이 붙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실제로 카카오가 시세조종을 했는지 아직 알 수 없지만, 결론까지 몇 년이 걸리는 불구속 수사와 달리 구속 수사는 빠르다”며 “1심이 6개월, 2심이 6개월, 대법원이 4개월”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회사를 둘러싼 대내외 리스크 영향 등으로 카카오 주가와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일 카카오는 유가증권시장에서 전일 대비 1450원(3.58%) 내린 3만9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 주가가 장중 4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 2020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증권가 또한 목표주가를 줄줄이 하향하는 모양새다.
올 1분기 카카오 영업이익은 711억원으로 작년 1분기(1587억원)와 비교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2분기도 33.7% 급감한 1135억원에 그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올해 카카오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17.99% 감소한 4759억원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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