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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중동 수출 붐”…네이버, 내수기업 꼬리표 떼고 세계로

이나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네이버와 사우디 주택부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계약'을 지켜보고 있다. 앞줄 왼쪽이 채선주 네이버 정책 대표. [ⓒ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열린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에서 네이버와 사우디 주택부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 구축·운영 계약'을 지켜보고 있다. 앞줄 왼쪽이 채선주 네이버 정책 대표.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국내 대표 포털 네이버가 아시아·북미·유럽에 이어 이제 중동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 시작은 1억 달러(한화 약 1350억원) 규모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트윈 플랫폼 구축 사업 수주 소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사절단을 동행한 사우디 국빈 방문 일정과 함께 성사된 이번 계약으로 네이버는 ‘디지털플랫폼정부’ 수출 1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국내 최대 포털을 운영하는 네이버는 카카오와 함께 국내 양대 플랫폼으로 우뚝 섰지만, 그 이면엔 만년 ‘내수기업’이란 꼬리표도 존재했다. 이들 기업이 돌파구로 삼게 된 것은 해외 진출이었다. 신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측면에서도 외화를 벌어들이는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메신저와 커머스,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 성공 노하우로 해외 시장 문을 두드려 온 네이버가 창사 이래 첫 대규모 중동 사업을 맡게 된 건 그만큼 의의가 크다. 네이버는 중동 지역에서 B2G(기업과 정부 간 거래)·B2B(기업 간 거래) 기술력 수출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이정표를 만들어 낸 만큼, 향후 서비스·기술 등 전방위적 글로벌 공세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네이버는 이르면 내년부터 사우디 주요 5개 도시(리야드·메디나·제다·담맘·메카)에서 클라우드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본격 착수한다.

지난 24일 이러한 호재가 전해지자 네이버 주가도 다시 활기를 띠었다. 지난 13일 이래로 줄곧 내리막을 걷던 네이버 주가가 8거래일 만에 반등한 것이다. 25일에도 상승세가 유지됐다. 이날 네이버는 전일 대비 2100원(1.12%) 오른 18만91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우디는 국가 단위 대규모 스마트시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사업비 5000억달러(한화 약 670조원) 규모의 초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향후 5년간 사우디 주요 도시 5곳에서 클라우드 기반 3차원(3D) 디지털 모델링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 및 운영한다. 사우디는 이를 ▲도시 계획 ▲모니터링 ▲홍수 예측 등에 활용할 예정이다. 사우디 국민 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공공 디지털 서비스를 한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이 구축부터 서비스까지 직접 운영하게 되는 셈이다.

네이버는 이번 성과가 과거 10년 이상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운영 경험과 노하우,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전환’ 열쇠라고 여겨지는 디지털트윈은 디지털 세계에 현실 세계를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이다. 작게는 건물 내부 공간에서 크게는 도시 전체까지 데이터화해 정밀한 공간 정보를 구축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실이 아닌 클라우드 기반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기 쉽고, 이를 실험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건축 관련 정부부처는 네이버가 구축한 사우디 특정 도시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활용해 도시 계획을 해볼 수 있다. 예상 건축물에 대한 일조량 및 바람길을 시뮬레이션해 보거나, 집중 호우 때 침수 지역을 예측해 상하수도를 배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교통 관련 부처에서 도로 단위 교통 정보를 구축해 제공하거나, 서울시 ‘S-map’과 같은 공공 지도를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다.

민간에선 특정 스타트업이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반 실감형 부동산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할 수도 있다. 또, 해당 지역 디지털트윈 지도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자율주행 심부름 로봇을 손쉽게 제작해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해당 지역 공간 데이터가 구축돼 있으면 로봇 측위나 경로 계획 시스템을 저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어서다.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활용성이 높다. 디지털트윈 기반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해 AR·VR나 3차원(3D) 기반 시각 특수효과에 활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특히 도시 디지털트윈을 활용해 현실감과 규모감 넘치는 시각 특수효과(VFX)를 저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다

디지털트윈은 한 번 구축되면 이를 활용한 새로운 혁신 서비스들이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자 ‘인프라’에 가깝다. 즉, 일상 공간 그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이 되는 셈으로, 온라인 공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앱스토어 이상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구축될 수 있다.

일각에선 디지털트윈을 스마트시티와 같은 미래형 도시 기간 시설이자 디지털 사회간접자본(SOC)로 여긴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중동 지역 기술 수출에 성공한 네이버의 이번 프로젝트 수주를 일반적인 시스템통합(SI) 사업과 다르게 평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네이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도 실내·외를 모두 아우르는 도심 단위 정밀 디지털트윈 기술과 자체 매핑 장비, 자동화를 위한 AI, 클라우드 기반 프로세싱 인프라까지 한 번에 갖춘 곳은 네이버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네이버는 ▲항공사진과 MMS(Mobile Mapping System)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기술력 ▲5G 특화망 운영 경험 ▲대규모 실내 매핑 기술까지 모든 요소 기술과 국립중앙박물관 등 실증사업(POC) 경험까지 쌓고 있다.

업계는 디지털트윈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의 사우디 진출이 국내 스타트업과 공공기관이 인접 중동 지역으로 진출하는 데 청신호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네이버가 사우디 현지에서 디지털트윈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력이 확대해 생태계가 고도화하면, 자연스레 국내 스타트업들이 중동에 진출하는 것도 더 경쟁력이 생긴다는 관측이다.

네이버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기술 기반 글로벌 진출도 가속할 방침이다. 특히 네이버의 중동 지역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시티 기술 수출이 추후 하이퍼클로바X·소버린AI·소버린클라우드 등으로 확대되면 네이버클라우드 사업 역시 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트윈 자체가 네트워크와 같은 기간 인프라 성격을 일부 갖춘 중요한 기술인 데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축·운영되는 만큼, 이를 한국 IT 기업 기술로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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