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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바퀴 돌다 끝난 NHN 김해 데이터센터… 백지화 과정은?

이종현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3년간 헛바퀴만 돌던 NHN클라우드의 김해 데이터센터 건립이 결국 백지화됐다.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과 NHN클라우드간 공사비 조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결과다. 지역 거점별로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NHN클라우드의 전략에 적신호가 켜졌다.

NHN 김해 데이터센터 계획의 시작은 2020년 3월이다. NHN이 경상남도에 데이터센터 유치 부지를 제안했고, 2020년5월 최종 부지로 김해가 선정됐다. 시공사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이 참가하면서 경상남도, 김해시, NHN, 현산의 4자 협약이 체결됐다.

2025년 완공 계획이었던 데이터센터 사업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혔다. 2020년 7월 지역 환경단체가 서버 냉각으로 인한 김해 열섬 현상 발생, 전자파 방출로 인한 유해성 등을 내세우며 반발에 나선 탓이다. 이후 진행된 환경예측 용역이 진행됐고 2022년 4월에야 일단락됐다.

본격적인 건설 전 토지개발에 대한 실시계획이 인가된 것은 2022년 1월7일이다. 1년 6개월의 시간 동안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되는 와중에 또다른 악재가 찾아왔다. 2022년 1월11일 현산이 광주광역시에 건설 중이던 광주 화정 아이파크가 붕괴된 사건이다. 해당 사건으로 서울시는 현산에 영업정지 16개월의 처분을 내렸는데 이중 8개월은 4억원 상당의 과징금으로 대신했고 남은 8개월의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이어가는 중이다.

◆2022년→2023년→2024년→2025년→2026년→2027년, 기약 없는 완공

NHN 김해 데이터센터의 ‘착공’이 시작된 것은 2022년 4월이다. 다만 여전히 공사가 제대로 진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건설에 가장 중요한 주택건설사업 승인은 9월에야 나왔기 때문이다.

NHN은 2022년 8월 말 사업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관해 NHN 관계자는 지나치게 지연되는 사업에 부담감을 느낀 데다 미래도 불투명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애초 4자 업무협약 당시 데이터센터의 가동 시기는 2022년 하반기다. 하지만 사업이 지체되면서 시기가 늦어졌고, 목표보다 5년 늦춰진 2027년에나 완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9월 건설사업 승인이 나면서 NHN과 현산, 김해시는 3자 논의 끝에 사업을 지속하기로 하면서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은 그제야 출발선에 섰다. 2년이나 늦은 출발이다.

그러나 사업은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토지를 제외한 ‘착공’이라 할 만한 작업은 전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는 사업 백지화 및 귀책 사유에 대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데이터센터 건립 사업에 왜 아파트 건설이 포함돼 있는 거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700세대의 아파트, 오피스텔 등 주거시설이 포함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결국은 돈… 880억원에서 1800억원으로 2배 이상 치솟은 공사비

결과적으로 사업은 백지화됐다. 원인은 공사비 탓이다. 당초 4자 협약 당시 NHN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880억원가량이었다. 김해시에 따르면 현산은 여기에 20%를 할인해 준다는 내용으로 협약했다. 사실상 NHN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700억원가량인 셈이다.

하지만 2022년12월 NHN이 제출한 도면을 바탕으로 현산이 산정한 공사비가 원래 계획안보다 2배 이상 늘어난 1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원인은 사업이 시작했던 2020년과 달라진 건설원가다. 현산은 11월1일 사업 백지화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3년 전부터 자재비가 폭등했고 대부분의 민간개발이 건축비 상승으로 중단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880억원이면 된다고 하던 데이터센터가 1800억원이 됐다. NHN으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인상인데, 현산 측은 ‘인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당초 금액은 설계도서가 나오기 전에 추산한 것으로, NHN이 도면을 제출한 시점에서 정해진 1800억원이 기준이라는 주장이다.

현산 관계자는 “(NHN에게) 다른 제3자의 건설사에게 시공을 맡겨도 괜찮다,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며 사업 백지화의 귀책사유는 현산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산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해당 사업은 NHN, 현산뿐만 아니라 경상남도, 김해시가 함께 추진한 만큼 NHN이 임의로 시공사를 변경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또 자연녹지였던 데이터센터 부지는 상업지역으로 변경, 현산이 매입한 상태이기도 하다.

두 기업의 입장차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지자 김해시는 사업을 이어갈 경우 약 25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사비 갭은 메꿔지지 않았고, 최종 무산됐다.

김해 NHN데이터센터 조감도 ⓒ김해시
김해 NHN데이터센터 조감도 ⓒ김해시

◆상처만 남은 NHN‧김해… 최종 승자는 현산?

김해시, NHN, 현산은 사업 백지화의 원인을 달라진 대외 환경을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건축원가가 사업 추진 당시보다 2배 이상 늘었다는 것, 또 높아진 금리로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의 어려움 때문에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는 설명이다.

NHN으로서는 거점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마이크로 데이터센터’ 전략이 어그러졌다는 점에서 뼈아프다. NHN은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순천시, 경상남도 김해시 등에 데이터센터를 설립코자 했다. 이중 김해시는 백지화, 순천시 데이터센터 역시 난항을 겪는 중이다.

지역에 괜한 기대감을 심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개발 이슈로 지역 부동산 가격만 요동치게 했다는 지적이다. 사업 백지화의 귀책사유가 NHN에게 있다고 하기는 어려우나, 애초에 ‘NHN 김해 데이터센터’ 사업이었던 만큼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NHN이 김해 지역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은 아니다. NHN클라우드는 2022년 개발자 교육을 지원하는 ‘NHN아카데미 김해 캠퍼스’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데이터센터와 함께 약속했던 연구개발(R&D) 센터도 2023년 개소했다. R&D 센터에는 NHN클라우드의 보안을 책임질 보안관제센터도 운영 중이다. 테크 기업으로서는 파격적인 실험이다. NHN은 경상남도와 함께 다른 방안을 이어가겠다고도 밝혔다.

김해시로서도 수년간 추진해온 사업의 무산이 반갑지는 않다. 데이터센터 건립 예정지인 김해시 부원동은 시청 등 주요 관공서가 집중된 중심지다. 신도시 계획 추진으로 다른 지역이 발전함에 따라 노후화됐는데, 김해시는 지역 발전을 위해 ‘금싸라기’라 할만한 땅을 자연녹지에서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나 사업이 무산됐다.

단순히 사업이 무산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데이터센터는 건립되지 않은 채 현산이 주거 및 상업시설만 건설할 경우 김해시가 현산에게 특혜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김해시는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될 때 전체사업을 진행 또는 취소 결정하겠다. 간담회 등 절차를 통해 의견 조율하고 적정한 바라고 판단되면 사업에 대한 향후 다른 시행방법을 최종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사업 백지화로 남은 것 없이 허송세월만 보낸 NHN, 김해시와 달리 현산에게는 ‘땅’이 남았다. 더욱이 그 땅은 자연녹지였던 금싸라기 땅이다. 현산은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NHN 데이터센터는 NHN이 주도한 사업이었고 현산은 공동주택 부분 담당”이라며 “향후 방향성은 김해시와 김해시민과 논의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데이터센터가 들어선다는 것이 공식화된 이후에 부지를 매입해 이미 상업지구에 준하는 토지금액과 보상비를 지급했다. 향후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이에 상응해서 용적률을 낮추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토지매각 계획은 현재까지 없다”고 답했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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