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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톡] 넷마블, 5688억원 규모 ‘하이브’ 지분 왜 팔았을까?

문대찬 기자

넷마블 지타워 사옥. [ⓒ넷마블]

[디지털데일리 문대찬 기자] 넷마블이 하이브 주식 일부를 오는 9일 처분한다. 적자 지속 과정에서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차입 상환 시기까지 다가오면서 급하게 실탄을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6일 공시에 따르면 넷마블은 보유 중인 하이브 지분 18.1%중 약 250만주(6%)에 해당하는 주식을 매각한다. 이날 종가 기준 5687억5000만원 규모다. 넷마블의 하이브 지분은 12.1%로 줄어들지만 2대 주주 지위는 유지된다.

넷마블은 긴 보릿고개를 나고 있다. 지난해 창사 첫 적자를 낸 뒤로 올 2분기까지 6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도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이 가운데 2021년 미국 소셜카지노업체 스핀엑스 인수를 위해 외화대출로 약 1조8000억을 조달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런 상황에서 넷마블은 지난 10월 1600억원에 달하는 공모채 차환 만기가 도래하자, 6개월물에 해당하는 기업어음(CP)으로만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 들어 넷마블은 총 4차례 CP를 발행했는데 그 규모만 4600억원이다. 고금리에, 지속되는 적자와 재무 부담으로 신용등급이 하락한 상황에서 추가 등급 하락을 우려한 것이 넷마블이 단기금융시장 문을 두드린 배경으로 읽힌다.

KB증권의 이선화 연구원은 6일 리포트에서 넷마블에 대해 “인수합병을 통해 꾸준히 외형 성장을 이뤄온 기업이지만, 연간 130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2021년 인수한 스핀엑스에 조건부 대가로 잡혀있는 부채 3300억원을 고려하면 향후 이자비용은 더 증가할 것”이라면서 “지난 10월16일 만기였던 1600억원 가량의 사채는 차환한 것으로 예상하는데, 높아진 금리 부담이 더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지분법에 따라 넷마블 2대 주주인 CJ ENM의 손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CJ ENM의 지분 매각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그는 “보유 지분율이 워낙 크기 때문에 락업 기간 등을 고려해도 오버행 이슈는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의 CP 상환 시기는 내년 상반기다. 스핀엑스 인수 차입금까지 더하면 조 단위 상환 부담에 직면한 상태다.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넷마블 단기 차입금은 1조6000억원으로, 총 차입금 2조3000억원의 69%에 달한다. 보유 현금성 자산은 약 6445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업계에선 넷마블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상장사 주식을 매각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넷마블은 2018년 5월, 하이브(당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2014억원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하이브 2대 주주에 올랐다. 게임과 엔터테인먼트의 만남이라는 의미 외에, 방준혁 넷마블 의장과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친인척 관계라는 점에서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넷마블은 하이브의 BTS(방탄소년단)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사업 확장을 추진했으나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지난해는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네오가 개발 중이던 리듬 액션 모바일 게임 ‘BTS 드림: 타이티난 하우스’가 팬과 이용자간 시각 차이로 인해 갑작스레 개발 중단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의 기업 가치가 크게 뛰자, 주식 처분을 결정한 것으로 읽힌다.

넷마블이 하이브 지분 매각을 통해 약 5688억원을 확보하게 되면서, 덕분에 당장의 유동성 확보는 가능해졌다. 이번 처분이 넷마블의 흑자 전환에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넷마블은 앞서 2분기 신작 ‘신의탑:새로운 세계’, ‘세븐나이츠키우기’ 흥행에 성공하면서 4분기부터 본격적인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점쳐진 바 있다.

다만 이 연구원은 “자체 개발 신작 게임 출시일이 불확실한 가운데 수명이 짧은 모바일 퍼블리싱 게임 매출 비중이 늘면서 마케팅비 부담이 커지고 수익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넷마블이 론칭하는 신작들은 유명 IP를 차용한 게임이 다수인데, IP 로열티 수수료 10% 가량을 고려하면 기존작 매출 감소분을 상쇄하기 위한 신작의 흥행 성공이 필수”라고 짚었다.

넷마블 관계자는 “이번 유동성 확보로 적자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이후 추가 블록딜은 없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식 처분액이 4분기 실적에 기타 매출 등으로 반영될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예측 중이다. 어떻게 반영될지 차차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대찬 기자
freez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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