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성남에 ‘네이버1784’ 있다면, 세종엔 ‘각’이 있다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인적이 드문 산길을 달려 세종특별자치시 집현동 부용산 부근에 들어서니 마블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올 법한 미래형 회색 건물과 압도적인 규모 대지가 펼쳐졌다.
축구장 41개 크기인 29만4000제곱미터(약 8만9000평) 부지 위에 지어진 각 세종은 단일 기업 데이터센터 기준 국내 최대 수준인 60만 유닛(서버 높이 단위규격) 서버를 수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췄다. 국립중앙도서관 전체 데이터 약 100만배에 달하는 수준인 65엑사바이트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 6일 방문한 네이버 제2 데이터센터 ‘각 세종’은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네이버 제2사옥 1784를 연상케 했다. 완전 무인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돌아다니는가 하면, 정보기술(IT) 창고에서 핵심 자산인 서버 운반과 불출, 적재를 로봇이 도맡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가 ‘미래 네이버 심장’이라고 강조한 이곳은 현재 전체 공간의 6분의1 규모만 열린 상태로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 본관과 지하 3층, 지상 2층 북관(서버관) 등으로 구성됐다.
먼저 본관 운영동에 있는 통합관제센터를 찾았다. 통합관제센터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통해 효율성을 확보하고 비상 때 필요한 조치들을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는 측면에서 데이터센터 ‘눈’이자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이곳에선 최소 인원이 머무르며 무전으로 현장을 확인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모든 상황을 빠르게 원격 제어한다.
통합관제센터 전면엔 대형 모니터링 화면이 띄워져 있는데 ▲데이터센터 내부 주요 공간 상황을 보는 폐쇄회로(CCTV) ▲데이터센터 내 수만개 센서를 통해 수집된 실시간 데이터로 주요 설비 온도나 상태를 확인하는 퍼실리티 모니터링(FM) ▲포털 이용량에 영향 줄 급박한 사건·사고를 파악하기 위한 실시간 뉴스 세 가지로 구성돼 있다.
본관 내부 다리를 통해 서버동으로 이동했다. 서버는 365일 단 1초의 끊김도 없어야 하므로 발열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는지가 데이터센터 핵심이다. 각 세종은 지난 10년간 데이터센터 각 춘천을 운영하며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외기를 이용한 냉각 효율을 극대화했다.
여기엔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인 ‘나무(NAMU·NAVER Air Membrane Unit)-Ⅲ’가 쓰였는데, 이는 찬물이 흐르는 벽에 바람을 통과시켜 온도를 낮춘 ‘나무’를 지속 개선한 버전이다. 나무-Ⅲ의 가장 큰 특징은 기후 환경에 따라 직접 외기와 간접 외기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다만 꽃가루나 황사, 미세먼지가 많거나 온도나 습도가 매우 높아 외부 공기를 활용할 수 없는 상황엔 간접 외기 모드로 서버실을 냉방한다. 또한 양방향에서 자연 외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부채꼴 형태로 꺾어서 건물을 배치했으며, 서버실도 복층 구조로 돼 서버실에서 내뿜는 열기는 복층을 통해 빠르게 외부로 배출될 수 있도록 했다.
김재필 네이버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엔지니어링 리더에 따르면 현재 각 세종 전력효율지수(PUE)는 1.2 정도이며, 그 이하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PUE는 1에 가까울수록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서버가 운영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실은 입장하자마자 엄청난 굉음이 쏟아졌다. 소음의 정체는 3.2미터 높이 랙(서버 보관용 선반)에 빼곡하게 들어서 가동 중인 GPU들과 냉방장치 등이었다.
네이버는 높은 연산 처리에 최적화된 GPU를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이달 1단계로 문을 연 각 세종 서버동 ‘북관’은 데이터 증가 속도에 맞춰 총 3차에 걸쳐 순차적으로 가동될 계획이다. 네이버는 북관이 빠르게 찰 경우를 대비해 2단계 서버동 구축 예정 부지도 미리 확보해둔 상태다.
정보기술(IT) 창고로 이동하니, 네이버랩스가 자체 개발한 로봇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자산관리 자동화 로봇 ‘세로’는 IT 창고에서 핵심 자산인 서버 불출과 적재를 사람 개입 없이 수행하고, 각 서버 자산번호를 인식해 자산 흐름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한다. 세로는 2밀리미터 단위로 자산을 정확하게 피킹해 안전하게 적재하며, 3미터 높이까지 자산을 적재할 수 있어 면적당 자산 수용량을 높였다.
‘가로’는 서버실과 로봇 창고를 오가며 고중량 자산을 운반하는 자율 운송 로봇이다. 최대 400킬로그램까지 적재가 가능하며 최대 주행 속도는 2미터 퍼 세크(m/s)다. 가로는 작업자 개입 없이 스스로 이동하지만 ‘파워 어시스트 모드’로 전환하면 600킬로그램이 넘는 적재물도 작업자가 직접 핸들을 제어하며 수동 운송할 수 있다.
아울러 각 세종에서 운행되는 자율주행 셔틀 알트비(ALT-B)는 네이버랩스 풀스택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작업자들과 방문객이 이동하는 것을 돕는다. 구체적으론 지난 2017년 IT업계 최초로 국토교통부 자율주행 임시운행을 허가받고 복잡한 도심을 직접 달리며 개발한 독자적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알트라이브(ALTRIV)’를 탑재했다.
로봇과 자율주행 셔틀은 작업자들이 단순 반복 업무와 이동 등에 소모되는 시간을 줄이고, 더 중요한 전문적 시설 안전 관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의의가 있다.
김재필 리더는 “현재 각 세종에는 120~130명 정도가 일하고 있다”며 “로봇 등 주요 기술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서버실마다 작업할 사람이 5~10명은 더 필요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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