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 칼럼

[취재수첩] 배달 플랫폼 인증제가 허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안나 기자
[ⓒ 연합뉴스]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지난해 10~11월 국토교통부와 배달대행 플랫폼들이 연이어 강조한 소식이 있다. ‘소화물 배송대행서비스 인증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내용이다.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사업자 인증제도(소화물 인증제)는 국토부가 지난해 처음 지정했다. 목적은 라이더 안전과 소비자 편익이다.

이에 국토부는 배달대행, 퀵서비스 업체 가운데 배달원 안전 교육, 보험 정책, 표준계약서 작성 여부, 서비스 안정성 등 심사 과정을 거친 뒤 우수업체를 인증기업으로 선정했다. 당시 우아한청년들·바로고를 시작으로 플라이앤컴퍼니(요기요), 부릉, 만나코퍼레이션, 로지올(생각대로), 스파이더크래프트 등이 소화물 인증을 받았다.

소화물 인증 주기는 1년으로 짧다. 1년이 지난 지금 업체들은 벌써 소화물 인증을 갱신을 했거나 갱신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인증을 받기 위해 기업들은 200~300만원 가량 심사 수수료를 지불하고 심사를 받기 위해 상당 시간과 인력을 투입했다. 벌써 두 번이나 인증 과정을 거치고 있는데, 의문인 점은 인증제가 실제 라이더 안전과 소비자 편익이라는 국토부 본 취지에 맞는 영향을 발휘하고 있느냐다.

현재 소화물 인증기업과 인증을 받지 않은 기업 간 차별점은 없다. 다시 말해 플랫폼 기업들이 건전한 배달 문화 조성을 위해 선의로 인증제에 참여했어도 ‘인증제 마크’ 외에 받는 혜택이 전무하다. 오히려 심사 인증을 받기 위해 라이더들에게 의무안전교육 등 수행을 권유했다가 “무슨 권한으로 지시하냐”며 라이더들 원성을 받기도 한다. 라이더 안전교육은 엄밀히 이들을 고용한 지역 배달대행 사업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기업 관점에선 가장 먼저 피해야 하는 활동은 얻는 것 없이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일이다. 더군다나 배달대행 플랫폼 시장은 2년 이상 투자가 한 건도 진행되지 않는 등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플랫폼 기업들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인증을 갱신한다. 현재 소화물 인증제에 참여하는 1순위 목적은 국토부 눈치를 받지 않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소화물 인증제도를 만들며 이 인증을 받은 기업만 ‘소화물배송 공제조합’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줬다. 공제조합 조합원이 된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고 배달하는 라이더는 민간보험 대비 20% 저렴한 유상운송용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물론 공제조합이 충분히 경쟁력 있고 매력적인 상품을 만든 후, 인증기업 소속 라이더만 가입할 수 있게 한다면 플랫폼은 라이더 확보라는 간접적 혜택을 가질 순 있다.

그러나 연내 선보인다던 보험상품은 내년에야 완성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플랫폼 간 이동이 잦은 라이더 특성을 고려하면 보험 가입만으론 플랫폼이 인증제를 통해 얻는 혜택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크다. 소화물 인증제 실효성을 위해선 소화물 인증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거나 인증 받았을 때 인센티브 등 혜택을 지급하는 게 중요하다.

소화물 인증제를 만들고 시행한 목적은 안전한 배달문화다. 먼저 인증제를 받은 기업들은 9개 업체 정도지만 결국 업계 전반 문화 조성을 위해선 더 많은 인증 기업 참여가 필요하다. 기존 업체들 참여가 다른 사업자들 본보기가 되어야 그 동기가 만들어진다. 국토부와 교통연구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든 만큼, 소화물 인증제도가 활성화되려면 먼저 선의로 참여하는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당근’을 제시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이안나 기자
anna@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