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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설비' 가상현실로 펼쳐진다…램리서치, 한국서 대규모 R&D로 '퀀텀점프' [소부장 현장속으로]

배태용 기자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 전경.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 전경. [ⓒ램리서치]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한국은 램리서치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곳입니다. 미국 본사에서도 새 제품을 개발한다거나 어떤 로드맵을 짤 때, 가장 먼저 한국 시장과 고객 등을 고려합니다. 용인 캠퍼스 이전을 계기로 한국 반도체 업계의 파트너들과의 더욱 강화된 협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28일 용인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 첫 장비 반입 2주년을 기념해 직접 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이상원 램리서치 한국법인 총괄 대표가 강조한 말이다.

램리서치는 제조 공장을 포함해서 물류센터, 마케팅 및 세일즈 오피스, 고객지원센터, 트레이닝 센터 및 R&D 센터까지 모든 주요 사업 부문을 K-반도체 벨트 내에서 운영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위치한 램리서치코리아는 지난해 4월 용인 기흥구 지곡동에 3만 제곱미터(㎡) 규모의 R&D 시설을 공식 개관한 바 있다. 램리서치가 국내 R&D 기반을 강화하는 것은 우리나라 고객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긴밀한 협업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솔루션 개발을 가속화는 글로벌 랩(lab)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고객과 스킨십 늘리는 램리서치…용인 R&D 이전 확장

고객사와 가까운 거리에 연구시설을 갖추고 본사의 랩과 가상의 R&D 네트워크를 연결함으로써, 개발 및 테스트 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생산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R&D 캠퍼스는 동탄에 있는 테크니널 트레이닝 센터와 용인에 있는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로 나뉜다. 고객사들과의 접근성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테크니컬 트레이닝 센터도 내년 용인으로 자리를 옮긴다. 현재 용인 캠퍼스 내 사무동이 건설 중으로 내년 7월 완공 예정이다. 사무동이 완공되면 판교에 있는 본사도 이전한다.

이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테크니널 트레이닝 센터다. 2018년 3월 처음 설립된 테크니널 트레이닝 센터는 고객과 더 가까이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됐다. 센터 설립 이전에는 신규 장비 도입 시 교육을 받기 위해서 미국 본사로의 장거리 출장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센터가 설립되면서 장비 교육을 받기 위한 이동 거리, 비용 및 의사소통의 제약도 크게 줄게 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테크니컬 트레이닝 센터 VR룸에서 체험 중인 기자들. [ⓒ램리서치]
테크니컬 트레이닝 센터 VR룸에서 체험 중인 기자들. [ⓒ램리서치]

현재 이곳에서는 고객, 램리서치, 협력사 엔지니어의 기술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재 양성을 위한 대학생 장비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함으로써, 고가의 장비를 직접 운영할 기회가 전혀 없는 환경에서 반도체 장비 실습 교육을 위한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VR 공간 속에서 직접 반도체 엔지니어가가 돼 장비를 만져봤다. VR 헤드셋과 컨트롤러를 착용, 반도체 웨이퍼를 도킹, 운송하는 장비인 '센스아이 플랫폼'을 구동시켰다. 외력 또는 다른 요인에 의해 작동이 멈춘 장비의 일부를 수리하기 위해 나사를 풀고 부품을 컨트롤한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VR 공간 속에서 장비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던 점이다. 반도체 공정은 철저한 클린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 만큼, 그간 해봤던 공장 투어에선 설비 내부를 보진 못했다. 그러나 VR 공간 속에서는 설비 안쪽의 배선이나 기판을 비롯해 각도 등의 문제로 실제로는 보기 힘든 부분들까지 볼 수 있다.

현장의 램리서치 관계자는 "한국 트레이닝 센터는 램리서치의 전문성을 갖춘 엔지니어가 미래의 엔지니어를 육성 또는 고객사의 설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됐다"라며 "이론적인 이해와 실무적인 노하우를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짜 현재까지 반응이 좋은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대학생들은 자비를 들여서도 반도체 실제 설비를 보기 쉽지 않다"라며 "이곳에서는 실제 라인에서 사용하는 설비를 조작하고 보고 체험, 이해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수업을 진행,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미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에서 반도체 제조 장비 관련 설명을 듣고 있는 기자들. [ⓒ램리서치]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에서 반도체 제조 장비 관련 설명을 듣고 있는 기자들. [ⓒ램리서치]

식각 공정 최적의 컨디션으로…센스아이의 성능

다음으로 용인에 위치한 코리아테크놀로지 센터를 방문했다. 램리서치의 클린룸에 직접 들어가 설비 장비를 직접 볼 수 있다. 램리서치는 반도체 공정 중에서 증착, 식각, 계측 관련 장비를 중심적으로 제조하고 있는데 이곳에선 램리서치의 관련 장비들이 모두 들어서 있다. 구체적으로 6개의 증착, 식각 장비가 들어서 있고, 계측 장비는 수십 개에 달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램리서치의 대표 장비 중 하나인 '센스아이(Sense.i)' 장비가 위치했다. 센스아이는 반도체 공정 중에서 식각을 담당한다. 식각은 웨이퍼 위에 증착된 박막의 일부를 제거해 회로 패턴을 만드는 공정이다. 센스아이는 이전 식각 장비인 키요(Kiyo), 플렉스(Flex )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장비다.

식각 과정에서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공정의 패턴과 경향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는 인텔리전스 (Equipment Intelligence) 기술을 탑재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 자율 캘리브레이션 및 유지보수 기능을 갖추고 있어 비가동 시간과 인건비를 줄이고, 머신 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툴을 자가 조정, 공정 변화를 최소화하고 웨이퍼 산출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수민 램리서치 엔지니어는 "반도체 제조사들이 더 똑똑하고고 더 빠른 초고밀도의 칩을 개발하면서 공정이 복잡해지고 단계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라며 "파운드리 내 프로세스 챔버를 늘리는 만큼 정해진 공간 대비 전체 산출량은 줄어드는 상황인데, 센스아이 장비는 점유 공간이 작아 여러 면에서 강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상원 램리서치 한국법인 총괄 대표이사. [ⓒ램리서치]
이상원 램리서치 한국법인 총괄 대표이사. [ⓒ램리서치]

지난 10년간 국내 생산량 18배↑…대규모 투자 진행 중

램리서치코리아 경영진들은 한국 법인 설립 이래, 부품 및 장비 국산화를 위한 파트너십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R&D 벨류체인 투자 역시 이에 대한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체수 사장은 "램리서치코리아는 한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이기도 하지만, 사실 한국 장비와 부품으로 만든 장비들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수출 기업이기도 하다"라며 "실제 지난 10년간 국내 생산량을 18배 이상 늘려왔으며, 2021년 이후 반도체 전공정 장비 생산 및 수출 물량은 국내 최대를 기록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이상원 대표는 "내년에는 IT업계에 많은 변화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AI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세상은 상상하지 못했던 다양한 기기들을 우리 삶에 들여올 것이다"라며 "이로 인해 램리서치코리아 역시 더 정교하고 더 작고 더 스마트한 칩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장비와 공정을 만들어내기 위해 또다시 퀀텀 점프를 해야 할 것이고, 계속적인 투자로 한국 반도체 생태계에 활성화에 노력할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용인 캠퍼스 이전을 계기로 한국 반도체 업계의 파트너들과의 더욱 강화된 협력을 통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배태용 기자
tyba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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