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더 이상의 통신장애 악몽은 없다”…1시간내 긴급복구 ‘척척’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현 시각 14시10분 부로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발령합니다.”
2일 오후 대전 서구에 있는 A급 중요통신시설인 SK텔레콤 둔산사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 지하주차장에 있는 전기자동차 충전시설에서 시작된 불로 인해 내부는 금새 연기로 가득 찼다. 인명 피해는 물론 대전 일대 통신 마비 사태가 우려되는 상황.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이와 같은 상황을 가정해 통신4사와 유관기관 합동으로 2023년도 안전한국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실제 사고 현장을 방불케 했다. 화재 감지로 커다란 사이렌 경보가 울리고 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기 시작했다. 이어 SK텔레콤 둔산사옥 관제실의 신고로 소방차와 경찰차 수 대가 출동,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나섰다.
이 사이 화재 상황을 확인한 과기정통부는 상황판단회의를 거쳐 정보통신사고 ‘위기’ 경보를 발령했다. 이어 방송통신재난대응상황실을 설치하고 유관기관에 상황을 전파했다. 신속한 대처를 위해 과기정통부와 유관기관은 다자간 영상회의로 실시간 소통을 주고받았고, 재난안전통신망(PS-LTE)을 통한 영상 중계로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화재 영향으로 SK 대덕 데이터센터에 정전이 발생했음을 확인한 과기정통부는 2차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정보통신사고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설치하고,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상황 보고와 함께 긴급 복구 및 장애 최소화 절차에 돌입했다. 우선, 피해 지역 이용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변 와이파이 및 타 통신사 무선망을 활용하는 재난 와이파이·로밍 가동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실제 재난 와이파이가 개방되면서, 훈련 현장에서 와이파이를 연결해 본 결과 ‘Public WiFi Emergency’라는 이름의 재난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었다.
유선 인터넷 장애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방지하는 조치도 이뤄졌다. 지난해 KT 통신망 오류로 소상공인들의 카드 결제 서비스가 마비돼 점심시간 결제 대란이 일어나기도 했던 만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스마트폰 이더넷 테더링을 활용, 유선 통신이 마비된 상황에서 스마트폰과 연결해 무선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 모습을 확인했다.
KT와 LG유플러스까지 포함한 주요 통신사업자들의 전국망 점검 및 긴급복구 대응 절차도 실시됐다. 이들은 통신설비·서비스 피해 상황을 공유하면서 통신사간 회선 연동을 통한 상호백업망을 가동했다. 아울러 현장에는 이동기지국과 이동발전차량을 급파해 무선통신서비스와 전원을 긴급 공급했다.
이러한 대처 끝에 SK텔레콤은 화재 대응 솔루션 및 긴급복구 솔루션을 통해 통신망을 복구하고 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과기정통부는 3차 상황판단회의를 통해 중수본 대책반별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피해·복구 현황 파악 및 정상화를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보 발령 약 1시간이 지난 오후 3시12분 부로 ‘위기’ 경보를 해제했다.
이날 세종정부청사에서 실시간 회의로 훈련에 참여한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훈련 강평을 통해 “오늘 시연한 재난 로밍과 재난 와이파이를 보니 통신사들이 협력한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재난 와이파이 상황이 되면 많은 분들이 이용을 하면서 트래픽이 폭주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부분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했다.
박 2차관은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지털 심화 시대에 디지털 인프라의 장애는 국민에게 매우 큰 피해를 끼친다”며 “디지털 인프라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훈련을 실전처럼 진행하고, 예방점검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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