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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청바지, 세탁해도 정말 괜찮을까?" GPTs '빨래챗봇'에게 도움을 받아봤다

김보민 기자

'GPTs'로 만든 세탁 전문 챗봇에 청바지 세탁법을 물으니 답변과 함께 사진과 같은 카탈로그형 이미지가 생성됐다. [ⓒ GPTs 이미지 캡처]

[디지털데일리 김보민 기자] 챗GPT가 출시 1년을 맞았다. '사람처럼 대화하는 챗봇'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이끈 오픈AI는 지난 1년 간 숨 고를 새 없이 업계 판도를 뒤집을 기술과 서비스를 쏟아냈다. 그 중 하나가 'GPTs'다.

GPTs는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맞춤형 챗봇을 만들 수 있는 챗봇 빌더다. 코딩을 모르거나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나만의 챗봇을 만들 수 있고, 다른 사람과 함께 써볼 수도 있다. 멀티모달 모델인 GPT-4도 탑재한다. 오픈AI는 스토어 환경에서 챗봇으로 돈을 버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현재 GPTs는 유료 가입자를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되고 있다. '대단하게 쓸모 있는 챗봇이 아니더라도 괜찮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세탁 노하우를 알려주는 '빨래꿀팁봇'을 만들어봤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세탁소와 관련 용품 사업자들이 이를 활용할 만한 기능 또한 추가해봤다.

챗봇 빌더 초기 화면 모습[ⓒ GPTs 캡처]

◆ STEP 1 : "내 말대로만 해" 빨래챗봇이 할 일 정해주기

GPTs로 챗봇을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사용자는 먼저 챗GPT 홈페이지에 접속해 로그인을 한 뒤, 왼쪽 카테고리 상단에 있는 '익스플로어(Explore)'를 눌러야 한다. 그러면 '마이 GPTs' 항목 아래 'GPT 만들기'를 누르면 챗봇 빌더 페이지가 열린다.

빌더 페이지는 ▲챗봇의 주요 설정 사항을 명령하는 공간(왼쪽) ▲설정 사항을 실험해볼 수 있는 공간(오른쪽)으로 나뉜다. 사용자는 왼쪽 명령창에 챗봇이 수행할 일들을 자연어로 설정하고, 오른쪽 명령창을 통해 자신이 설정한 사항들을 하나씩 확인해볼 수 있다. 전 작업은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진행됐다. 다만 사용자 본인은 한국어를 사용해도 된다.

빨래에 특화된 AI 전문가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에 먼저 왼쪽 명령창에 챗봇이 수행할 세부 사항을 적었다. '나는 혼자 사는 사람(자취생)을 위한 챗봇을 만들고 싶어. 세탁과 관련된 정보를 물어보면 너는 목록 형식으로 답변을 줘야 해. 세탁에 도움이 되는 정보 앞에는 다이아몬드(◆) 표시를, 해가 되는 정보에는 별(★) 표시를 달아줘'라고 요청했다.

이미지를 첨부하거나 추가 요청 사항을 설정할 수도 있다. 앞선 명령 이후에 '세탁과 관련된 전문가 기사나 칼럼이 있다면 목록 아래에 링크를 추가해줘', '복잡한 내용은 카탈로그형 이미지로 설명해줘' 등을 붙였다. 그러자 챗봇 빌더는 'GPT 동작 업데이트'라는 말과 함께 설정이 완료됐다는 점을 알렸다.

챗봇의 특성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다. '자취생이라면 전력을 아낄 만한 요인을 함께 추천해주면 좋지 않을까요?' 등의 질문을 나열하는 식이다. 혼자 살기 시작한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라면 전기세를 아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설정 또한 추가했다.

[ⓒ GPTs 캡처]

STEP 2 : "마음에 들 때까지" 프로필 사진, 이름 추천 '뚝딱'

챗봇 빌더가 자동 추천한 '퐁퐁 세탁소'의 첫 프로필 사진 [ⓒ GPTs 캡처]

세부 사항을 설정하자 챗봇 빌더는 세탁 전문 AI에 어울릴 만한 이름으로 '세탁 친구'를 자동 추천했다. '마음에 들지 않아, 한국어 이름 다섯 개만 추천해줘'라고 요청하자 즉각 목록이 떴다. '클린 보이', '세탁 지니', '빨래 해결사', '뽀송뽀송 마법사', '퐁퐁 세탁소' 등의 이름이 줄을 지었다. 가장 어감이 좋은 '퐁퐁 세탁소'를 선택하자 챗봇 빌더는 바로 우측 테스트 화면에 새 이름을 띄웠다.

챗봇을 대표할 프로필 사진도 자동 생성했다. 처음에는 애니메이션 풍의 세탁기 그림을 추천했다. '사실적인 세탁기 이미지가 좋겠어. 세탁물이 밖으로 흘러나오는 모습을 강조하고, 배경에 잔디밭을 깔아줘'라고 요청하자 즉시 이미지가 생성됐다. 이 또한 즉각 우측 테스트 화면에 반영됐다.

프로필 사진과 이름을 만들고, 세부 사항을 설정할 때마다 우측 테스트 화면에는 다른 '챗봇 소개글'이 올라왔다. 시작은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세탁 챗봇'였지만, 세부 설정이 끝난 뒤에는 '자취생의 세탁을 돕는 역동적인 도우미'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만 한국어가 미숙해 챗봇 이름이 어감이 비슷한 단어로 바뀌는 경우도 잦았다. '퐁퐁 세탁소'라는 이름은 어느새 '풀풀 세탁소', '폐폐 세탁소' 등의 이름으로 바뀌어 있었다. 설정 칸에 이를 수정해 달라고 했지만 오류가 잦아 결국 영어 이름 '퐁퐁 론드리(Pong Pong Laundry)'로 수정해야 했다.

방금 생성한 챗봇에 청바지 세탁법을 물어보니 설정 사항에 맞춰 답변이 생성됐다. [ⓒ 챗GPT 캡처]

◆ STEP 3 : 5분 만에 챗봇 완성, 궁금했던 질문 쏟아내기

이제 남은 건 실전이다. 빌더 페이지 우측 상단에 '저장하기'를 누른 뒤 챗GPT 첫 화면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퐁퐁 론드리'라는 새 항목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퐁퐁 론드리에게 가장 먼저 던진 질문은 '청바지는 정말 빨아도 괜찮아?'였다. '청바지는 평생 빨지 않아도 되는 옷'이라는 일각의 말에 대해 챗봇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퐁퐁 론드리는 '그럼요, 몇 가지 팁을 알려드릴게요'라는 말과 함께 답변을 줬다.

온도 설정·세탁 주기·뒤집어 빨기 등 청바지 세탁에 도움이 되는 정보는 '◆' 표시로, 표백제 사용·빈번한 세탁 등 해가 될 만한 정보는 '★'로 표시해 알려줬다. 챗봇 빌더에서 설정한 사항을 따른 셈이다. 퐁퐁 론드리는 '차가운 물을 사용하세요, 뜨거운 물은 청바지의 색을 빼거나 수축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물 온도를 낮추면 전기세를 아낄 수 있다는 팁도 강조했다. '표백제는 청바지의 색상과 소재에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라는 조언 앞에는 '★'이 붙었다.

목록 아래에는 청바지 세탁 온도, 주기 등과 관련된 기사와 칼럼 링크가 따라왔다. 챗봇이 추천한 링크는 모두 영문으로 적힌 북미권 기사였다. 유명한 외신 기사가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이 작성한 칼럼이나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있는 블로그로도 연결이 되었다. 답변 마지막에는 청바지 세탁, 건조, 보관 방법을 종합한 이미지가 생성됐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 세탁과 관련된 더 재미있는 챗봇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단순 세탁 정보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관련 업종 관계자들이 이 챗봇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다시 챗봇 빌더 페이지로 들어가 가상의 세탁업체와 세탁용품을 명단으로 입력해 넣었다. 그리고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키워드가 맞는 세탁업체와 세탁용품을 추천하도록 설정했다. 다시 '퐁퐁 론드리'와의 대화로 돌아와 '얼룩이 잘 지워지는 제품을 추천해줘'라고 물어보자 '얼룩' 키워드가 맞는 제품 명이 답변에 명시됐다. 일종의 홍보 효과를 내는 챗봇이 만들어진 셈이다. 설정 사항을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도 있어 편리했다.

[ⓒ 챗GPT 캡처]

더 세밀한 챗봇 기능을 구현하고 싶다면 외부 API로 성능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복잡하게 챗봇을 만들고 싶지 않다면, '마이 GPTs' 아래 오픈AI가 제공하고 있는 다른 템플릿을 사용하면 된다. 여기에는 보드게임 규칙을 설명해주는 챗봇, 창작물을 검토해주는 챗봇, 문서를 기반으로 표와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챗봇, 수학 숙제를 도와주는 챗봇 등이 있다.

오픈AI의 창업자인 샘 올트먼은 이달 초 GPTs를 공개했을 당시 "결국 우리는 컴퓨터에게 필요한 것을 요청하고, 컴퓨터가 이 모든 작업을 대신 수행해주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GPTs는 올트먼, 그리고 오픈AI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시작점인 듯 하다.

김보민 기자
kimbm@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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