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다이브] 천연흑연으로 인조흑연 성능 구현?...엘엔에프의 기술력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중국의 갑작스러운 흑연 수출 통제로 국내 배터리 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사태를 맞았습니다. 배터리의 4대 요소 중 하나인 '음극재'가 이 흑연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인데요.
중국이 시장을 전 세계 흑연 시장을 사실상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어 다른 대체지를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현재 중국에서 생산되는 흑연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흑연 수입의 약 98%를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흑연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되는데요. 흑연 광석을 채굴해 정제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는 흑연인 '천연흑연'과 석유나 석탄 등을 정제하여 만든 코크스를 고온에서 흑연화하는 방식으로 생산되는 흑연인 '인조흑연'입니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음극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소재는 '인조흑연'이 대다수입니다.
다른 디바이스에 사용되는 배터리에 비해 전기차 배터리는 충·방전 속도와 성능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인데요. 인조흑연은 천연흑연보다 수명과 충·방전 속도, 안전성, 수명 등의 성능이 뛰어납니다. 천연흑연은 전해액과의 부반응이 많아 초기 용량 손실이 큽니다. 이 때문에 수명은 짧고 충·방전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은 막대한 흑연 매장량을 바탕으로 기술력까지 필요한 '인조 흑연'도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일찍부터 흑연의 가공과 정제 기술을 오랫동안 발전시켜 왔는데요. 이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도 이 인조 흑연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서 음극재를 만듭니다.
이번 중국의 통제로 인조흑연을 조달하지 못하면, 안 그래도 비싼 전기차 가격이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전기차 판매 둔화로 인한 우리나라의 배터리 산업 위축으로도 이어질 수 있겠죠. 이 때문에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양극활물질 제조사 중 하나인 '엘앤에프'인데요. 엘앤에프는 천연 흑연으로 인조 흑연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일환으로 올해 일본의 화학 회사인 미쯔비시 케미컬그룹과 차세대 음극재 사업 업무협약(MOU) 체결을 발표했는데요. 미쯔비치 케미컬은 배터리의 수명에 영향을 주는 팽창을 억제하는 새로운 음극재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천연 흑연의 단점으로 여겨지던 짧은 제품 라이프 사이클(충방전 수명)을 극복한 것으로, 현재 특허 취득까지 완료한 상태입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천연 흑연의 장점인 가격 경쟁력뿐 아니라 인조 흑연의 성능에도 뒤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두 회사는 음극재 공급망 강화를 위한 투자 규모, 협력 방식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확정되면 발표할 예정입니다.
천연 흑연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있어서 괄목할 만한 업적이 될 것입니다. 더는 중국의 인조 흑연에 목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죠. 천연 흑연은 중국에 가장 많이 매장돼 있긴 하지만, 꼭 중국이 아니어도 됩니다. 흑연은 지구의 풍부한 원소 중 하나로 아프리카, 브라질, 캐나다, 인도, 러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채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아프리카의 모잠비크와 마다가스카르는 중국에 이어 천연흑연 생산량 2·3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엘앤에프와 협약을 맺은 미쯔비시는 원료 트레이딩을 사업도 전개, 전 세계로부터 원료의 수입과 수출을 진행 중입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미쯔비시로와 협업을 통해 중국 외 지역에서 천연 흑연 수입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중국의 흑연 통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부와 업계는 각각 3~5개월 수준의 흑연은 확보해 둔 상태라고 합니다. 만일 그 이상 흑연 통제가 이뤄질 경우엔 배터리 생산에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중국의 인조 흑연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분명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엘앤에프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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