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표결 전 사퇴한 이동관…혼돈의 방통위 또 ‘식물화’ 우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이동관 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사의를 표명하면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또 다시 위원장 공백 사태에 처했다. 총선을 염두에 둔 대통령실이 후임 위원장 임명에 속도를 내겠지만, 이미 수차례 여야 정쟁에 휘말린 방통위가 또 다시 ‘식물화’됐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 밤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전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했고,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를 강행할 방침이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168석의 민주당이 탄핵안을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됐다. 사표가 수리된 이 위원장은 더 이상 방통위원장이 아니므로 본회의 안건에서 빠지게 된다.
이동관 위원장의 사퇴와 대통령의 면직 재가는 방통위 업무정지 사태를 피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원장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최장 180일간 업무가 정지될 수 있고, 이 경우 이상인 부위원장 홀로 남게 된 방통위는 사실상 모든 기능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방송·언론을 둘러싼 정치권의 힘겨루기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탄핵으로 인한 방통위의 장기 공백은 치명적이라는 공감대가 모아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통령실은 가능한 빠르게 후임 위원장을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둘러 신임 방통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감안해도 한달 내 임명 절차를 마칠 수 있다. 벌써부터 방통위 안팎에서는 후임 위원장으로 김은혜 홍보수석, 김장겸 전 MBC 사장,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후임 위원장이 임명된다 해도 첩첩산중이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기조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또 다시 언론 장악이라는 야당의 반발을 불러올 것이 뻔해서다.
앞서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헌법상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냈다. ‘가짜뉴스 근절’을 명분으로 특정 언론사를 탄압하고, MBC 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에 대한 무리한 해임을 강행하는 등 5인 합의제인 방통위를 여당 측 2인으로만 운영하면서 중요 안건을 독단적으로 처리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및 언론자유대책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관의 ‘뺑소니’는 언론자유를 향한 쿠데타”라고 공세했다. 후임 방통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제2, 제3의 이동관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방통위 내부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위원장 탄핵에 따른 최장 6개월의 업무 마비 사태는 피하게 됐지만, 정쟁에 휘말려 업무수행에 계속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후 방통위는 문재인 정부 인사인 한상혁 전 위원장을 비롯해 내부 직원들을 향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며 어수선해졌고, 끝내 한 전 위원장의 면직 처분으로 석달 가까이 위원장 공백을 겪었다. 그런데 다시 지난 8월28일 이동관 위원장이 취임한 지 100일도 채 되지 않아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한편, 이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의 면직안 재가 이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를 위해 사퇴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탄핵소추 심판 결과가 나오기 까지 방통위가 식물 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 생각한다”며 “국회의 권한을 남용해 마구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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