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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이동관 사퇴’ 방통위, 직무대행 1인 체제 돌입…업무마비 불가피

권하영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국회 탄핵안 발의 관련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 Ⓒ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한덕수 국무총리의 국회 탄핵안 발의 관련 발언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 Ⓒ 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이동관 위원장 사퇴로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또 다시 위원장 공백에 맞닥뜨렸다. 현재 방통위는 위원장 직무대행이 된 이상인 부위원장 1명만 남은 상황으로, 사실상 모든 업무가 중단된 초유의 사태다.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동관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해 면직안을 재가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면직안 재가 이후 오후 2시30분경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를 위해 사퇴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탄핵소추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방통위가 식물 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은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며 “국회 권한을 남용해 탄핵을 남발하는 민주당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헌법상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탄핵소추안을 냈다. 전일 국회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을 보고했고, 이튿날인 이날 오후 2시 다시 본회의를 열어 강행 처리할 방침이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 과반수(150명) 찬성으로 의결되기 때문에 168석의 민주당이 탄핵안을 단독 처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사퇴함에 따라 그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자동 폐기됐다.

이 위원장 사퇴로 방통위는 이상인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는 1인 체제에 돌입한다. 현행 방통위설치·운영법 제13조에서는 위원회 개의 요구 정족수를 ‘위원장 단독’ 또는 ‘2인 이상의 위원 요구’가 있을 때로 규정하고, 재적 위원의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 부위원장 한 명만 남게 된 현 상황에서는 사실상 방통위가 그 어떤 중요 결정도 내릴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위원장이 탄핵된 것이 아닌 사퇴한 것이기 때문에, 방통위 재적 위원이 1인으로 줄어 부위원장이 위원장 직무대행으로서 회의를 개최하고, 법률상 의결 정족수인 ‘재적 위원 과반 찬성’도 충족시킬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성격상 단 한 명의 상임위원으로 의사 결정을 강행하는 것은 명분도 부족하고 당장 야당의 극렬한 반발을 살 것이 뻔하다.

이전 방통위는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돼 왔는데, 이것부터가 민주당의 탄핵 소추 빌미가 됐다. 이 위원장이 상임위원 2인만으로 의사를 진행하며 29건의 안건을 사실상 독단적으로 의결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2명만으로 의결한 안건 중에는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보궐이사 임명·해임안,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보궐이사·감사 임명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방통위 사태를 두고 예견된 파행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 인사였던 한상혁 전 위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방통위가 여야의 ‘정쟁도구’가 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지난 5월 한 전 위원장의 면직 처분 이후 석달 가까이 위원장 공백을 겪으면서도 방통위는 정부·여당 측 상임위원(김효재·이상인)과 야당 측 상임위원(김현)간 정치적 충돌로 잡음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상임위원으로 추천했던 최민희 전 의원에 대한 대통령 임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결국 최 전 의원이 상임위원 내정자가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여당도 상임위원 공석에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추천했으나 진척은 없었다. 이러한 사정으로 방통위 2인 체제가 장기화되고 정부·여당 측 상임위원만으로 쟁점 안건들이 의결되면서 여야 정치싸움의 뇌관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총선을 앞두고 방통위 공백을 채우기 위해 대통령실은 가능한 빠르게 후임 위원장을 물색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자를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까지 최소 한달이 소요될 전망이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후임 위원장으로 김은혜 홍보수석, 김장겸 전 MBC 사장,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이들에 대해 “제2, 제3의 이동관”이라며 벌써부터 날을 세우고 있다.

이 사이 당장 연말로 다가온 주요 지상파 재허가 심사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달 말 허가 유효기간이 만료되는 지상파 3사 UHD, KBS·SBS DTV와 지역 민방 등은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 불법 방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방통위가 일시 허가를 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지만, 그마저도 의결 사항이라 확실치 않다. 같은 이유로 내년 상반기 채널A와 연합뉴스TV·YTN에 대한 재승인 심사도 걱정이다.

이 밖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넘어오는 각종 방송사 법정 제재 건과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사실조사,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조치 과징금 부과처분 등의 현안 검토도 중단 위기다. 방통위는 최근 전체회의를 통해 유진이엔티의 YTN에 대한 최다액출자자 변경신청 건도 ‘보류’한 상태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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