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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넷플 말고 뭐봄?” 웨이브의 이유 있는 반란…“OTT 필수재 되겠다”

권하영 기자
(왼쪽부터) 김지윤 매니저, 안진솔 매니저, 임다은 매니저, 유혁 리더 [Ⓒ 웨이브]
(왼쪽부터) 김지윤 매니저, 안진솔 매니저, 임다은 매니저, 유혁 리더 [Ⓒ 웨이브]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요즘 넷플 뭐봄?” “요즘은 웨이브 봄”

올림픽대로를 지나가거나 압구정역을 걸어갈 때, 우리는 한번쯤 넷플릭스의 광고 전광판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요즘 넷플릭스에 볼 만한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할 무렵, 바로 옆에 떡하니 자리잡은 웨이브의 광고를 발견하게 된다. ‘넷플(릭스) 말고 뭐봄? 요즘은 웨이브 봄’이라는 문구가 어느새 우리의 시선을 빼앗고 있다.

‘넷플릭스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웨이브로 채운다’는 키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최근 웨이브가 펼친 브랜드 캠페인이다. 넷플릭스가 광고를 하는 곳마다 웨이브도 광고를 하면서, 광고 문구까지 위트 있게 따라 했다. 이미 온라인상에는 ‘넷옆웨’(넷플릭스 옆 웨이브)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사람들의 반응이 좋다.

화제가 된 이번 캠페인을 기획한 웨이브의 브랜드마케팅팀 유혁 리더, 임다은 매니저, 안진솔 매니저, 김지윤 매니저를 지난달 28일 웨이브 본사에서 만났다. 흔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이 하는 마케팅이라면 재미 있는 콘텐츠를 홍보하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팀은 ‘웨이브’ 자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고 알리는 일을 한다.

‘요즘은 웨이브 봄’ 캠페인은 크게 두 가지 포인트를 노렸다. 하나는 ‘화제성’이다. 후발 브랜드가 1위 브랜드를 공격하거나 패러디할 때, 보는 사람들은 일단 흥미를 느낀다. 주목받는 1등의 광고에 슬쩍 편승함으로써 훨씬 효율적인 광고를 할 수 있고, 1등과 경쟁하고 있는 상대라는 인식도 자연스럽게 심을 수 있다.

또 하나는 ‘차별화’다. 1등 브랜드가 가지지 못한 자신만의 경쟁력을 어필할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야 차고 넘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웨이브에서만 볼 수 있는 재미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마케팅 전략이 가능했던 이유는, 웨이브의 브랜드마케팅팀이 최근 OTT 시장의 ‘다중 구독’ 트렌드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임다은 매니저는 “엔데믹 이후 OTT 성장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구독자들은 하나의 OTT만 보는 게 아니라 여러 OTT를 함께 보는 경향이 크다”며 “이 트렌드 안에서는 1등보다 중요한 게 소비자의 선택지 안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매니저는 “그 선택지 안에 들기 위해 우리가 가진 강점, 한국드라마나 예능 혹은 옛능(옛날 예능) 같은 카테고리를 보여주면서 ‘온리(Only) 웨이브’가 아닌 ‘위드(With) 웨이브’가 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요즘은 웨이브 봄’ 캠페인의 효과는 대단했다. 메타에서 진행한 브랜드 리포트에 따르면 이번 캠페인의 ‘광고 상기도’(광고를 기억하는 정도)는 47~48% 수준으로, 쉽게 말해 광고를 본 둘 중 하나는 이 광고를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는 의미다. 또한 브랜드 선호도를 조사했을 때 이 광고를 보지 않은 사람들보다 광고를 본 사람들의 선호도가 22%가량 더 높았다. 뿐만 아니라 이번 캠페인 직후 웨이브의 일간활성사용자수(DAU)는 76만명을 기록해 이전 3등에서 새롭게 2등으로 올라서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캠페인이 거둔 유의미한 성과는, 광고를 본 사람들의 자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이다. 유혁 리더는 “올림픽대로에서 선보인 넷플릭스 옆 웨이브 광고는 사람들이 운전 중에 직접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일이 많다 보니 걱정이 될 정도였다”며 “소비자가 스스로 광고를 찍어서 바이럴하게 만드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자연적으로 동참해준 사례는 드물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이번 캠페인으로 웨이브의 브랜드마케팅팀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한 가지는 바로 ‘웨이브’를 친숙한 OTT로 만드는 것.

김지윤 매니저는 “구독 플랫폼 성격상 소비자들이 특정 킬러콘텐츠를 다 본 다음에도 계속 남아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렇게 구독을 이어나가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이고, 사실 그런 선호도 없이는 콘텐츠 하나만 보고 금방 해지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라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우리가 하는 이런 브랜드 캠페인으로 웨이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쌓인다면 그것도 사람들이 구독을 유지하게 되는 큰 이유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물론 갈수록 OTT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을 계속해서 ‘웨이브’로 끌어들이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웨이브는 ‘한국 콘텐츠에 강하다’는 경쟁력을 어필하고 있지만, 콘텐츠의 국경이 사라진 OTT 특성상 ‘토종 OTT’라는 매력이 과연 중요한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안진솔 매니저는 “수년 전 넷플릭스가 처음 국내에 진출했을 때는 ‘기묘한 이야기’나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해외 킬러 콘텐츠들을 주로 어필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OTT들이 K-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이런 트렌드가 분명하기 때문에 웨이브는 한국 콘텐츠에 강하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고, 만약 이용자 소비 트렌드가 다른 식으로 변화한다면 또 그에 맞춰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웨이브는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모두 충족하는 OTT를 표방하고 있다. 유혁 리더는 “궁극적으로 웨이브는 사람들의 ‘필수재’가 되고 싶다”며 “초기 넷플릭스도 특정 장르물을 선호하는 구독자들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필수재가 된 것처럼, 웨이브도 특정 장르가 뛰어나다는 이미지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취향을 즐길 수 있는 OTT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유 리더는 “실제로 넷플릭스와 비교해 그래도 웨이브가 한번도 지지 않는 지표가 ‘이용 빈도’인데, 즉 웨이브에 한번 빠지면 잘 이탈하지 않고 계속 머물면서 이용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특정 누구를 위한 플랫폼이 되는 건 지양하고 있고, 그래서 그때그때 트렌드에 맞춰 시장 타깃도 계속 바뀌고 있다. 어떤 취향이든 웨이브에 들어오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고 언급했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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