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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진짜 나와요" 도덕적 해이 현실화된 '재활치료비보험'

권유승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출시한 '상해재활치료비' 특약의 도덕적 해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pixabay

-"연간 10만원~20만원 보험료로 100만원 가량 보험금 수령"

-일부 영업현장서 손쉽게 보험금 받을 수 있다는 점 강조 판매

-실제 보험금 받은 사례까지 제시하며 상품 가입 종용하기도

[디지털데일리 권유승 기자] 손해보험사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출시한 '상해재활치료비' 특약의 도덕적 해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영업현장에선 비교적 손쉽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실제 보험금을 받은 사례까지 제시하고 나서며 해당 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분위기다.

이는 자칫 불필요한 치료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결국 국민보험인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까지 덩달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일부 보험설계사들이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영업 방식으로 상해재활치료비 특약을 판매하고 있다.

DB손해보험·현대해상·KB손해보험·삼성화재·흥국화재 등의 손보사들이 주로 운전자보험이나 건강보험에 탑재해 취급했던 상해재활치료비 특약은 상해로 기본물리치료, 단순재활치료, 전문재활치료 등을 받을 시 하루 3만원 가량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연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횟수와 한도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연간 10~20만원정도의 보험료로 약 100만원에 달하는 보험금까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내세우는 영업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 법인보험대리점(GA) 설계사는 "상해재활치료비 특약은 양심만 버리면 무조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며 "삐끗했다고 병원에 가기만 하면 물리치료는 기본적으로 다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상품 한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 언제 판매가 중단될 지 모르니 그 전에 서둘러 가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일부 영업현장에선 실제 보험금 지급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실험(?)에 나서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막상 보험금 지급이 생각보다 까다로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잠재 고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안인 것이다.

또 다른 설계사는 "이미 자신의 지인은 모두 가입을 했다"며 "자기설계에 대한 제한만 없으면 자신도 가입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는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경쟁적으로 보장금액을 늘렸던 독감보험, 비응급실 진료비 특약도 도덕적 해이 우려로 금융당국이 진화에 나선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상해재활치료비 특약의 보장금액이 3만원으로 통일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보험사들은 도덕적 해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일부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더라도 보험금 지급 금액이 보험사가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큰 규모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손해율이 올라간다면 문제가 될 순 있지만 애초에 그정도의 리스크가 있는 상품은 판매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당장은 더 잘 팔려서 유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도덕적 해이는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상해재활치료비 특약에 가입한 고객들 대부분이 실손보험도 가입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실제 영업현장에선 "실손보험으로 진료비를 보장받고 상해재활치료비 특약으로 보험금을 받으면 된다"는 설명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실정이다.

실손보험은 4000만명이 가입해 국민보험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료가 올라가면 결국 수많은 선량한 가입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은 121.2%로 지난해 118.9% 보다 상승했으며, 2017년 출시된 3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손해율이 무려 156.6%에 달한다.

손해율이 100%를 초과하면 보험사 입장에선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나가는 보험금이 많다는 의미다.

권유승 기자
ky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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